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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적체 해소하나 했더니"…금융공기업 희망퇴직제 '난관'


입력 2018.09.07 06:00 수정 2018.09.07 09:26        배근미 기자

관계부처, 금융공공기관 희망퇴직제도 가이드라인 제정 이견 차 여전

기대감 속 노사 협상 준비하던 국책은행들, 부처 합의 상황 예의주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해 10월 24일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부의 가계부채 종합대책 발표를 마친 후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해 10월 24일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부의 가계부채 종합대책 발표를 마친 후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하반기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됐던 국책은행 희망퇴직제도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관계부처인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간 논의가 예상보다 지체되면서 정부가 올해 초 금융공기업 명예퇴직 활성화를 통해 일자리를 늘리겠다며 제시했던 ‘2018 경제정책 방향’ 역시 사실상 차질을 빚을 공산이 커졌다.

7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는 지난 6월부터 국책은행 등 금융공기업 희망퇴직제도 가이드라인 제정을 위한 논의를 진행 중이지만 3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온전한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부처 간 합의가)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이야기가 들렸는데 최근 들어 기류가 달라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들 부처가 마련 중인 가이드라인은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기업은행과 같은 국책은행 등에 대해서도 시중은행과 동일한 희망퇴직제도를 시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기본 골자다. 퇴직금을 확대하고 추가 위로금 등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퇴직금 수준을 현실화해 정년이 얼마 남지 않은 고임금 근로자들이 명예퇴직하도록 유도하고 그 임금으로 더 많은 수의 청년 근로자를 채용하겠다는 것이다.

정부 역시 올해 주요 경제정책과제 중 하나로 금융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한 명예퇴직 활성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말 ‘2018년 경제정책 방향’을 통해 “산은, 수은, 기은 등 금융 공공기관 중심의 명예퇴직 활성화를 통해 신규 채용 확대를 유도하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논의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분위기는 긍정적이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6월 한 포럼에 참석해 “옛 기획예산처 시절 남아있던 지침 때문에 (퇴직금 추가 지급이) 막혔었는데 기재부 반대를 설득해서 지침 적용을 안 하기로 했다”며 “(퇴직금을) 더 줄 수 있게 됐다”고 언급했다. 공공기관 퇴직금 관련 규정 개정 논의를 통해 명예퇴직 시 정해진 퇴직금 외에 별도 위로금을 지급하는 방안도 마련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퇴직금 인상안을 적극 밀어붙이는 금융위와 달리 기재부 내에서는 예산과 형평성 등을 이유로 퇴직금 추가지급에 부정적 기류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국의 한 고위 관계자는 “검토를 거듭할수록 (기재부가) 찬성을 안하는 쪽으로 의견이 굳어지고 있는 것 같다”며 논의 과정에서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현재도 국책은행 및 금융공기업 내 명예퇴직제도가 있지만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최 위원장이 언급했듯 옛 기획예산처가 지난 1998년 정한 ‘공공기관 명예퇴직제도 개선안’에 따르면 퇴직자에게 잔여 임기 5년까지 기존 월급 절반에 정년까지 남은 개월 수를 곱한 금액을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일례로 월급 600만 원을 받는 국책은행 직원이 58세에 명예퇴직을 신청할 경우 월급의 절반인 300만 원에 24개월을 곱한 7200만 원을 지급받는 방식이다.

과거에는 기관 별로 다소 부족한 퇴직금에 추가 위로금을 더해 보완하는 '상시 명예퇴직제도'가 마련돼 있었으나 감사원이 지난 2014년 ‘혈세 낭비’ 지적라고 지적하면서 사라지게 됐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명예퇴직과 임금피크제의 갈림길에서 선 국책은행 직원들 대부분 그나마 ‘현직 프리미엄’을 누릴 수 있는 임금피크제를 선택하고 있다. 퇴직 신청 시 임금피크 기간 급여보다 많은 돈을 퇴직금으로 지급하는 시중은행과는 정반대의 모습이다.

이에 실제로 기업은행은 지난 2015년 말 188명을 희망퇴직으로 내보내는 것을 마지막으로 별도의 인력 구조조정을 실시하지 않고 있고, 산업은행 역시 지난 2014년 마지막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산은의 경우 임금피크제 적용 인원이 전체 인력의 5%(180여명) 수준인 것으로 집계됐다. 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7월 정무위에서 이동걸 산은 회장에게 '직원 구성 상 상체비만이 너무 심하다'고 지적하자 이 회장은 "민간 금융회사와 달리 충분한 명퇴금을 지급하지 못하기 때문에 강제로 쫓아낼 수 없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현장에서는 이처럼 공공기관 내 임피제 적용 대상만 늘면서 정작 현장에 투입될 인력이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임피제 직원들의 경우 업무 일선에서 물러나 단순 업무만 맡게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주요 업무에 실제 투입될 수 있는 인력은 더욱 줄어드는 셈이다. 금융공기업의 한 관계자는 "일할 사람들은 한정돼 있고 새로운 인력들은 들어오지 못하니 결국 남아있는 인력에게만 업무가 가중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가이드라인에 따른 노사 협상을 준비하던 국책은행 등은 이와 관련한 부처 간 협의상황을 일단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당국 고위 관계자는 “시중은행과 경쟁하는 회사들이니만큼 이들 기관에 대해서는 시중은행만큼 (인센티브를) 줘야 항아리형 인력구조를 해소하고 사람 채용할 여유가 생기는 것 아니겠나”라며 “몇 년만 한시적으로 하면 되는데 협상이 진척되지 않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배근미 기자 (athena350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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