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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보사 사업비도 '부익부 빈익빈'…중소형사 '악순환'


입력 2018.09.07 06:00 수정 2018.09.07 06:11        부광우 기자

올해 상반기 생보업계 총 사업비 4조5457억…전년比 12.3%↑

'건전성 위기' 중소형사는 씀씀이 줄여…IFRS17에 긴장 고조

주요 대형·중소형 생명보험사 사업비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주요 대형·중소형 생명보험사 사업비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생명보험사들이 올해 상반기 새로운 고객 유치나 기존 고객을 유지하는데 쓴 사업비 규모가 1년 전보다 5000억원 가까이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업계의 재무 부담을 키울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이 다가오고 있지만 아직 지갑에 여유가 있는 대형 생보사들은 사업비를 늘리며 위기를 기회로 삼는 모습이다. 하지만 건전성 위기에 빠진 중소형 생보사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허리띠를 더 졸라매면서 이로 인해 더욱 영업에 난항을 겪는 악순환에 빠지고 있다.

7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24개 생보사들이 쓴 사업비는 4조5457억원으로 전년 동기(4조483억원) 대비 12.3%(4974억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사업비가 늘었다는 것은 그 만큼 보험사들이 영업 활동을 더욱 활발히 벌였다는 의미다. 사업비는 보험사가 보험 영업을 하는데 지출한 비용을 가리키는 말로 설계사에 대한 수당과 판매촉진비, 점포운영비, 직원급여, 수금비용 등이 포함된다.

회사별로 보면 대형 생보사들의 사업비 확대가 눈에 띄었다. 국내 최대 생보사인 삼성생명은 같은 기간 사업비를 7488억원에서 1조857억원으로 45.0%(3369억원)나 늘렸다. 삼성생명에 이어 생보업계 2위에 올라 있는 한화생명의 사업비 역시 4202억원에서 5545억원으로 32.0%(1343억원) 증가했다.

반면 중소형 생보사들 중 상당수는 사업비를 크게 줄이며 반대되는 행보를 보였다. 특히 현대라이프생명이나 KDB생명, 흥국생명 등 지난해부터 재무 건전성 악화로 인한 구조조정으로 홍역을 겪은 곳들에서 이런 흐름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현대라이프의 올해 상반기 사업비는 431억원으로 전년 동기(685억원) 대비 37.0%(254억원) 감소했다. KDB생명도 이 기간 사업비를 1419억원에서 956억원으로 32.7%(463억원) 줄였다. 흥국생명의 사업비는 1615억원에서 1434억원으로 11.2%(181억원) 감소했다.

이처럼 상대적으로 덩치가 작은 중소형 생보사들이 지출을 줄이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점점 본격 시행이 다가오고 있는 IFRS17에 있다. 2021년부터 보험업계에는 부채를 현행 원가 대신 시가로 평가하는 IFRS17이 적용된다. 이렇게 되면 저금리 상태에서도 고금리로 판매된 상품은 가입자에게 돌려줘야 할 이자가 많은데 IFRS17은 이 차이를 모두 부채로 계산한다.

이에 보험사들은 보험금 적립 부담이 커지게 된다. 특히 과거 자산 규모 경쟁 속에서 고금리를 보장하는 저축성 상품들을 경쟁적으로 판매했던 생보사들로서는 고민이 더욱 깊을 수밖에 없다. 요즘 생보사들이 다방면으로 지출을 줄이는데 안간힘을 쓰고 있는 배경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생보업계에서 해당 중소형사들의 입지는 더욱 줄어들고 있다. 아무래도 대형사에 비해 재무 여력이 떨어지다 보니 IFRS17을 앞두고 씀씀이를 아끼게 되고, 그 여파로 영업에 힘이 빠지면서 다시 재무 상태에 부정적인 영향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우려된다.

실제로 현대라이프의 올해 상반기 금액 기준 신계약 규모는 1조934억원으로 전년 동기(3조1661억원) 대비 65.5%(2조728억원) 급감했다. KDB생명의 신계약 금액 역시 4조9411억원으로 같은 기간(8조860억원) 대비 64.6%(3조1449억원)나 줄었다. 그나마 흥국생명의 신계약 금액이 4조1767억원에서 4조538억원으로 2.9%(1229억원) 감소하는데 그치며 선방한 편이었다.

IFRS17을 앞두고 저축성 상품 판매에 제동을 걸면서 생보업계의 신계약이 축소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 같은 몇몇 중소형 생보사들의 감소율은 전반적인 수준과 비교해 큰 폭이다. 이 기간 조사 대상 전체 생보사의 신계약 금액은 172조5719억원에서 153조9567억원으로 10.8%(18조6152억원) 정도 줄었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IFRS17을 계기로 각 생보사들의 내부는 물론 업계 전반의 구조조정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며 "재무 안전성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중소형 생보사들의 경우 특화된 영역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시장에서 도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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