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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과열지구 대출 제한에 정비사업 혼란…"이주비 없는 조합원 어쩌라고"


입력 2018.09.06 06:00 수정 2018.09.06 07:49        권이상 기자

투기과열지구 이주비 대출 LTV 60%→40%로 축소

조합원들 이주 문제로 인한 사업 지연 우려 높아져

정비사업에까지 적용된 정부의 집단대출 규제가 조합원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 사진은 경기도의 한 도시 전경.(자료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정비사업에까지 적용된 정부의 집단대출 규제가 조합원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 사진은 경기도의 한 도시 전경.(자료사진) ⓒ게티이미지뱅크


#. 성남의 한 재건축 조합원 A씨는 요즘 전셋값 마련에 골치가 아프다. 불과 몇주전만해도 재개발 지분의 가치가 5억원이어서 3억원 이상도 이주비 대출이 가능했는데, 일대가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서 대출가능금액이 2억원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A씨는 통장에 몇천만원을 빼고라도 당장 1억원이 더 필요한데 구할길이 막막하다. 그렇다고 조합과 시공사에게 문의해봤지만 해결해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A씨는 조합원 자격을 포기하고 싶지만, 지위양도도 불가능한 상태다. A씨는 처지가 비슷한 다른 조합원들과 대책 마련을 준비 중이다.

정비사업 업계에 집단대출 제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최근 이주를 앞둔 재건축·재개발 등의 조합원들이 추가 이주비를 구하지 못해 아우성이다.

정비사업은 조합원들이 이주를 하지 못하면 철거와 착공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공기 지연 등에 따른 사업차질 사례가 늘고 있다.

특히 최근 투기열지구로 추가 지정된 경기도 성남과 과천에서 진행 중인 정비사업에 날벼락이 떨어졌다. 게다가 입주권 거래도 막혀 조합원들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에 놓였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가계부채 증가의 이유로 대출을 제한하고 있는데, 조합원 물량은 비교적 안전 자산에 속하는데 정부가 과도하게 제한을 걸고 있다고 꼬집고 있다.

집단대출은 일정 자격을 갖춘 특정 집단에게 일괄적으로 승인해 대출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분양 아파트는 중도금과 잔금, 재건축 등 정비사업에서는 이주비 등이 그 대상이다.

6일 도시정비사업 업계에 따르면 정비사업에서 집단대출 규제가 조합원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

특히 재건축의 경우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로 부담이 늘어났는데, 대출규제로 이주비를 못구해 어쩔 수 없이 현금청산을 강요 받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정부는 원주민들의 젠트리피케이션을 가능한 막는 주거정책을 펴고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한 것이다.

재건축 조합 한 조합원은 “정부가 재건축·재개발 자체에 대한 수요를 투기수요로 몰아세우고 있는데, 사실상 이곳에서 10년 이상 살고 있는 실수요자들도 많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조합을 통한 집단대출 방식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개인이 담보대출 형태로 빌리는 게 일반적이다.

이는 강남권 재건축에 투자자금이 몰리고 사업비 규모를 줄이려는 조합과 시공사와의 이해관계가 얽혀있다.

이주비 대출은 재건축·재개발구역 철거가 시작될 때 소유자들이 대체 거주지를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집단대출이다.

일반적으로 사업시행인가일 기준 감정평가금액을 기준으로 담보인정비율(LTV) 60%(기본이주비 30%+추가이주비 30%)를 적용받았다.

그러나 지난해 8·2 대책으로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재개발 사업장의 경우 이주비 대출의 LTV 한도가 40%(기본이주비 30%+추가이주비 10%)로 줄어들었다.

그런데 금융기관에서 정부의 눈치를 보고 있어 이주비 대출을 이마저도 해주지 않아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결국 화살은 건설사에게 돌아오고 있다.

실제 서초구 방배5구역은 시공사가 60% 대출을 약속했었는데, 갑자기 금융기관에서 40%밖에 해주지 않아 차질이 생겼다.

서초구 방배6구역은 미국계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를 통해 추가 이주비 대출을 받으려 했다가 금융당국의 개입으로 무산됐다.

이 밖에 송파구 잠실 미성타운아파트·크로바맨션(1350가구)와 잠실 진주아파트(1507가구), 서초구 방배13구역(2911가구)와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2120가구), 한신4차(2898가구) 등이 연말까지 이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이주비 조달 문제가 지속되면 올해 하반기까지 각 재건축 단지의 이주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성남의 한 재개발 조합 관계자는 “이주가 지연되거나 막히면 철거와 착공 역시 불가능하기 때문에 사업 전체 일정이 연기될 수 있다”며 “그렇게 되면 조합은 물론 건설사들 역시 큰 손해를 입게 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역시 정부는 담보가 확실한 정비사업의 경우 대출 규제를 완화해줄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만약 조합이 이주비 등 집단대출을 해줄 제1금융권 은행을 구하지 못하면 금리가 높은 증권사나 보험사, 제2·3금융권의 도움을 받을 수 밖에 없어 피해는 고스란히 조합원들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정부가 정비사업 조합과 금융기관 중재를 나서는 등 해결방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권이상 기자 (kwonsg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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