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정규직만 97%? SC제일은행 '중규직 꼼수' 그늘


입력 2018.09.06 06:00 수정 2018.09.06 06:06        부광우 기자

시중은행 가운데 계약직 비율 2.8%로 가장 낮아

실체는 '무늬만 정규직'…무기계약직만 1/4 달해

국내 주요 은행별 계약직 및 무기계약직 직원 수 현황.ⓒ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주요 은행별 계약직 및 무기계약직 직원 수 현황.ⓒ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SC제일은행의 비정규직 비율이 국내 시중은행들 가운데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무늬만 정규직일 뿐 실제 처우는 이에 미치지 못하는 이른바 중규직이 전체 직원 중 4분의 1을 차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 구성된 노동조합 집행부가 이 문제를 최우선 해결 과제로 삼으면서 SC제일은행의 정규직 '고용 꼼수'가 도마 위에 오르게 됐다.

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기준으로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한국씨티·SC제일은행 등 6개 시중은행에 근무하고 있는 직원 6만7581명 가운데 계약직 근로자는 3170명으로 4.7%를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은행별로 보면 SC제일은행의 비정규직 비중이 가장 낮았다. SC제일은행 직원 4470명 중 계약직은 2.8%(123명)로 시중은행 평균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나머지 97.2%에 해당하는 4347명은 모두 정규직으로 분류돼 있었다.

반면 비정규직 비율이 가장 높은 시중은행은 신한은행이었다. 신한은행의 경우 전체 직원 1만3748명 가운데 6.0%(831명)가 계약직 근로자였다. 이어 국민은행 비정규직 비중이 5%를 넘기며 높은 편이었다. 국민은행은 직원(1만7634명) 중 5.2%(918명)가 계약직 형태로 근무 중이었다. 이밖에 은행들의 비정규직 직원 비율은 ▲씨티은행 4.8%(총 직원 3520명·계약직 170명) ▲우리은행 4.0%(1만4607명·583명) ▲하나은행 4.0% (1만3602명·545명) 등 순이었다.

이런 계약직 비중만 놓고 평가하면 SC제일은행은 국내 주요 은행들 가운데서 가장 안정된 채용 구조를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 만큼 다른 은행들에 비해 정규직 고용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으로 여겨질 수 있어서다.

그러나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실상은 크게 다른 것이 사실이다. 반쪽짜리 정규직인 무기계약직 직원들이 워낙 많아서다. 무기계약직은 신분은 정규직이지만 처우는 비정규직 같은 근로자들을 빗대 이르는 말로 흔히 중규직이라고 불린다. 임금과 복지 등에서는 정규직보다 미흡하면서 고용의 안정성만 보장해 준다는 뜻에서 생겨난 표현이다.

실제로 SC제일은행의 무기계약직 직원들은 지난 3월 말 기준 1019명에 이른다. 이를 토대로 계산해 보면 SC제일은행에서 정규직으로 포함된 직원들 가운데 4명 중 1명 가까이가 이름만 정규직일 뿐 실질적으로는 그와 같은 대우를 받지 못하는 중규직인 셈이다.

SC제일은행의 이 같은 고용 실태는 다른 은행들과 비교해보면 더욱 두드러진다. 조사 대상 은행들의 같은 시점 무기계약직 직원 수는 ▲신한은행 563명 ▲국민은행 371명 ▲우리은행 236명 ▲씨티은행 165명 ▲하나은행 131명 등으로 SC제일은행과 큰 차이를 보였다. 특히 씨티은행을 제외한 4대 은행들의 경우 전체 직원 규모가 SC제일은행의 2~3배에 달함에도 무기계약직 인원은 그에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점은 SC제일은행의 중규직 채용이 얼마나 많은지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런데 최근 SC제일은행의 이와 같은 현실을 바꿔야 한다는 공약을 핵심으로 내세운 새 노조 지도부가 꾸려지면서 과도한 무기계약직 문제를 두고 사측과 근로자들 간 공방이 예상된다. 올해 하반기 공식 취임한 금융노조 SC제일은행지부 25대 집행부는 무기계약직의 정규직 전환을 올해 우선 사업으로 추진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새 노조 지도부는 취임식을 겸해 열린 정기대의원대회에서 올해 안에 350여명의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기로 결의했다. 전환 대상이 되지 못한 무기계약직에 대해서는 처우·복지 개선과 복리후생비 증액을 회사에 요구하기로 했다. 김동수 위원장은 취임사에서 "급여·근무 조건 개선과 저임금 직군 처우개선 등 선거 공약을 반드시 이행하겠다"고 강조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SC제일은행의 경우 다른 은행들에 비해 무기계약직 비중을 높게 가져가는 인력 구조가 상당 기간 고착화 돼 있다"며 "자칫 노사를 넘어 노노 갈등의 요소가 될 수도 있는 만큼 변화가 이뤄지기까지 내부적으로 상당한 진통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