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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北 9·9절 불참 무게…격랑의 한반도, 한시름 놓나


입력 2018.09.04 16:49 수정 2018.09.04 16:55        이배운 기자

대북제재 균열·미중갈등 격화 사태 면할 듯

북중관계 숨고르기…중국 목표는 핵협상 중단 아닌 활용

왼쪽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CNN, 조선중앙통신 왼쪽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CNN, 조선중앙통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북한 정권수립 70주년(9·9절) 기념행사 불참에 무게가 쏠리면서 우리정부는 한시름 놓는 모양새다.

9·9절에 맞춘 시진핑 주석의 방북은 대북제재 균열을 일으키고 미중갈등을 격화시켜 비핵화에 악재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지만 현실화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중국 당국은 과거 장쩌민 전 국가주석과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이 방북할 당시 일주일 전에 이를 공식 통보했다. 하지만 9·9절을 5일 앞둔 시점에서 중국정부는 관련 통보를 내놓지 않았고 북측도 특이할만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또 시 주석은 지난 3일 베이징에서 아프리카 53개국 정상들이 참여하는 중·아프리카 협력포럼 정상회의를 개최했다. 오는 5~8일은 알베르 2세 모나코 국왕과 회동하는 등 숨가쁜 외교 일정이 예고돼있다.

북중 밀착관계에 대한 미국의 경고에 굴하는 모습을 피하기 위해 방북을 강행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잇따랐지만, 바쁜 외교일정 탓에 방북할 수 없다는 대내외 명분까지 확보한 셈이다.

9월 남·북·미·중 정상 외교전의 스타트를 시 주석이 아닌 문재인 대통령이 끊게 된 것도 호재다. 북중 정상이 사전에 한미 견제 방안을 논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지만 3차 남북정상회담이 먼저 개최돼 한국에 유리한 방향의 비핵화 논의가 전개될 것으로 기대된다.

시 주석을 대신할 방북 특사로는 왕후닝 상무위원이나 왕치산 부주석이 물망에 오른다. 특히 왕 상무위원은 올해 3차례 개최된 북중정상회담에 시 주석과 함께 배석하는 등 북중 외교 현안을 꿰뚫고 있는 인물로 방북이 유력해 보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3월 중국 베이징에서 1차 북중 정상회담을 진행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3월 중국 베이징에서 1차 북중 정상회담을 진행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이같은 예상을 깨고 시진핑 주석이 북한 9·9절 기념행사에 참석할 경우 비핵화 정세가 흔들리는 것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시 주석의 방북은 대북제재 구멍을 넓히면서 북한의 체제 생존성을 높이고 비핵화 합의를 번복할 위험을 높인다. 전문가들은 고조된 북중 화해 분위기는 비공식적인 북중 무역을 더욱 활성화 시킨다고 지적한다.

최근 미중이 첨예한 패권갈등을 벌이는 상황에서 시 주석의 방북은 미국에 대한 강력한 도발 메시지로 읽힐 수도 있다. 미중 갈등의 격화는 미국을 안보동맹으로 두고 중국을 최대 무역상대국으로 두고 있는 한국에 더욱 까다로운 중재외교를 강요한다.

일각에서는 중국역시 북한이 핵을 영구적으로 보유하는 사태를 바라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북한이 핵무력 행보를 지속하면 주변국 정세가 안정될 수 없고, 자칫 한반도내 미군 전력 강화 및 전술핵 배치로 이어질 수 있는 탓이다.

따라서 시 주석이 이번 방북을 미룬 것은 북미대화 파탄 및 미국의 군사옵션 검토 사태를 피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중 무역전쟁의 수세에 몰린 상황에서 미국의 분노를 자극해 패권대결이 감당하기 어려운 전면전으로 치닫는 상황을 피하려 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주재우 경희대 중국어학과 교수는 “시 주석이 북한 열병식에 참석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보며 박수를 치는 것은 북한의 핵무력 보유를 묵인하겠다는 의미가 된다”며 “중국의 본래 목표는 북미 핵협상 중단이 아니라 핵협상을 이용해 미국에 압력을 가하고 패권대결에서 우위를 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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