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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서울은 지금 ‘호가 전쟁’ 중…“실수요-투기꾼 경계도 흐릿”


입력 2018.09.05 06:00 수정 2018.09.05 05:57        이정윤 기자

8‧2대책 직후와 분위기 딴판…흔들림 없는 집값 상승곡선

박원순發 강북개발 여파 여전…“언젠간 되겠지” 심리 강해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자 간혹 거래되는 1건이 최고가를 경신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경희궁자이' 모습. ⓒ이정윤 기자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자 간혹 거래되는 1건이 최고가를 경신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경희궁자이' 모습. ⓒ이정윤 기자

“지금 그건 매물이 없어요, 집주인이 보류를 해서. 그게 얼마 전에 14억5000만원에 거래된 건데, 15억~16억원에 찾는 사람 있으면 내놓겠다고….”

오락가락한 정부 정책에 혼란스러운 분위기를 파악하기 위해 지난 4일 찾은 서울시 종로구 한 공인중개소에는 매수문의 전화가 끊이질 않았다.

평동 인근 A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집값이 더 오를 것 같으니까 집주인들이 매물을 싹 다 거둬들여서 현재는 매도자 우위의 시장이 형성됐다”며 “아주 간혹 거래되는 1건이 시세를 형성해버리는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A공인중개소에 따르면, 최근 강북 대장주로 꼽히는 ‘경희궁자이’의 25평은 이달 1일 12억5000만원에 거래됨과 동시에 최고가를 경신했다.

이 단지는 비과세혜택이 적용되는 입주 2년 차인 내년엔 지금보단 매물이 풀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만족할만한 물량은 아닐 것이라고 인근 공인중개소 관계자들은 내다봤다.

정부는 지난달 27일 종로구, 중구, 동대문구, 동작구 등 4곳을 투기지역으로 추가 지정하는 ‘8‧27 대책’을 발표했다. 과열되는 서울 집값을 진정시키기 위해 서둘러 추가 규제를 내놓은 것이다.

하지만 집값을 기어코 잡고 말겠다는 정부의 의지와는 달리 집값 변동률은 연일 상승곡선을 그리는 중이다.

◆8‧2대책 직후와 분위기 딴판…흔들림 없는 집값 상승곡선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서울 집값은 ▲성북(0.91%) ▲양천(0.90%) ▲은평(0.88%) ▲강동(0.76%) ▲중구(0.76%) ▲중랑(0.74%) ▲동대문(0.71%) ▲노원(0.68%) ▲서초(0.63%) 등 강남·북을 가리지 않고 급등세를 나타내며 추가 규제에도 흔들림 없는 모습이다.

약 1년 전 ‘8‧2대책’이 발표된 직후 집값 상승이 급격히 둔화된 것과는 상당히 대조적이다. 당시 초강력 규제가 발표되자 철옹성 같던 서울 집값은 강동(-0.28%), 송파(-0.07%) 등 강남4구를 포함해 급격히 둔화됐다.

이 같은 현상은 규제로 누르고 눌러도 오르고 마는 집값에 수요자들이 학습된 결과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결국 간보고, 변경하고, 철회하는 등 오락가락한 정부의 정책보다는 부동산에 대한 믿음이 더 커져버린 것이다.

보류된 박원순 서울시장의 강북개발론이 여전히 부동산 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사진은 서울시 동대문구 청량리동 일대에 위치한 공인중개사무소 모습. ⓒ이정윤 기자 보류된 박원순 서울시장의 강북개발론이 여전히 부동산 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사진은 서울시 동대문구 청량리동 일대에 위치한 공인중개사무소 모습. ⓒ이정윤 기자

◆박원순發 강북개발 여파 여전…“언젠간 되겠지” 심리 강해

최근 강북을 중심으로 치솟는 집값은 단순히 강남집값 키 맞추기만이 아니라, 미래 가치가 반영됐기 때문이라고 관계자들은 한목소리를 냈다. 그동안 강북집값이 못 오른 만큼 뒤늦게 오르는 것도 있지만, 박원순 서울시장이 보류한 강북개발의 여파가 이어지고 있는 상태다.

이번 8‧27대책으로 종로구와 함께 투기지역으로 추가 지정된 동대문구도 상황은 비슷하다.

동대문구 청량리동 B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요즘엔 부르는 게 값이다”라며 부동산 시장을 호가 전쟁이라고 일컬었다. 실제로 청량리 미주아파트 33평의 경우 작년 연말께 5억원대에 호가가 형성됐지만, 반년이 흐른 지금은 9억원대다.

이어 그는 “예를 들어, 어제 8억이었던 집을 오늘 9억이라고 하면 그렇게 되는 분위기다”라며 “최근 매도자들은 호가를 높게 불러놓고 이 가격에 ‘팔리면 좋고, 아님 말고’라는 식이다”라고 덧붙였다.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많진 않았지만 간간이 거래가 이뤄졌는데, 박 시장이 용산‧여의도 통개발, 강북 집중개발 등을 발표하면서 매물이 자취를 감췄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러자 실수요자와 투기꾼 간의 경계조차 흐릿해졌다는 말까지 나온다.

종로구 홍파동 C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원래 실수요자는 자기 집값이 오르든 떨어지든 별 관심이 없기 마련인데, 이젠 실수요자들도 집값에 온 신경이 집중됐다”며 “살고 있는 집이라도 시세차익에 대한 기대가 상당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또 다른 동대문구 청량리 D공인중개소 관계자는 “박 시장이 개발 계획을 취소했어도 사람들 심리엔 이미 ‘언젠간 개발 되겠지’라는 게 깊게 박혀버리고 말았다”며 “그 이후로는 정부에서 무슨 정책이나 규제를 발표해도 귓등으로도 듣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변수가 발생할지 몰라 장담할 순 없지만, 지금 분위기는 연말까진 이어지진 않을까 싶다”며 “무주택자에겐 대출문턱을 큰 폭으로 낮춰주고, 다주택자에겐 강력한 대출규제를 적용하면 집을 팔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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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윤 기자 (think_uni@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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