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직군 실손보험 가입 차별 논란

실시간 뉴스
    최종편집시간 : 2018년 09월 20일 08:49:28
    위험직군 실손보험 가입 차별 논란
    국내 10대 손부사 위험직군 계약 비율 평균 9.2%
    농협손보, '블랙리스트' 직업만 200개…제일 까다로워
    기사본문
    등록 : 2018-09-05 06:00
    부광우 기자(boo0731@dailian.co.kr)
    ▲ 국내 손해보험사들의 최근 1년 간 실손의료보험 신계약 중 위험직군 가입자 포함 계약 비율.ⓒ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소방관이나 해양 경찰, 택배·대리운전 기사와 같은 고위험 직업군 고객들의 실손의료보험 가입을 국내 손해보험사들이 꺼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NH농협손해보험은 실손보험 가입을 원천 차단하는 이른바 직업 블랙리스트를 손보업계에서 제일 적극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에 꼭 필요한 일임에도 위험한 직업에 종사한다는 이유로 보험 사각지대에 내몰리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만큼, 실손보험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손보사들의 가입 차별에 대한 비판도 함께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5일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기준으로 실손보험을 취급하는 국내 10개 손보사들이 최근 1년 간 맺은 신계약 중 보험개발원 직업등급표 상 D~E 등급에 해당하는 위험직군 가입자가 포함된 계약 비율은 평균 9.2%로 집계됐다.

    위험직군에는 통상 소방관이나 해경과 같은 공공 업무부터 택배 기사나 대리운전 기사 등 차량 운전을 주업으로 삼는 직업과 오토바이 운전을 많이 하는 음식 배달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직업들이 속해 있다. 보험개발원은 가장 안전한 A등급부터 제일 위험한 E등급까지 직업의 위험도를 나누고 있고 보험사들은 이를 보험료 산정 등에 활용하고 있다.

    조사 대상 기간 실손보험 신규 고객 가운데 위험직군 가입자 비율이 가장 낮았던 곳은 농협손보로 2.6%에 불과했다. 이는 손보업계 평균 대비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농협손보에 이어 롯데손해보험(5.8%)·현대해상(6.1%)·MG손해보험(7.1%)·메리츠화재(8.6%) 등의 실손보험 위험직군 고객 비중이 한 자릿수로 낮은 편이었지만, 농협손보에 비하면 최소 두 배 이상의 수치를 나타냈다. 이밖에 손보사들의 실손보험 위험직군 가입자 포함 계약 비율은 ▲한화손해보험 10.9% ▲KB손해보험 11.1% ▲삼성화재 12.4% ▲DB손해보험 13.4% ▲흥국화재 14.8% 등 순으로 모두 두 자릿수 대의 기록을 보였다.

    이처럼 농협손보 실손보험에서 위험직군 고객이 차지하는 비중이 적은 것은 농협손보가 다른 손보사들에 비해 이들의 가입을 피해 온 결과로 풀이된다. 실제로 농협손보가 실손보험 계약 시 가입을 거절하고 있는 직군은 224개에 이른다.

    이는 롯데손보(71개)·흥국화재(49개)·한화손보(25개)·메리츠화재(20개)·KB손보(4개)·삼성화재(2개) 등 다른 손보사들이 운영 중인 실손보험 거절직군 수와 비교해 훨씬 많은 숫자다. 현대해상과 DB손보, MG손보는 일부 심사를 통과해야 하긴 하지만 실손보험에 대해 별도의 거절직군을 두고 있지는 않았다.

    이 같은 보험사들의 직업별 가입 차별 행태는 이미 오래 전부터 비난의 대상이 돼 왔다. 그러다 금융당국이 이를 본격적으로 문제 삼기 시작하면서 다시 한 번 논란에 불이 붙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8월 열린 정책토론회에서 보험 가입이 거절되는 직군 현황을 보험사가 의무적으로 제출하도록 하는 방안을 발표하고, 고위험 직업군의 사고 위험이 실제로 높은지도 검증하겠다고 전했다.

    이어 국가인권위원회까지 힘을 보태면서 보험 가입 차별은 금융권을 넘어 사회 전반의 이슈로 떠올랐다. 같은 해 9월 인권위는 합리적 이유 없이 특정 직업군을 차별하는 것은 평등권 침해의 소지가 있다고 보고, 금감원장에게 개선 대책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인권위는 동일 직업 종사자여도 모든 직책에서 위험도가 높은 것은 아니며, 건강 상태도 차이가 있는 만큼 개인의 위험도를 동일하게 평가해 일률적으로 보험 가입을 거부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특히 실손보험은 이런 차별과 관련한 논란의 핵심이 될 수밖에 없는 상품이다. 민영 보험 상품이지만 우리나라 국민 3명 중 2명이 가입하고 있을 정도로 저변이 넓어서다. 그 만큼 실손보험 보장을 원하는 수요가 많다는 의미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보험사들이 보유한 개인 실손보험 계약은 3419만건으로 전년 말(3332만건) 대비 2.6%(87만건) 증가했다. 이는 국민 5178만명 대비 66.0% 수준이다.

    그리고 실손보험 시장의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는 것은 손보사들로, 생명보험사들보다 영향력이 월등히 큰 상황이다. 결국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원하는 실손보험에 대한 가입 차별 해소의 열쇠는 손보업계가 쥐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말 보험사들의 개인 실손보험 보유 계약 가운데 손보사들의 점유율은 81.5%(2787만건)에 달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전반적인 수요를 놓고 봤을 때 실손보험은 보험 가입 차별과 관련해 가장 민감한 상품"이라며 "실손보험 시장의 중심인 손보사들이 좀 더 능동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데일리안 = 부광우 기자]
    ⓒ (주)데일리안 - 무단전재, 변형, 무단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