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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정부가 집값 다 올려놓고 이제 와서?"


입력 2018.09.04 06:00 수정 2018.09.04 06:05        원나래 기자

오락가락 정책에 불안심리 조장 비난…“집값 상승세 꺾기 어려워”

강남 일대의 한 공인중개업소 모습.ⓒ데일리안 원나래기자 강남 일대의 한 공인중개업소 모습.ⓒ데일리안 원나래기자

“집값이 이렇게 뛸 줄 우리도 몰랐다. 수 십 년 간 부동산 공인중개 일을 해오던 한 공인중개사는 집값이 이리 오를 줄 모르고 집을 미리 팔았던 걸 후회하다 우울증까지 왔다고 하더라.”(서울 동작구의 A공인중개업소 대표의 말)

“집값을 정책으로 잡으려 한 것 자체가 오산이다. 결국 정부가 집값을 올려놓은 거나 마찬가지 아니냐. 계속되는 규제에, 오락가락하는 정책에, 사람들의 불안심리만 더 조장되면서 돈 되는 곳, 안정적인 곳에 몰리게 됐다. 이제는 지방 사람들도 지방에서는 세를 살고 서울에 집을 사는 형국까지 왔다.”(서울 강남구의 B공인중개업소 관계자의 말)

지난 3일 찾은 강남 일대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정부의 부동산 규제에도 집값이 오르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냐”는 물음에 이 같은 비난을 쏟아냈다. 시장에서는 정부가 “집값을 올린 것”이라며 “아무리 규제를 내 놓는다 해도 무슨 효과가 있겠느냐”는 반응이다.

정부는 지난해 고강도 종합대책으로 평가되는 8·2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이후 1년 만에 8·27부동산대책을 통해 서울 종로구와 중구, 동대문구, 동작구 등 4곳을 투기지역으로 추가 지정했다. 이에 따라 서울 25개 자치구 구 중 절반이 넘는 15곳이 투기지역으로 묶였고, 경기 광명과 하남은 투기과열지구로, 광교는 조정대상지역으로 신규 지정됐다. 앞서 서울시는 '여의도-용산 통합개발' 보류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이어 지난달 31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세종시에서 기자들과 만나 “등록된 임대주택에 주는 세제 혜택이 일부 과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혜택을 조금 줄여야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해 다주택자의 임대주택사업 등록을 유도하기 위해 제시한 혜택을 약 8개월 만에 거둬들이는 셈이다.

치솟는 집값을 잡기 위해 서울시는 개발계획 보류 방침을 밝혔고 정부는 규제 지역을 확대한 데 이어 추가 후속 대책을 시사하고 나섰지만, 시장은 대체로 덤덤한 분위기다.

오히려 이 같은 정부의 말 바꾸기 정책에 며칠사이 불신이 눈덩이 처럼 불어나면서 부동산 시장에 혼란을 부추긴다는 볼멘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강남구의 C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최근 인근 600가구 단지에 구 16평 1층을 8억원에 매매했다. 불과 5년 전만해도 4억원도 안 되는 가격이었는데 2배 이상 뛴 거다”라면서 “인근 단지에 비해 저평가되면서 최근 인근 시세에 맞춰 급격히 올랐다”고 말했다.

그는 “더욱이 계약자가 서울 사람이 아니라 지방에 거주하는 사람”이라며 “지방 집값이 폭락하니 오히려 안정적인 서울 강남에 집을 사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현재 지방에서는 전세로 거주하면서 서울 집을 구입하는 경우”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D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더욱 심각한 건 현재 시장에 나온 매물이 없다는 점이다”라며 “집주인 중에 급한 사람은 이미 지난해 다 팔았을 테고, 아니면 증여나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는 등 손을 써놨기 때문에 현재 매물이 없어 간간히 거래가 이뤄지고 있을 뿐”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시장에서는 추격 매수세가 다소 주춤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매물 잠김 현상이 계속되고 있어 집값 상승세를 꺾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한다. 서울 일대 중개업소들은 “규제가 나올 때 마다 반짝 하다 말 것”이라며 애꿎은 중개업소 잡기 위주로 쏠리는 정책에 대해 한탄하기도 했다.

실제로 정부와 지자체의 집값 잡기 정책에도 불구하고 서울 아파트값은 연일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8월 마지막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57% 올라 지난 2월 첫째 주 0.57%에 이어 다시 한 번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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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나래 기자 (wiing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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