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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아지는 화장품 창업 열기…업계 수익성은 빨간불


입력 2018.09.03 06:00 수정 2018.09.03 05:58        손현진 기자

제약·패션·유통 대기업까지 화장품 사업 도전…진입장벽 낮아 선호도 높아

약 5년 새 화장품업체 10배 증가…적자 내는 브랜드 잇따라 레드오션 우려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이 사업 다각화를 위한 창업 아이템으로 화장품에 주목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화장품 편집숍 '시코르'에서 열린 메이크업쇼. ⓒ신세계백화점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이 사업 다각화를 위한 창업 아이템으로 화장품에 주목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화장품 편집숍 '시코르'에서 열린 메이크업쇼. ⓒ신세계백화점

우리나라 화장품이 세계적으로 인정 받으면서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이 화장품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화장품 판매업체가 증가하면서 업계 경쟁은 더욱 심화돼 로드숍을 비롯한 기존 화장품 기업 중 일부는 수익성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화장품과 연관이 없는 업종에서도 캐시카우 사업으로 화장품을 선택하고 있다. 기능성 화장품 출시가 많은 제약부문과 트렌드 변화에 민감한 패션부문이 대표적이다.

약국 화장품의 인기에 동국제약, 일동제약, 대웅제약 등 여러 제약사들은 기능성 화장품 출시에 나선 바 있다. '센텔리안24'를 보유한 동국제약은 지난해 화장품 사업으로 600억원 매출을 올렸고, 대웅제약은 베스트셀러 화장품 '이지듀 DW-EGF 크림'으로 작년 200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올 들어 광동제약, 동화약품도 각각 한방 콘셉트의 기초 화장품을 선보이며 후발주자로 가세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과 LF 등 패션기업들도 화장품 사업으로 바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화장품 사업부 매출액은 지난해 연간 627억원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상반기에만 947억원을 기록해 전체 매출에서의 비중도 6%에서 16%로 급증했다. 패션사업 영업이익률이 2~3%에 불과한 반면 화장품 사업 영업이익률은 20%에 달한다.

LF는 내달 남성 화장품 라인인 '헤지스 맨 스킨케어'를 론칭한다. 스킨케어 라인을 먼저 선보이고 순차적으로 선크림, BB크림, 향수 라인까지 제품군을 확대할 계획이다.

'헤지스 맨 스킨케어' 로고. ⓒLF '헤지스 맨 스킨케어' 로고. ⓒLF

김인권 LF 상무는 "스몰 럭셔리의 대표 아이템으로 손꼽히는 화장품 라인을 확충한 것은 헤지스의 신흥 해외 시장진출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추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LF는 2016년부터 프랑스 화장품 브랜드 '불리1803'과 '그라네파스텔', 네덜란드 화장품 '그린랜드', 체코 화장품 브랜드 '보타니쿠스' 등의 국내 영업권을 획득해 사업을 운영해왔지만 자체 화장품 브랜드를 론칭하는 것은 처음이다.

국내 주요 백화점과 헤지스 매장, H&B스토어 등 유통망에 우선 공급한 뒤 향후 중국과 동남아시아, 중동 등 전세계 시장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이밖에도 학습지 업체 대교의 자회사 강원심층수 등이 화장품 브랜드를 선보이는 등 여러 분야의 화장품 사업 도전은 지속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처럼 창업 아이템으로 화장품이 주목받는 것은 진입장벽이 낮은 게 한 몫했다고 보고 있다. 온라인 판매를 중심으로 전개할 경우 대규모 인력이나 매장이 필요하지 않고, 화장품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및 제조업자개발생산(ODM) 업체에 의뢰해 제품을 위탁 제조하면 자체 기술이나 설비도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집계 결과 2012년 당시 829곳에 이르던 화장품 제조판매업체 수는 지난해 1만1834곳에 달해 5년 새, 약 10배 불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최대 쇼핑몰 '알 낙힐 몰'에 입점한 네이처리퍼블릭 매장 모습.ⓒ네이처리퍼블릭 사우디아라비아의 최대 쇼핑몰 '알 낙힐 몰'에 입점한 네이처리퍼블릭 매장 모습.ⓒ네이처리퍼블릭

하지만 한정된 내수시장에서 파이 나누기 싸움이 격화되면서 올해 상반기 로드숍 브랜드 실적은 대부분 하락세를 보였다. 미샤·어퓨를 운영하는 에이블씨엔씨는 올해 2분기 영업손실 5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흑자에서 적자로 전환했다. 상반기 기준으로도 매출 1684억원에 영업손실과 순손실을 내며 적자로 돌아섰다.

토니모리는 올해 상반기 연결 매출액이 890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20% 줄었고 8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네이처리퍼블릭은 2016년 적자 전환한 뒤 긴축 경영에 돌입해 올해 상반기 가까스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다만 긴축 경영에 따라 매장 수가 2015년 770개에서 현재 680여개로 줄었다.

반면 화장품 사업의 인기로 국내 주요 화장품 OEM·ODM 기업인 코스맥스와 한국콜마 실적은 개선됐다. 코스맥스는 올해 2분기 매출이 3275억원, 영업이익 186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각각 41%, 29.7% 증가했다. 특히 이 기간 국내부문 매출은 작년 대비 38% 급증한 1901억원을 기록했다.

한국콜마는 올해 2분기 매출 3600억원, 영업이익 245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각각 73.8%, 44.1% 늘었다. 지난 4월 인수한 CJ헬스케어 매출 801억원을 제외해도 매출 성장률은 35%에 이른다. 회사 측은 상반기 매출 신장 배경으로 화장품부문 성장을 꼽았다.

한 화장품 중소업체 관계자는 "2~3명만 모여도 화장품 브랜드를 만들 수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이 분야는 진입장벽이 높지 않다"며 "자체 매장이든 소셜미디어 계정이든 판로만 확보할 수 있으면 너도 나도 화장품 창업에 나서는 분위기에 과열 경쟁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손현진 기자 (sonso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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