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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 단골메뉴' 대기업 보험사 퇴직연금 몰아주기 여전


입력 2018.09.03 06:00 수정 2018.09.03 07:07        부광우 기자

계열사 의존도 46.4%…1년 전과 별반 차이 없어

삼성생명 등 지금도 절반 이상…올해도 논란 예고

자산 기준 국내 10대 대규모기업집단 소속 6개 보험사들의 확정기여형(DC)·확정급여형(DB) 퇴직연금 적립금 중 자기계열사 발생 금액 비중.ⓒ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자산 기준 국내 10대 대규모기업집단 소속 6개 보험사들의 확정기여형(DC)·확정급여형(DB) 퇴직연금 적립금 중 자기계열사 발생 금액 비중.ⓒ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주요 대기업 그룹 소속 보험사들의 과도한 계열사 퇴직연금 의존 현상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생명은 지금도 퇴직연금 적립금의 절반 이상을 식구들로부터 받은 돈으로 채우고 있었고, 현대라이프생명은 사실상 전체를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들에게 기대고 있었다.

이런 현실을 바꿔보자며 5년 전 이들이 맺었던 약속은 이미 휴지조각이 돼버린 지 오래인 가운데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온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대기업 계열 보험사들의 퇴직연금 몰아주기는 또 다시 논란거리가 될 전망이다.

3일 생명·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자산 기준 국내 10대 대규모기업집단에 소속돼 있는 6개 보험사들의 올해 6월 말 확정기여형(DC)·확정급여형(DB) 퇴직연금 총 적립금 31조9052억원 중 계열사에서 발생한 금액은 46.4%(14조8084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즉, 대기업 계열 보험사들이 운용하고 있는 퇴직연금 물건의 절반 가까이는 그룹 내 식구들 품에서 나온 돈이라는 얘기다.

이 같은 해당 보험사들의 높은 퇴직연금 계열사 의존도는 1년 전과 비교해 별반 나아지지 않은 수준이다. 실제로 지난해 6월 말 이들의 전체 퇴직연금 29조1991억원 가운데 계열사의 몫이 47.9%(13조9828억원)였던 것과 비교하면 다소(1.5%포인트) 낮아지기는 했지만 큰 변화로 보긴 힘들다는 지적이다.

회사별로 보면 국내 최대 보험사인 삼성생명이 식구들로부터 받아 온 퇴직연금 자산 규모가 단연 컸다. 올해 상반기 말 삼성생명의 퇴직연금 적립금 21조2660억원 중에서 계열사에서 넘어온 금액은 11조346억원으로 전체의 51.9%를 차지했다. 지난해(53.7%)보다는 1.8%포인트 낮아진 비율이다.

또 다른 삼성 계열 보험사인 삼성화재 역시 퇴직연금의 3분의 1 가까이를 다른 계열사로부터 채우고 있었다. 지난 6월 말 삼성화재의 퇴직연금 적립금 3조3473억원 가운데 33.1%(1조1076억원)가 자기계열사로부터 나온 돈으로, 1년 전(33.4%)과 크게 다르지 않은 비중을 보였다.

비율만 놓고 보면 현대라이프의 퇴직연금 계열사 의존이 가장 심각했다. 현대라이프의 올해 6월 말 퇴직연금 적립금 1조2302억원 중 무려 97.9%(1조2038억원)가 현대차그룹 내 다른 계열사들의 몫이었다. 현대라이프의 이 같은 퇴직연금 계열사 비중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98.0%)과 비교해 거의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이밖에 롯데손해보험의 지난 6월 말 퇴직연금 적립금 2조3000억원에서 자기계열사 비중은 38.9%(8955억원)를 기록했다. 한화생명의 경우 퇴직연금 적립금 3조7576억원 가운데 15.1%(5669억원) 정도를 계열사에게 의존하고 있다. 한화손해보험만 퇴직연금 자산 전액을 외부에서 조달하고 있었다.

이처럼 대기업 계열 보험사들의 지나친 퇴직연금 몰아주기를 둘러싼 지적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금융시장의 공정한 경쟁 구도를 깨는 행위인데다, 계열사 퇴직연금에 상대적으로 더 높은 수수료를 부과해 결과적으로 근로자가 손해를 볼 개연성도 다분하다는 비판이 계속돼 왔다.

이에 금융사들은 2013년 자체적으로 퇴직연금 일감 몰아주기를 규제하는 자율결의를 맺기도 했다. 당시 이들은 2015년까지 총 퇴직연금 적립금 대비 계열사 적립금 비중을 50% 이하로 낮추기로 했다. 하지만 다수의 보험사들이 이런 협약을 무시하면서 그 심각성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해마다 정무위원회 국감에서는 이 문제에 대한 질타가 끊이지 않아 왔다. 특히 지난해 국감에서는 실제로 계열사 퇴직연금 몰아주기를 배경으로 부당한 합의가 사례가 있다는 의혹 제기가 나오면서 논란이 커지기도 했다.

당시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과거 삼성SDI가 삼성화재의 적용금리가 낮은 것을 인지하고도 최직연금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아울러 심 의원은 삼성화재가 삼성SDI와 보험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공시이율을 올렸다고 주장하면서, 이는 금품을 통한 특별이익 제공을 금지하고 있는 보험업법을 위반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따라 눈앞으로 다가온 올해 국감에서도 대기업 계열 보험사들의 퇴직연금 실태를 둘러싼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질 전망이다. 올해 국감은 오는 10월 10일부터 같은 달 말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대기업 계열 보험사들의 퇴직연금 구조가 크게 달라진 면이 없어 올해 정무위 국감에서도 해당 문제에 대한 지적이 다시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며 "구조적으로 즉각 해소하기 힘든 문제이긴 하지만 연금시장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만큼 현실적인 해소 방안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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