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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2% 부족' 금융 채용박람회 '동상이몽' 의 현장


입력 2018.08.30 06:00 수정 2018.08.30 06:58        김지수 기자

상담·면접 등으로 채용박람회 '인산인해'…주최측 성공적 자평

구직자 "짧은 면접시간·막연한 설명" 이구동성 아쉬움 토로

29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2018 금융권 공동 채용 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이 면접을 보기 위해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29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2018 금융권 공동 채용 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이 면접을 보기 위해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많은 비가 쏟아진 29일 오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알림1관. 궂은 날씨 속 박람회장은 정장 차림의 금융권 현장면접 대상자들로 가득찼다. 면접자들은 대기실에서 상기된 표정으로 오랜 시간을 기다렸고, 면접을 마친 구직자들 역시 개별 상담부스에 들러 채용과 관련한 궁금한 점을 묻거나 채용관련 자료를 챙기기도 했다.

은행·보험·증권·카드 등 59개 금융사가 참여한 금융권 공동 채용박람회 첫날의 모습은 취업준비생 뿐 아니라 고등학생, 취업준비생 자녀를 둔 부모 등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업권별 채용관 뿐 아니라 AI 자기소개서 컨설팅, 이력서 컨설팅, 면접 메이크업 체험, 캘리그라피, 캐리커쳐 등 다양한 부대 행사가 많은 관심 속에 진행됐다.

이날 박람회에 참석한 구직자들은 다양한 금융회사들이 한데 모여 채용박람회를 열었다는 자체에 만족감을 나타냈다. 금융권 취업을 준비 중이거나 관심 있는 금융회사를 한 곳에서 만나볼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기 때문이다. 한 손해보험사 상담부스를 찾은 박 모씨(25)는 “현직자들에게 직접 채용 관련 설명을 들으니 선배나 동아리,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정보를 얻을 때보다 훨씬 더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행사 규모 등에 비해 현장에서 얻을 수 있는 실질적인 정보 등이 다소 부족했다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취업준비생 이 모씨(27)는 “취준생 입장에서 궁금한 것과 채용 담당자가 답변해주는 내용이 정확히 딱 맞아 떨어지지는 않는 것 같다”며 “구직자 입장에서는 지원회사의 특징이나 채용계획, 직무 등에 대해 알고 싶은데, 정작 연봉이나 복지와 관련된 장점만 늘어놓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한데 몰린 구직자에 비해 상담시간과 현장 인력이 한정된 부분 또한 보완해야 할 점으로 꼽혔다. 금융권 취업준비 1년차 윤 모씨(26)는 “사람이 많아 구직자들을 한데 모아놓고 설명한 부분이 많아 아쉽다”고 말했다. 4년째 금융공기업 입사를 준비 중이라는 이 모씨(29)는 “자소서 첨삭이 가장 도움이 됐다”면서 “다만 상담부스에서의 설명이 포괄적이어서 정작 알고 싶은 (채용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은 듣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29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2018 금융권 공동 채용 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이 면접을 보기 위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29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2018 금융권 공동 채용 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이 면접을 보기 위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한편 이날 현장면접에 나선 구직자들 사이에서도 준비기간에 비해 면접시간이 다소 짧았다는 불만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우수 면접자에 대해서는 서류전형 통과 혜택 등 인센티브가 주어지는 만큼 취업준비생들 입장에서는 더욱 간절한 기회로 다가왔던 측면이 클 터였다. 또한 현장 면접을 미리 신청해야만 볼 수 있고, 1인 당 금융사 1곳에만 지원할 수 밖에 없는 점에 대해서도 적지 않은 아쉬움을 드러냈다.

실제로 이날 신한은행, KB국민은행, 농협은행 등 6개 은행에서는 구직자 2416명을 대상으로 1대 1 현장면접이 이뤄졌다. 어수선한 장내 정리를 위해 곳곳에 배치된 진행 요원들은 주어진 면접 시간이 끝나면 “마감하겠습니다”를 크게 외쳤고 구직자들은 아쉬운 표정으로 자리를 떠나야만 했다. 이같은 면접자들의 행렬은 행사가 끝나는 오후 6시 무렵까지 계속됐다.

시중은행 면접을 위해 이날 아침 경남 창원에서 3시간 가량 KTX를 타고 상경했다는 이 모씨(27)는 “편안한 분위기에서 면접이 진행되도록 면접관들이 신경을 써주는 분위기였다”면서도 “가장 아쉬웠던 점은 한 사람 당 5분에 불과한 면접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또다른 시중은행 면접 대상자 김 모씨 역시 “짧은 면접 시간 동안 긴장이 풀리지 않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번 행사에서는 지역 구직자들을 위한 화상면접이 진행되긴 했으나 아직 그 규모나 기관 참여율 등이 미미하다는 점에서 사실상 크게 와닿지 않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금융공기업 취업과 관련한 정보를 얻기 위해 광주광역시에서 올라왔다는 김 모씨(25)는 “지방에서는 오고 싶어도 못 오는 사람이 많다”며 “서울 뿐 아니라 지방에서도 이런 행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박람회에 참여한 채용담당자들 역시 한정된 시간과 취업 준비에 있어 천차만별인 구직자들, 행사의 디테일한 부분에 있어 다소 아쉬움을 피력했다. 한 증권업계 상담부스의 채용 담당자는 “증권업계 취업을 위해 어떤 것을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해 많이 묻는다”며 “그럼에도 직무조차 알지 못한 채 막연히 오는 지원자들이 많다”고 했다. 그는 “우리 입장에서는 전체적으로 어떤 직무가 있고, 직무별 차이점 정도로만 설명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권 채용담당자는 “회사와 직무에 대해 알고 와야 구체적인 답변이 가능한데, 박람회에서 상담부스를 찾는 사람들이 교복을 입은 고등학생부터 다 년간 금융권 취업을 준비한 구직자까지 천차만별이라 포괄적인 답변이 불가피한 경우가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아울러 한 은행권 채용담당자는 “금융권 채용박람회 시기가 하반기 금융기관 채용과 거의 맞물려 있다는 점이 안타깝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상담 현장에서는 금융권 취업 준비를 위해 각종 자격증이나 필기시험 공부 등이 도움이 된다는 방향으로 상담을 해주고 있는데 정작 금융권 채용이 코 앞에 닥친 상황에서 구직자들에게 장기간의 준비를 기대하기도 어려운 만큼 향후에는 이에 대한 부분도 충분히 고려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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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 기자 (jskim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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