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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앞으로 통계 믿겠나?…'통계' 아니라 '정책' 바꿔야


입력 2018.08.28 15:30 수정 2018.08.28 15:32        데스크 (desk@dailian.co.kr)

<칼럼> 역린 통계, 여당이 '소득주도성장' 효과 홍보위해 존속시켜

"교체 이유가 명분이 없다…후임자가 적임자가 아니다"

<칼럼> 역린 통계, 여당이 '소득주도성장' 효과 홍보위해 존속시켜
"교체 이유가 명분이 없다…후임자가 적임자가 아니다"


ⓒ데일리안 DB ⓒ데일리안 DB

다가오는 9월 1일은 제 24회 '통계의 날'이다. 한국 근대 통계의 출발점으로 평가되는 ‘호구조사규칙’이 시행된 1896년 9월 1일을 기념하기 위해 1995년 제정된 날이다. 

'통계의 날'을 앞두고 청와대에 묻는다. 왜 수많은 민간 통계기관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혈세로 국가기관인 '통계청'을 설치·운용하는가?

정권 입맛에 맞는 ‘맞춤형 통계'를 통해 정권의 업적을 홍보하기 위함인가? 아니면 '현실'보다 '정권의 코드'에 맞는 '왜곡된 통계'로 국민의 눈과 귀를 가려 정책을 오도하기 위함인가?

결코 아니다. 정권 입맛에 맞는 ‘맞춤형 통계'와 팩트를 왜곡한 통계로는 결코 정책의 나침반 역할을 할 수 없다.

"정확성, 시의성, 유용성을 갖춘 신뢰받는 통계를 생산하여 정책의 성과를 가늠하고 방향을 설정하는 근거로 삼는다."

필자가 규정하는 통계청의 존재이유다.

이 점에서 문 대통령이 갑자기 현 황수경 통계청장을 교체한 것은 통계청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본질적으로 훼손하는 중대한 문제다.

첫째, 교체 이유가 명분이 없다.

통상 재임 기간이 2년 안팎인 자리를 13개월 만에 바꾼 이유가 바로 정권의 입맛에 맞지 않은 통계를 발표한 것 때문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최근 통계청에선 재난에 가까운 고용 감소와 소득 분배 악화를 보여주는 통계를 연이어 발표했다.

바로 실업률이 18년 만에 최고로 치솟고, 실업자가 7개월째 100만명을 웃돌며, 지난해 월평균 30만개 늘어났던 일자리가 월 10만개 선으로 떨어졌다가 급기야 지난달에는 5000개 증가에 그쳤다는 통계다.

문 대통령이 아무리 “취업자 수와 고용률, 상용 근로자의 증가,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의 증가 등 전체적으로 보면 고용의 양과 질이 개선됐다''고 강변해도 부인할 수 없는 팩트다.

이러한 통계청의 발표는 청와대의 심기를 계속 건드렸을 것이다. 필자가 보기에 통계청이 결정적으로 정권의 역린(逆鱗)을 건드린 것은 '5월 가계소득 동향 발표'다.

바로 ‘하위 20% 소득 역대 최고치 감소’, ‘양극화 지수 사상 최악’으로 해석되는 통계다. 정권을 가장 아프게 했던 통계다.

당초 이 통계는 올해부터 없애려다 정부·여당이 ‘소득주도 성장'의 효과를 홍보하기 위해 존속을 밀어붙인 것이다.

결국 '추미애 대표의 드루킹 댓글 조작 고소'처럼 스스로 제 발등을 찍은 것이다.

청와대는 지금도 이 통계가 ‘올해 조사 표본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저소득층 가구가 많이 포함됐다’는 점을 계속 문제삼고 있다. 김동연 부총리조차 별 문제 없다는 것을 책임 면피를 위해 계속 아전인수격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대통령이 통계청장을 경질한 것은 '가계소득조사'로 제 발목을 잡은 정부·여당이 애꿎은 통계청장을 희생양으로 삼은 셈이다.

이것이 과연 정당하고 공정한 인사인가?

정책을 잘못해 결과가 좋지 않으면 정책 입안자가 책임져야지 왜 통계청장이 책임 지는가? 불난 것은 놔두고 불이 났다고 알린 사람을 자른다면 과연 불이 꺼지는가? '정책'을 바꾸지 않고 '통계'만 바꾼다면 고용이 늘고 분배가 개선되는가?

물러난 통계청장은 언론에 "제가 그렇게 말을 잘 들은 편은 아니었다"고 했다. 청와대에서 상당한 압력이 있었다는 합리적 추론이 가능한 부분이다.

그렇다면 과거 박근혜 정권 때 정권의 정책 방향과 맞지 않은 문체부 1급 공무원 3명을 경질하여 직권남용으로 기소된 건과 무엇이 다른가? 인사권까지 '내로남불'인가?

청와대는 지금이라도 '통계'가 아니라 '정책'이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겸허히 인정하고 방향을 근본적으로 수정해야 할 것이다.

둘째, 후임자가 적임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신임 통계청장인 강신욱 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주로 '소득불평등' 연구를 해온 인물로 '통계의 전문가'가 아니다. 신뢰성 있는 통계서비스로 통계청을 국가데이터 허브로 거듭나게 할 적임자가 결고 아니다.

무엇보다 이 분은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가 90%”라는 5월 문 대통령 발언의 근거 자료를 작성한 당사자다. 통계청 자료에서 분석 대상을 '가구'가 아닌 '개인 근로자'로 바꾸고, '소득 감소가 많은 실직자와 자영업자는 아예 제외'해 왜곡 논란에 휩싸였던 바로 그 자료다.

이 자료는 당시 대부분의 언론으로부터 ‘통계 왜곡’이란 비판을 들었지만 어쨌든 '정권의 입맛’에는 맞는 것이었다.

이런 분에게 과연 객관적이고 공정한 통계를 기대할 수 있는가? 통계청의 독립성과 전문성, 자율성을 기대할 수 있는가? 이런 분이 내는 통계를 과연 국민들이 믿고 신뢰할 수 있는가?

앞으로도 계속 정책에 맞는 ‘코드 해석’을 내놓거나 불리한 통계는 공개를 꺼리지 않을까 하는 것이 합리적 우려가 아닌가?

청와대는 '가치판단'이 아니라 '팩트'의 영역인 통계에는 보수와 진보가 없으며 오로지 '현실 그대로의 숫자'만 있다는 사실을 깊이 명심해야 한다.

통계가 있는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지 못하면 제대로 된 정책을 수립할 수 없음을 깨닫고 통계청의 독립성을 확고하게 보장해야 한다.

'통계 조작'은 '여론 조작' 못지않은 민주주의의 중대한 적이다. 경제 성적이 나쁘면 '정책'을 바꿔야지 '통계'만 바꾸려 해선 결코 안 된다.

현 정권의 경제 성적표는 '통계'가 없어도 국민들이 '체감(體感)'으로 더 잘 안다.

청와대와 정부·여당은 ‘국가는 국민의 신뢰 없이 바로 서지 못한다’는 '무신불립(無信不立)'의 경구를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글/서정욱 변호사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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