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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는 간데없고…"적폐" "배척" 흉흉한 바른미래당


입력 2018.08.28 05:00 수정 2018.08.28 06:06        정도원 기자

9·2 전당대회, 당권 경쟁에서 '탈권 투쟁'으로 격화

"배척할 사람 배척해야…비례 13명, 교섭단체 지장없어"

친안(親安) 박주원, 장성민 컷오프 계기로 탈안(脫安)
"안심은 손학규, 들러리 서지 말고 후보 총사퇴해야"


손학규 바른미래당 상임고문이 지난 8일 오전 국회에서 9·2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손학규 바른미래당 상임고문이 지난 8일 오전 국회에서 9·2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동지는 간데없고 당 깃발만 나부낄 판이다.' 바른미래당 9·2 전당대회가 당권파를 겨냥한 비당권파의 '탈권 투쟁'으로 격화되면서 "적폐" "배척" 등의 단어가 난무하는 흉흉한 분위기로 치닫고 있다.

박주원 전 최고위원은 2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당대표 경선에서 더 이상의 안심(安心·안철수 전 대표의 의중) 논란은 필요가 없다"며 "'안심'은 이미 손학규 후보로 정해졌고, 더 이상 무의미한 선거에 들러리를 서지 말고 당대표 후보들은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나아가 "현재 진행되고 있는 당 지도부 경선은 원천적으로 무효"라며 "이준석 후보의 표현처럼 '손에 손잡고' 선거를 포기하는 것만이 당을 살리는 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전 최고위원은 지난 21일 안철수 전 대표와 서울 마포구 싱크탱크 '미래' 사무실에서 회동한 인사다. 당시 박 전 최고위원은 장성민 세계와 동북아평화포럼 이사장이 예비경선에서 탈락한 것과 관련해 안 전 대표에게 강력히 항의하며, 예비경선 ARS 투표 조작 의혹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박 전 최고위원은 원래 '친안(친안철수)'으로 분류됐던 인사라는 점이다. '친안'은 9·2 전당대회를 앞두고 손학규·김영환·장성민 지지 등으로 흩어졌는데, 이 중 장성민 이사장이 컷오프되면서 장 이사장 쪽에 섰던 '친안'들이 '탈안(脫安)'이 돼서 비당권파로 이반하는 모양새다.

이날 박 전 최고위원은 기자회견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당권파를 "십상시(十常侍)"라고 지칭했다. '십상시'는 옛 바른정당 출신 비당권파 이준석 후보가 이태규 사무총장을 비롯한 안 전 대표 측근 당권파를 지칭하는 단어다.

이번 전당대회 과정에서 비당권파의 중심에 서 있는 이준석 후보는 앞서 26일자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보인 당권파의 작태를 보면 어떻게 안고 가겠느냐"며 "배척할 사람은 배척해야 한다"고 포문을 열었다. "지방선거 당시 공천 파동을 일으킨 사람은 '적폐'"라고까지 했다.

이 후보는 "구조적으로 봐도 바른미래당은 비례대표 의원이 13석"이라며, 배척할 사람을 배척해도 "교섭단체 유지에는 지장이 없다"고 단언했다.

비례대표 13석 보유권 노린 '탈권 투쟁' 시작됐나
"당권파 못 안고 간다…배척할 사람은 배척해야"


이준석 바른미래당 서울 노원병 당협위원장이 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9·2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준석 바른미래당 서울 노원병 당협위원장이 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9·2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같은 당 인사를 "적폐"라 지칭하고 "배척해야 한다"고까지 한 것은 일반적인 당내 경선에선 이례적 모습이다. 이 인터뷰를 통해 이 후보가 옛 국민의당계의 중심인 안 전 대표를 정조준하고 있다는 게 분명해졌다는 분석이다.

이를 놓고 분당(分黨) 직전에 벌어지는 '탈권(奪權) 투쟁'의 단계에 당이 접어들었다는 관측도 나온다.

옛 국민의당은 지난 2016년 총선에서 비례대표 의원 13명을 당선시켰다. 옛 바른정당은 총선 이후에 창당했기 때문에 비례대표 의석은 한 석도 없다.

비례대표 의원은 탈당하면 의원직을 상실하기 때문에, 당권이 뜻하지 않은 쪽으로 넘어간다고 해도 반발해서 탈당할 수가 없다. 박주현·장정숙·이상돈·박선숙 의원도 이 때문에 아직도 형식적으로는 바른미래당 당적(黨籍)으로 남아 있다.

'십상시'라 지칭되는 당권파를 타도해서 안 전 대표의 당에 대한 영향력을 일소하고, 비례대표 의원 13명 보유권을 포함한 당권 자체를 가져오려는 '탈권 투쟁'이 옛 바른정당 출신과 탈안(脫安·친안에서 이탈한 인사들) 세력이 뭉친 비당권파에 의해 전개되고 있다는 관측이다.

일반적으로 '탈권 투쟁'이 진행되면 그 이후의 수순은 분당이다. '탈권 투쟁'은 당권을 끝내 놓치거나 빼앗긴 쪽이 당에서 축출되는 형태로 끝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2015년 2·8 전당대회 이후 한 해 내내 전개됐던 비노(비노무현)계의 새정치민주연합 '탈권 투쟁'이 실패로 끝나면서, 결국 분당과 국민의당 창당으로 이어졌다.

2016년 연말 나경원·김세연 의원의 원내대표·정책위의장 출마와 유승민 비상대책위원장 옹립 계획 등으로 대표되는 비박(비박근혜)계의 새누리당 '탈권 투쟁' 역시 실패로 마무리되면서, 분당이 되고 바른정당이 창당되기도 했다.

'탈권 투쟁'의 끝은 분당, 위기의 바른미래당
"동지인가, 이런 사람들과의 통합이 옳았나"


김영환 바른미래당 전 사무총장이 지난 13일 국회에서 열린 공명선거 선포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김영환 바른미래당 전 사무총장이 지난 13일 국회에서 열린 공명선거 선포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단순히 당대표가 누가 되느냐가 아니라, 당권을 놓고 축출이 되느냐 안되느냐의 '탈권 투쟁' 의도가 비당권파에 의해 노골화하자, 반대편에 서 있는 인사들의 대응도 격화되고 있다.

김영환 후보는 앞서 데일리안과의 인터뷰에서 이 후보의 지방선거 자금 관련 문제제기를 향해 "낡은 정치 기법을 활용해 덮어씌웠다"며 "동지인가, 이런 사람들과의 통합이 옳았나 생각했다"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터무니없는 흑색선전에 다른 당이었다면 법적 대응했을 것"이라며 "용서할 수도 없고, 용납할 수도 없는 일"이라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졸지에 '당권파의 숙주'로 매도당하고 있는 손학규 후보는 이 후보의 '십상시' 축출 요구를 향해 "선거(경선) 때 징계하라 말라 이런 이야기를 할 때가 아니다"라며 "우리나라가 동방예의지국인데, 이 후보가 나에게 그렇게 소리치면서 (징계하라고) 야단할 것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국민의당 출신 한 의원도 이 후보의 이데일리 인터뷰와 관련해 "비례대표 의원 13명을 이준석 후보가 붙였느냐, (옛 바른정당 출신) 유승민 대표가 붙였느냐"라며 "남이 일궈놓은 정치적 자산을 완전히 꿀꺽 삼키려는 노골적인 '탈권 공작'"이라고 비판했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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