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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법 개편, 기업별 희비 엇갈려


입력 2018.08.27 11:26 수정 2018.08.27 12:26        박영국·이홍석 기자

삼성, 금융보험사 의결권 제한 기준 유지로 한숨 돌려

현대차, 사익편취 규제 확대 직격탄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공정거래법 전속고발제 개편 합의문'에 서명을 마친 후 브리핑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공정거래법 전속고발제 개편 합의문'에 서명을 마친 후 브리핑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삼성, 금융보험사 의결권 제한 기준 유지로 한숨 돌려
현대차, 사익편취 규제 확대 직격탄


공정거래법이 38년 만에 개편되면서 기업들도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특별위원회의 권고안에 비해 완화됐다고는 하지만 기존 체제에 비해 기업활동에 대한 압박이 심해졌다는 데는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기업별로는 일부 조항 변경에 따라 직격탄을 맞은 경우가 있는가 하면 우려했던 규제를 피해간 경우도 있는 등 희비가 엇갈린다.

지난 26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을 살펴보면 기업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주요 내용은 ▲공익법인의 계열사 의결권 행사 금지 ▲사익편취 규제 대상 총수일가 지분율 상장·비상장사 20% 일원화 ▲자회사와 손자회사에 대한 지분율 요건 강화 ▲전속고발제 부분 폐지 등이다.

유정주 한국경제연구원 기업혁신팀장은 이번 개정안에 대해 “부분적으로 보면 다소 완화된 내용이 없지는 않지만 초안에서 거론됐던 핵심 규제들은 모두 포함됐다”며 “특위 안이 거의 그대로 들어간 일감몰아주기 규제 등은 대기업들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개정안 중 공익법인의 계열사 의결권 행사 금지는 전반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현재 삼성, 현대차, SK 등 국내 대기업집단에 소속된 165개 공익법인의 자산 중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21.8%로 일반 공익법인(5.5%)의 4배에 달한다.

대기업 총수와 지배회사들은 이들 공익법인이 보유한 계열사 지분을 활용해 지배권을 유지해왔으나 앞으로는 공익법인이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면서 총수나 지배회사 자체 지분율을 확대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삼성그룹의 경우 삼성문화재단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지분 각각 4.69%와 2.87%를 보유하고 있으며, 현대차그룹의 현대차정몽구재단은 이노션과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9.00%, 4.46%씩 갖고 있다. SK그룹은 한국고등교육재단이 SK케미칼 지분 1.08%를, LG그룹은 엘지연합학원이 (주)LG 지분 2.13%를 보유하고 있다.

사익편취 규제 대상 총수일가 지분율 일원화로 영향을 받는 대표적인 기업은 현대차그룹이다.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 등 총수 일가는 당초 이노션 지분 80%와 글로비스 지분 43.4%를 보유하고 있다가 2014년 일감몰아주기 규제 시행 이후 각각 해당 기업 지분율을 규제기준(상장사 30%) 아래인 29.99%씩으로 낮췄었다.

하지만 이번 법 개정으로 상장사도 총수일가 지분율 규제기준을 20%까지 낮추도록 하면서 추가로 지분을 매각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글로비스에 대한 총수 일가의 지분율을 낮추는 것은 기존 지배구조개편안에도 포함돼 있던 것으로, 회사가 추구하는 방향성과도 일치하기 때문에 큰 위협 요인은 아니라고 본다”면서 “다만 공정거래법 개편 시행 시기와 그룹 지배구조 개편이 이뤄지는 시기 사이에 타이밍이 잘 맞아야 한다”고 말했다.

자회사와 손자회사에 대한 지분율 요건 강화와 관련해서는 SK와 LG, 롯데그룹 등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기존 회사는 제외하기로 하면서 일단 한숨 돌리게 됐다.

공정위는 자회사와 손자회사에 대한 지분율 요건을 기존 상장사 20, 비상장사 40%에서 개편 이후 각각 30%, 50%로 확대하되, 새로 설립되거나 전환되는 지주회사에 대해서만 적용키로 했다.

강화된 요건이 적용됐을 경우 SK그룹은 SK텔레콤과 SK하이닉스, LG그룹은 LG상사, 롯데그룹은 롯데칠성음료와 롯데제과에 대해 추가적으로 지분을 취득해야 했다.

금융보험사 의결권 제한 규제 기준을 특위 의견대로 5%로 낮추지 않고 현행 15%로 유지키로 한 것은 삼성그룹에게는 긍정적인 결과다. 삼성그룹은 금융보험사인 삼성생명(7.92%)과 삼성화재가 삼성전자 지분을 각각 7.92%와 1.38%씩 보유하고 있어 특위안이 반영됐다면 5%를 넘는 지분 매각을 고민해야 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금융보험사의 의결권 제한 강화의 경우, 해당되는 기업이 삼성 1곳 뿐이라 과도한 규제라는 지적이 많아 그대로 추진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속고발제 부분 폐지에 대해서는 재계 전반적으로 우려가 크다. 전속고발권은 공정거래 관련 사건에 대해 공정위의 고발이 있는 경우에만 검찰이 기소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그동안 재계는 전속고발권이 전면 폐지되면 고발이 남용돼 기업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해 왔다.

이번 공정거래법 개편안에서는 가격담합·입찰담합·시장분할 등 ‘경성담합’에 대해서만 전속고발제를 폐지하는 방식으로 한정했으나 부작용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는 게 재계 입장이다.

대기업 한 관계자는 “공정거래 관련 사안은 내용이 복잡하고 업종별 특수성이 있기 때문에 검찰이 보편적인 잣대로 판단했다가는 부작용이 클 것”이라며 “정상적인 기업활동과 담합이나 불공거래 행위의 경계선이 모호하고 업종별로 독과점이 불가피한 분야도 있는데 전속고발권이 폐지되면 이런 점을 고려하지 않은 고발이 수없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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