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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시대는 "불의의 시대"이고 나만 정의로운가


입력 2018.08.27 10:34 수정 2018.08.27 10:36        데스크 (desk@dailian.co.kr)

<칼럼> 盧대통령 "대한민국, 실패한 역사" 떠올라

한 시대를 싸잡아 "불의의 시대"라 칭하면 어떡하나

<칼럼> 盧대통령 "대한민국, 실패한 역사" 떠올라
한 시대를 싸잡아 "불의의 시대"라 칭하면 어떡하나


더불어민주당 8·25 전당대회(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더불어민주당 8·25 전당대회(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민주당 전당대회에 보낸 영상메시지에서 다른 말도 했지만 "불의의 시대를 밀어내고 공정하고 정의로운 나라를 만들고 있다"고 한 대목이 눈에 걸린다.

불의의 시대라 함은 따져보나마나 현 민주당 정부가 들어서기 전의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을 가리키는 말일 것이다. 설마 김대중·노무현 정부까지 욕할 리는 없을 테니까…….

'불의의 시대'라는 용어는 문 대통령이 이번에 처음 쓴 표현은 아니다. 인터넷에서 검색을 해보면 운동권 내지 좌파 정치인·단체가 보수세력 또는 기존질서를 공격할 때 즐겨 써온 표현임을 금방 알 수 있다.

그런데 대통령의 말씀 중에 각이 진 표현은 본인이 원하든 원치 않든 울림이 클 수 있다.

그전에 노무현 전 대통령이, 광복 이후 폐허나 다름없는 악조건에서 세계 10위권의 강소국으로 성장해온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정의가 패배하고 기회주의가 득세한 역사, 실패한 역사"라고 깎아내렸던 것은 두고두고 입에 오르내렸다.

문 대통령의 표현대로 지난 10년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이 불의의 시대였다면, 그 기간 우리 사회는 온통 불의였나. 우리 국민들은 불의 투성이 속에서 숨쉬고 살아왔나.

그 기간 우리 국민들과 기업들이 이룬 경제적 성장, 사회의 변화나 의식의 발전 모두 불의한 여건에서 성취된 것인가. 정말 어림없는 말씀이다.

물론 어떤 시대에도, 당연히 문재인정부에서도 불의한 사건은 더러 생기고 불의한 일을 저지른 사람들도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한 시대를 싸잡아 통째로 불의의 시대였다고 하면 어떡하나. 법과 정의의 구현이 존재가치인 사법부는 그 시절에 뭐했으며, 그 불의의 시대에 민주당 정치인들은 팔짱만 끼고 있었나.

지도자의 언변이 어찌 이리도 가벼운가. 아무리 자신과 그 진영 세력의 득세를 정당화하기 위한 의도라도 대통령으로서 국민들에게 하실 말씀인가.

어려운 기대인지 모르나 전임 정부의 기간을 "불의의 시대"라고 표현한 것은 제발 문 대통령 본인의 진의가 아니었길 바란다.

광기의 이념에 빠진 청와대 참모진들이나 사악한 운동권 용어에 익숙한 연설원고 작성자들이 더 이상 대통령의 입을 똑같이 삐뚠 모양으로 만들지 말기를, 그리고 묵묵히 근면하게 살아온 많은 국민들을 마치 불의한 시대의 피해자인 것처럼 오해하게 만드는 일이 없기를 진심 바란다.

글/석동현 전 서울동부지방검찰청 검사장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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