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선언과 적화통일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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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전선언과 적화통일 전략
    ‘선언’으로는 평화보장 불가…종전선언→정전협정 무력화→평화협정→한반도 공산화
    종전선언의 목적은 동맹해체와 미군철수…국난(國難)극복에는 국민의 각성이 기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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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 : 2018-08-27 07:00
    박휘락·김태우·송대성·신원식
    ‘선언’으로는 평화보장 불가…종전선언→정전협정 무력화→평화협정→한반도 공산화
    종전선언의 목적은 동맹해체와 미군철수…국난(國難)극복에는 국민의 각성이 기본


    ▲ ⓒ데일리안 DB

    미국의 트럼프(Donald J. Trump) 대통령은 24일 폼페이오(Mike Pompeo) 국무장관의 방북계획을 취소시키면서 “북한 비핵화에 대한 진전 미흡”을 이유로 들었다. 만시지탄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현실을 자각하는 것 같은 징후를 보여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그리고 미국은 조속히 북한의 객관적 실체를 정확하게 인식하면서 북한이 진정으로 핵무기를 폐기할 때까지 과거와 같이 “최대 압박과 관여”(Maximum Pressure and Engagement)을 강력하게 추진해주기를 바란다. 당연히 한국 정부도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현실인식을 수용하고, 북한이 핵무기 폐기에 관한 결정적인 조치를 강구하기 전까지는 어떠한 경제제재도 훼손하지 않을 것이고, 미국의 최대압박 정책에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전달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와 같은 결단을 내린 것은 그 동안 북한과 직접적인 접촉을 통하여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의사가 전혀 없을 뿐만 아니라 그것을 공세적으로 활용하여 한반도를 지배하려고 한다는 점을 확신하게 되었기 때문일 수 있다. 북한은 비핵화는 “깡패같은 요구”라면서 논의 자체를 배제하면서 종전선언을 집요하게 요구하여 왔는데, 그 이유는 종전선언에 합의하면 6.25전쟁이 종료되었다면서 유엔군사령부(United Nations Command) 해체와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할 것이고, 그 다음에는 핵무기로 한국을 위협하여 연방제 통일을 성사시키거나 극단적으로는 무력통일을 할 것을 분명하게 인식하게 되었을 것이다. 이제 한국도 종전선언의 보이지 않는 위험성을 명확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선언’으로는 평화보장 불가

    한국 정부는 북한과의 종전선언은 필요하고, 이를 통하여 평화를 보장할 수 있다는 달콤한 기대에 빠져 있다. 이미 정부는 4월 27일 판문점 선언에서 금년 말까지 종전선언을 추진하기로 합의한 상태이고, 외교부 장관은 미국과 중국에게 이에 대한 합의를 협조하고 있으며, 여당은 야당에게 이에 찬성하도록 재촉하고 있다. 미국에게도 종전선언을 먼저 양보하는 것이 북한의 비핵화를 유도하는 길이라고 설득하려는 생각을 할지도 모른다. 우리정부의 대북정책에 관여하고 있는 인사들이 북한의 객관적 실체에 대해 기본적인 상식을 보유하고 있다면 우리 정부가 어떻게 전쟁을 종결한다는 “선언”으로 평화가 보장된다는 생각을 할 수 있고, 어떻게 북한의 숨겨진 의도를 한번도 의심하지 않으면서 무조건 수용하자고 할 수 있을까?

    북한이 진정 한반도에서 전쟁을 종결하고자 한다면,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을 요구할 필요가 없다. 스스로가 핵무기와 적화통일 목표를 포기한 후 진정성을 가지고 남북대화와 협력으로 나오면 된다. 북한과 달리 남한이나 미국은 북한을 공격하여 점령하겠다는 의도가 아니라 북한을 적극 지원하여 번영된 국가로 만들어주겠다고 약속하고 있어, 북한만 적화통일 야욕만 포기하면 한반도에서의 평화는 자동적으로 보장된다. 이 자명한 길을 외면하고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과 같은 문서를 체결하자고 하는 것은 숨겨진 의도가 있기 때문이다. 이제 이 북한의 숨겨져 있는 본 의도를 북한의 사술을 이해하고 있는 한국인들과 미국인들은 거의 상식으로 알고 있다.

    북한의 김일성 주석은 1991년 12월 13일 체결된 남북기본합의서에 서명했고 최고인민회의는 이를 비준했다. 제9조에는 “남과 북은 상대방에 대하여 무력을 사용하지 않으며 상대방을 무력으로 침략하지 아니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것은 종전선언보다 더욱 강력한 약속이었고, 당시에는 이로써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북한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이 기본합의서 자체를 존중하지 않았고, 최근인 2010년의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에서 보듯이 수시로 도발을 자행해왔다. 무력불사용과 불가침을 약속하고도 지키지 않은 북한이 종전을 합의한다고 하여 평화가 어떻게 보장될 수 있다는 것인가? 평화를 보장하기 위한 세부적인 보장 장치를 만든 후 양국이 서명을 하는 평화조약이나 협정의 경우에도 금방 종이조각이 될 수 있는데, 하물며 종전선언이야.

    종전선언→정전협정 무력화→평화협정→한반도 공산화

    현재 남북한은 1953년 7월 27일 체결된 정전협정 체제 하에서 공존해오고 있다.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군사분계선(MDL)을 중간선으로 하는 4km 폭의 비무장 지대(DMZ)가 설정되어 있으며, 유엔군사령부(United Nations Command)가 정전협정의 준수를 관리하고 있다. 현 상황에서 6.25 전쟁의 종전이 선언된다면, 우선 정전협정 자체의 효력부터 시비의 대상이 될 것이다. 북한이 종전이 되었는데 왜 정전협정이 필요하냐고 주장하고 나설 것이 너무나 명약관화하기 때문이다. 군사분계선과 비무장지대도 정당성을 상실하게 되고, 정전협정의 위반 여부에 대한 조사나 시정을 요구할 근거도 불명확해질 것이다. 즉, 남북한의 공존을 보장하고 있는 현 정전협정 체제가 근본적으로 흔들릴 수밖에 없다.

    그리고 나면 북한은 미국과의 평화협정 체결을 요구할 것이다. 정전협정을 대체할 새로운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발휘할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당연히 동조할 것이고, 미국의 일부 학자들이나 남한 국민의 상당수도 동의할 것이다. 이 경우 당연히 북한은 남한의 희망과는 달리 한국이 아닌 미국을 서명자로 하는 평화협정을 원할 것이다. 지금까지 북한은 남한을 미 제국주의의 식민지 지배를 받는 비자주적 정권이라고 주장해왔고, 6.25 전쟁에서도 한국군이 아닌 미군과 교전한 것이며 남한은 정전협정의 서명국이 아니기 때문이다. ‘조미(朝美) 간’평화협정 협상의 과정에서 북한은 남한을 배제한 채 미국, 중국, 러시아 등과 남한의 장래를 요리하고자 할 것이다.

    상당수의 한국 국민들은 평화상태만 유지될 수 있다면 미북 간의 지속적인 직접협상도 괜찮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것이야말로 한국의 운명을 다른 나라에게 맡기는 엄청난 비자주적 행위이지만, 과거처럼 한미동맹이 견고했을 때에는 그런 위험을 감수할 수도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의 한미동맹은 형식적으로는 멀쩡하지만 실상은 매우 불안한 상태이다. 시간이 갈수록 미국은 한국과의 협의를 줄일 것이고, 서해의 해상경계선이나 주한미군의 감축이나 철수에 관하여 일방적으로 양보해버릴 수도 있다. 1973년 미국은 북베트남과 거래하여 파리평화협정을 체결했지만 2년 후 북베트남의 침공으로 남베트남은 지도에서 사라져버렸다. 이 역사가 한반도에서도 반복될 수도 있다.

    당시 남베트남은 경제력, 병력, 군사장비 등에서 북베트남을 압도했지만 이념갈등으로 나라는 갈기갈기 찢어져 있었고 북베트남의 첩자들이 남베트남 곳곳에 침투해 있었다. 현재의 남북한 상황과 유사한 점도 적지 않다. 설상가상으로 당시 북베트남에 비해서 현재의 북한은 핵무기라는 강력한 위협수단을 갖고 있다. 북한은 수소폭탄을 장착한 핵미사일로 지금 당장 괌(Guam)과 같은 미국 서태평양 영토나 오키나와에 있는 주일미군 기지를 타격할 수 있고, 미 본토의 주요도시를 타격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자신이 초토화되더라도 미국의 주요 도시를 핵미사일로 공격하겠다고 북한이 위협할 경우 미국은 어떤 선택을 할까? 섬뜩하지 않는가?

    ▲ ⓒ데일리안 DB

    종전선언의 목적은 동맹해체와 미군철수

    종전선언이 미국과의 평화협정으로 연결되지 않더라도 북한이 노릴 수 있는 것들이 적지 않다. 당연히, 첫 타깃은 유엔사의 해체일 것이다. 유엔사는 6.25 전쟁 발발 직후 창설되었고 정전협정의 준수를 위해 존속하고 있어서 종전선언이 종결되면 법적 해석과는 무관하게 일단 존재근거가 위협받을 것이다. 북한이 중국 및 러시아와 합세하여 해체를 요구할 경우 미국의 방어논리는 취약해질 것이고, 그렇게 되어 유엔사가 해체된다면 군사분계선과 비무장지대는 유지되어도 이를 관할하는 사령부가 없어지는 것이 되어, 결과적으로 종전선언은 6.25 전쟁의 종결이 아니라 현 정전상태의 종결로 귀결될 수 있다.

    비슷한 논리로 북한은 주한미군의 철수도 요구할 수 있다. 주한미군이 유엔군의 핵심인데 유엔사 존속의 명분이 약해지면 미군 주둔의 명분도 약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종료되어 평화가 찾아왔는데, 미국이라는 외세가 남한에 계속 주둔한다는 것이 국제사회에서 설득력을 갖기는 어렵고, 당연히 남한 내부에서도 미군 철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것이다.

    북한이 비핵화를 이행하지 않는 상태에서 종전선언이 될 경우 북한의 비핵화 압박을 위한 가장 강력한 수단인 미국 군사적 옵션의 정당성이 도전받을 가능성이 크다. 종전선언으로 평화가 보장되었는데, 미국이 북한을 선제타격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하거나 그를 위하여 준비하는 꼴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국제사회는 물론이고 한국 국민들의 상당수는 미국이 한반도의 평화를 저해한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크다.

    유사한 이유로 대규모 한미 연합훈련을 재개하거나 상황이 악화되더라도 미 전략자산을 전개시킬 수 있는 명분도 상실될 수 있다. 북한과 일부 한국 국민들은 그것 자체가 종전선언의 취지에 어긋난다고 비판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한미동맹은 서류상으로는 존재하지만 제대로 기능하도록 연합군사훈련을 실시하지 못하는 형식적인 동맹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이것이 계속되면 한미 양국군의 실질적인 연합방위태세는 현저히 약화될 것이고, 미 확장억제에 대한 신뢰도도 저하될 것이며, 따라서 북한의 본격적인 도발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높아질 것이다.

    다수 국민들이 이미 예상하고 있겠지만, 종전선언이 되면 우리 내부의 대북 경각심은 급격히 약화될 것이다. 지금도 북한에 대한 경계태세가 약화되고 있는데 종전선언이 되면 어떻게 될지 너무나 자명하지 않은가? 우리 군인들은 북한에 대응하기 위하여 첨단 또는 고위력의 무기 및 장비를 개발 또는 구매해야 한다는 말을 못할 것이고, 따라서 적이 없는 맥 빠진 군대로 변모할 가능성이 높다.

    종전선언이 남한 내부의 갈등을 부추기고 한미동맹을 이간시키는 효과도 적지 않을 것이다. 남한 사회는 ‘평화 대 안보’라는 대결구도 하에 극심한 분열을 겪게 될 것이고, 한미동맹과 미국에 대하여 반감을 갖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이며, 이에 실망한 미국도 방위공약을 부담스럽게 생각할 것이다. 이러한 남한의 내부분열과 한미동맹 균열을 북한으로 하여금 제2의 6.25전쟁을 발발하도록 유도할 가능성이 높다.

    국난(國難)극복에는 국민의 각성이 기본

    지금 대한민국에게 가장 시급한 것은 모든 국민들이 북한의 적화통일 전략이 불변이라는 사실을 명확하게 인식하는 일이다. 지금까지도 북한은 한미동맹을 해체하고 주한미군을 철수시키면 자신들이 원하는 대남전략의 목표 즉 ‘전 한반도 공산화 통일’을 구현할 수 있다고 믿고 있고, 그래서 한미동맹 해체와 미군철수에 모든 명분과 위협을 총동원하고 있다.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여 미 본토를 위협하는 근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리 국민의 상당수는 평화, 평화협정, 종전선언 등의 단어가 가지는 사전적 의미의 선량함에 매료되어 있지만, 국제정치의 현실에서 그런 단어들이 실제로 평화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평화를 누리기 위해서는 전쟁의 종결을 선언하거나 불가침을 약속하는 것보다 어느 일방이 평화를 파괴하지 못하도록 하는 장치들이 설치되고 작동하는 것이 보다 중요하다. 지금은 한가롭게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을 논의하기보다는 북한의 핵위협으로부터 어떻게 국민을 보호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옳다. 국가안보는 최악의 상황까지 고려하여 대비하는 것이지 최상의 상황이 실현되도록 원한다고 해서 안보가 보장되는 것이 아니다. 국난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국민이 깨어나야 한다.

    글/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 / 송대성 전 세종연구소장 / 신원식 전 합참 작전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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