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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이해찬 체제', 2년 임기 순조롭게 마칠 수 있을까


입력 2018.08.27 00:00 수정 2018.08.27 06:01        정도원 기자

'비대위 체제' 관행에서 멀어진 민주당

이해찬, 추세에 가속도 붙일 수 있을까

'비대위 체제' 관행에서 멀어진 민주당
이해찬, 추세에 가속도 붙일 수 있을까


25일 서울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8·25 전당대회에서 신임 당대표로 선출된 이해찬 대표가 전임자인 추미애 대표로부터 당기를 넘겨받아 휘날리고 있다. 뒷쪽에서 추 대표가 환하게 웃으며 박수를 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25일 서울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8·25 전당대회에서 신임 당대표로 선출된 이해찬 대표가 전임자인 추미애 대표로부터 당기를 넘겨받아 휘날리고 있다. 뒷쪽에서 추 대표가 환하게 웃으며 박수를 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더불어민주당 신임 대표로 선출된 이해찬 대표는 2020년 총선을 잘 치르고 2년 임기를 순조롭게 마칠 수 있을까.

민주당은 25일 서울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이 대표를 선출했다. 추미애 대표는 당기를 넘겨주고 뒤에서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였다.

추 대표가 김대중 전 대통령(DJ) 이래 처음으로 2년 임기를 마친 대표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이런 모습이 민주당에서 일반적인 모습은 아니다. 오히려 극히 이례적인 케이스라는 게 당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 대표는 이날 전당대회에서 압승을 거뒀다. 압승을 거둔 이날이 정치적으로 정점일 수도 있다. 그의 앞날에는 수많은 위험 요소가 도사리고 있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이를 잘 극복해나가지 못하면, 지난 2012년 민주통합당 6·9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되고서도 대선을 앞두고 총사퇴해야만 했던 과거가 재연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앞길에 깔린 최대 '싱크홀'은 역시 경제
정책기조 유지한채 대증요법으로는 한계


특히 이 대표의 앞길에 깔린 최대의 '싱크홀'은 역시 경제다.

고용 절벽에 '분배 쇼크'까지 겹쳤다. 이 대표가 국무총리를 맡았던 노무현정부도 결국 경제 파탄 때문에 정권을 넘겨줬다. "경제만 살리면 그만"이라는 구호 앞에 아무런 힘도 쓸 수 없었던 경험은 '선거의 귀재'로 불리던 이 대표에게도 충격이었다.

13대 총선 때 첫 당선된 이래, 출마하는 총선마다 내리 당선되며 7선 고지에 올랐던 이 대표가 단 한 차례 불출마했던 때가 정권을 넘겨줬던 이듬해 치러진 2008년 18대 총선이었다. 그에게 당시의 경험이 그만큼 충격이었다는 설명이다.

이 경험을 잊지 못하는 이 대표는 이날 수락연설에서 취임 일성(一聲)으로 민생경제연석회의를 조속히 구성하겠다고 천명했다.

경제보다는 이 대표의 강점인 정체성·가치·철학으로 국면을 전환하는 게 어떠냐는 질문에는 "경제가 워낙 중요하기 때문에 피해갈 수 없다"며 "사람이 먼저라는 것을 강조하는 가치·철학은 소중하지만, 경제는 민생·생존과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패러다임(프레임)을 바꾼다고 없어지는 게 아니라 항상 따라다닌다"고 일축했다.

다만 병의 원인이 여전한 가운데 대증요법(對症療法)으로는 경제 회생이 요원하다는 게 문제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전당대회 영상축사에서 "우리는 올바른 경제정책 기조로 가고 있다"고 단언했다.

이 축사는 이 대표를 옭아맬 수밖에 없다. 축사에 얽매이지 않더라도 이 대표 본인이 정책을 바꾸고 싶은 생각이 없을 수도 있다.

노무현정부에서 정책결정 과정에 깊숙이 관여했던 한 핵심 인사는 최근 기자들과의 오찬 자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비서실장 시절 '몸이 떨리는' 결정을 할 일이 없었지만, 이해찬 총리는 오히려 많이 했다"며 "그분의 성품으로 볼 때, (정책 전환과는 반대되는) 굉장히 강경한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소득주도성장 정책 기조 자체를 바꿀 수 없다면, 민생경제연석회의를 비롯한 이 대표의 동분서주도 허사로 돌아갈 위험성이 높다. 이 경우 추락하는 정당 지지율을 감당하는 것은 이 대표의 몫이 될 것이다.

진보·보수 양쪽으로 '협치의 절벽' 놓여
내년 4월 재보선, 하나의 변곡점 될 수도


25일 서울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8·25 전당대회에서 신임 당대표로 선출된 이해찬 대표가 전임자인 추미애 대표로부터 축하의 꽃다발을 건네받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25일 서울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8·25 전당대회에서 신임 당대표로 선출된 이해찬 대표가 전임자인 추미애 대표로부터 축하의 꽃다발을 건네받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경제를 살리려면 협치(協治)를 해야 한다. 이 대표의 정치력은 현역 정치인 중 단연 발군이다. 그러나 그러한 이 대표조차 한 발 한 발을 떼기가 두려운 협치의 절벽이 진보·보수 양쪽으로 놓여 있다.

보수 진영은 이 대표와 '한반도 평화' 문제를 놓고 인식 자체가 전혀 다르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내달 문 대통령의 방북 때 동반 방북을 하자는 이 대표의 제안을 일축했다. 이 대표 또한 판문점 선언을 국회 비준하지 않겠다는 한국당에 대해 경선 과정에서 불편한 심경을 노출했다. 이 간극은 쉽게 가까워지기 어렵다.

진보 진영에서는 규제 혁신 등 이 대표의 경제살리기 노력을 문제삼고 나설 수 있다. 민생경제연석회의라는 것 자체가 규제 혁신에 반대하는 시민사회단체, 노조 등을 설득하기 위한 이 대표의 '틀'이 될 수 있는데, 이들 단체는 수틀리면 연석회의 탈퇴를 위협하고 나설 것이다. 제2의 노사정위원회로 전락할 수 있는 것이다.

경제가 악화 일로로 치달음에 따라 보수정당은 서서히 힘을 되찾고 진보 정당과의 간극은 벌어지는 상황 속에서 대표 취임 후 8개월 무렵이 되는 내년 4월 재·보궐선거는 하나의 변곡점이다.

노회찬 전 정의당 원내대표의 타계에 따라 보궐선거가 확정된 경남 창원성산을 비롯해 몇몇 지역구에서 재보선이 점쳐진다. 정의당과의 후보단일화는 어렵고 보수정당은 진보분열의 틈새를 파고들려고 시도하는 상황에서 선거 결과는 중대한 의미를 갖게 될 것이다.

역대 민주당 대표들이 임기를 못 채운 것은 달리 못 채운 게 아니라, 선거나 재보선에서 지면서 책임을 지고 물러나서 그렇게 된 것이다. 전임 추 대표는 선거마다 이겼는데, 이 대표 체제로 바뀌자마자 첫 재보선 성과가 신통치 않다면 지도력이 흔들릴 수 있다.

다만 야권 핵심인사는 "이 대표가 말은 험하게 하는 듯 하지만 알고보면 여우"라며 "아주 영악한 분이기 때문에 (여야 관계를 극한 대립으로 몰고가거나 진보 진영과의 간극을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넓히는 등) 저급한 정치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총리 중심" 천명했지만 당정청 관계 변수
당이 다급해지면 알력 관계 형성될 수도


당정청(黨政靑) 관계도 변수다. 이 대표는 이날 전당대회에서 선출 직후 현장 기자회견에서 "당정청을 하나로 묶어나가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며 "총리가 중심이 돼서 총리·당대표·청와대 비서실장·정책실장 등이 정기적으로 만나 사안별로 해나가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일단 이낙연 총리에게 상석(上席)을 양보한 것이다. 그러나 의원 선수(選數) 등 정치 경력으로 보나, 또 총리로서 선후배 관계를 보나 당정청이 한 자리에 모이면 중심을 잡는 인물은 이 대표일 수밖에 없다.

누가 중심이든 경제가 활황세고 모든 것이 순조롭다면 별 문제가 안 된다. 그러나 경제가 악화일로라 정당 지지율과 청와대의 국정 지지율이 동반하락하고, 선거는 째깍째깍 다가온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특히 선거에서 이겨야 하는 당의 입장이 다급해진다.

이 대표가 당의 입장을 대변해 정부와 청와대를 상대로 '관철'을 시도한다면 당정청 관계가 부담스럽고 불편해질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 이 총리도 '큰꿈'을 꾸고 있고, 임종석 비서실장은 특히 실세로 손꼽히고 있는 상황이라 더욱 그렇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위험 요소 속에서 내후년이 되면 4월에 총선이 찾아온다. 경제·협치·당청관계 등 여러 '싱크홀'을 잘 돌파해왔다면 이 대표 자신의 지도력으로 총선에서 승부수를 띄울 수 있다. 이 경우, 이 대표가 추 대표에 이어 다시 한 번 2년 임기를 박수 속에 끝마치게 되느냐는 오롯이 총선 성적에 달려 있다.

경제나 여야 관계에서 기대 이하로 최악을 걷게 되거나 당청 관계가 삐꺽거리게 되면 4월 총선 이전에 비상대책위원회를 수립해야 한다는 당내 논의가 고개를 들 수도 있다.

다름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 본인도 겪었던 사태다. 2015년 2·8 전당대회를 통해 당대표로 선출됐던 문 대통령은 2년은 커녕 채 1년 임기도 채우지 못하고 이듬해 1월 총선을 3개월 앞두고 사퇴했다. '문재인 체제'로 총선을 도저히 치를 수 없는 국면이었기 때문이다. 이후 민주당은 김종인 비대위원장을 모셔와 '비대위 체제'로 4월 총선을 치러냈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지난 2014년 7·30 재보선 참패 이후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와 박영선 원내대표(당시)가 연속 사퇴하는 대혼돈 속에서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으면서 "비대위원장 전문가가 된 것 같다"고 자조했다. 2012년 대선에 패한 직후에도 비대위원장을 맡았는데, 불과 2년만에 또 비대위원장을 맡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민주당계 정당에서 선거 전후에 '비대위 체제'를 꾸리는 것은 친숙한 일이었는데, 최근 들어 '관행'이 사라져가고 있다. 이 대표가 그러한 추세에 가속도를 붙일 것인지, 아니면 과거의 '관행'을 부활시키는 역할을 맡을 것인지 두고볼 일이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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