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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화야, 정화야"…100세 돼 불러보는 내동생 '눈물의 첫 상봉'


입력 2018.08.24 18:36 수정 2018.08.24 18:36        박진여 기자 (parkjinyeo@dailian.co.kr)

"살아계실줄 꿈에도 생각 못했는데…" 68년 만에 만난 父子 '눈물바다'

"엄마랑 똑같아 어떡해 어떡해…" 하늘 간 엄마 대신 이모 찾은 세조카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2회차 첫날인 24일 오후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열린 단체상봉에서 남측 최고령자인 강정옥(100)할머니가 북측 동생 강정화(85)를 만나 끌어안으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2회차 첫날인 24일 오후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열린 단체상봉에서 남측 최고령자인 강정옥(100)할머니가 북측 동생 강정화(85)를 만나 끌어안으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옛날 얼굴 있나 없나…' 北 동생 만나자마자 "아이고 정화야 고맙구나"
"살아계실줄 꿈에도 생각 못했는데…" 68년 만에 만난 父子 '눈물바다'
"엄마랑 똑같아 어떡해 어떡해…" 하늘 간 엄마 대신 이모 찾은 세조카


65년여 만에 재회한 남북 이산가족은 서로를 끌어안고 눈물과 웃음으로 서로를 확인했다. 남북이산가족 2차 상봉 행사가 열린 24일, 금강산은 수십년 만에 만난 남북 이산가족들의 감격과 환희가 뒤엉켜 눈물바다가 됐다.

북측 가족을 만나는 남측 이산가족 81가족 총 326명은 이날 오후 3시 15분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북측 가족들과 단체상봉으로 헤어진 가족과 대면했다. 이번상봉은 이산가족이 모두 고령이라 부모 자식 간 상봉은 1가족에 불과하며, 형재 자매나 사촌·조카 등 친척을 만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날 예상보다 15분 지체된 오후 3시 15분, 상봉장에는 우리 귀에도 익숙한 북한 가요 '반갑습니다'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북측 가족들이 하나 둘 입장했다. 멀리서부터 상대를 확인한 가족들 사이 탄식과 눈물이 터져나왔다. 남북 이산가족들은 서로를 확인하자마자 양팔 가득 껴안고 볼을 부비며 서로의 존재를 확인했다.

'드디어 안아보는 내 동생'…"정화야, 안아줘야지…정화야 고맙구나"

이날 최고령 상봉자 강정옥(100) 할머니는 북측 동생 강정화(85) 씨를 만나기 위해 상봉장을 찾았다. 정화 씨가 상봉장에 들어서기 전 기다림의 시간 동안 강정옥 씨의 딸 조영자(65) 씨는 "엄마, 이모 옛날 얼굴 있나 없나 잘 봐"라며 연신 당부했고, 강정옥 씨는 "응"하며 소녀처럼 박수를 쳤다.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2회차 첫날인 24일 오후 북한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열린 단체상봉에서 이번 상봉 최고령자인 강정옥(100)할머니와 북측 동생 강정화(85) 할머니가 만나 포옹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2회차 첫날인 24일 오후 북한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열린 단체상봉에서 이번 상봉 최고령자인 강정옥(100)할머니와 북측 동생 강정화(85) 할머니가 만나 포옹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복 차림의 북측 정화 씨가 아들의 부축을 받으며 들어서자 정옥 씨 가족들은 일어나 한눈에 알아보고 "저기다! 저기"라고 외쳤다. 정화 씨는 바로 언니 정옥 씨 옆자리에 앉아 손을 어루만졌고, 정옥 씨는 정화 씨를 꼭 안아주며 볼을 비볐다. 정옥 씨는 이내 두 손을 모으고 "감사합니다" 라며 기쁜 마음을 표현하기도 했다.

정옥 씨의 남측 동생 강순여(82) 씨는 정화 씨에게 뛰어와 "언니! 막내 순여!"라고 외쳤고, 정화 씨는 "아이고 순여!"라며 울먹거렸다. 수십년 만에 만난 동생을 눈으로 계속 응시하던 정옥 씨는 "정화야 정화야, 아이고 정화야…안아줘야지. 아이고 정화야, 고맙구나"라며 동생 이름을 부르고 또 부르며 그리웠던 마음을 연신 표현했다.

"살아계실줄 꿈에도 생각 못했는데…" 68년 만에 만난 父子 '눈물바다'

한 번도 직접 얼굴을 본 적이 없는 북측 아버지를 만난 조정기(67) 씨는 아버지를 만나자마자 눈물을 왈칵 쏟았다. 북측 아버지 조덕용(88) 씨와 남측에 남겨진 아들 정기 씨는 이번 상봉에서 유일한 부자 상봉으로 눈길을 끌었다.

아버지 조덕용 씨는 6.25 전쟁 때 홀로 북으로 갔고, 당시 어머니 뱃속에는 아직 태어나지 않은 정기 씨가 있었다. 정기 씨의 어머니는 남편 조덕용 씨가 살아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 불과 50여일 전에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2회차 첫날인 24일 오후 북한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열린 단체상봉에서  북측에서 온 아버지 조덕용(88·왼쪽) 할아버지와 남측 동생 조상용(80,가운데), 아들 조정기(67·오른쪽)씨를 얼싸안고 오열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2회차 첫날인 24일 오후 북한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열린 단체상봉에서 북측에서 온 아버지 조덕용(88·왼쪽) 할아버지와 남측 동생 조상용(80,가운데), 아들 조정기(67·오른쪽)씨를 얼싸안고 오열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사전 인터뷰에서 "어머니의 한을 풀어드리고 싶다"던 정기 씨는 아버지를 만나 "살아계실 줄은 꿈에도 생각 못 했다"고 눈물을 쏟아냈다.

"엄마랑 똑같아 어떡해 어떡해…" 하늘 간 엄마 대신 이모 찾은 네조카

돌아가신 어머니의 언니, 즉 북측의 이모를 만난 김향미(52) 씨 세 남매는 어머니가 돌아가실 때까지 보고싶어했던 이모를 눈앞에서 만났다. 조카 향미 씨와 숙연(49)·주연(47)·소연(44) 씨 네 자매는 옥빛 한복을 곱게 입은 북측 이모 신남섭(81) 씨가 다가오자 일제히 일어나 에워싸며 "어머, 어떡해. 엄마랑 똑같아" 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신 씨는 6.25 전쟁 때 가족들이 따로 피난을 가게 되면서 아버지와 함께 움직이며 남은 가족들과 헤어지게 됐다. 그로부터 50년 가까이 아버지와 어머니를 그리워했다는 향미 씨 어머니는 2000년 끝내 세상을 떠났다.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2회차 첫날인 24일 오후 북한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열린 단체상봉에서 북측 량차옥 (82) 할머니와 남측 언니 양순옥(86), 동생 양계옥(79), 동생 양경옥(74), 동생 양성옥(71), 동생 양영옥(77) 등 6자매가 웃으며 대화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2회차 첫날인 24일 오후 북한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열린 단체상봉에서 북측 량차옥 (82) 할머니와 남측 언니 양순옥(86), 동생 양계옥(79), 동생 양경옥(74), 동생 양성옥(71), 동생 양영옥(77) 등 6자매가 웃으며 대화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향미 씨의 모친은 중학교 입학을 앞뒀던 언니 남섭 씨의 초등학교 졸업장과 상장을 피난 가방에 챙겨 생전에 고이 간직하다가 기회가 되면 그걸 전해주라는 유언을 남겼다고 자매는 전했다. 이에 향미 씨 자매는 북측에서 먼저 온 연락을 받고 어머니의 유언이 떠올랐고, 이번에 이모께 전달할 수 있게 돼 뭉클하다고 소회를 전했다.

남북 이산가족 상봉의 2차 상봉이 시작되고 가슴을 저미게 하는 저마다의 사연이 전해지면서 안타까움이 더해지고 있다.

박진여 기자 (parkjinye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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