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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줘서 고마워"…상봉 앞둔 이산가족 '설렘과 우려'


입력 2018.08.24 01:00 수정 2018.08.24 06:03        박진여 기자 (parkjinyeo@dailian.co.kr)

"열일곱 꽃다운 언니가 이제 여든 일곱…살아줘서 고맙고 기쁘다고"

"태풍으로 하루 미뤄질 수 있다는데…예정대로 진행됐으면 좋겠다"

제21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 등록날인 23일 강원도 속초 한화리조트에서 이진희(58·왼쪽)씨와 이소희(63)씨가 북측 고모 리선례(81)씨에게 보여줄 가족사진을 취재진에게 보여주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제21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 등록날인 23일 강원도 속초 한화리조트에서 이진희(58·왼쪽)씨와 이소희(63)씨가 북측 고모 리선례(81)씨에게 보여줄 가족사진을 취재진에게 보여주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열일곱 꽃다운 언니가 이제 여든 일곱…살아줘서 고맙고 기쁘다고"
"태풍으로 하루 미뤄질 수 있다는데…예정대로 진행됐으면 좋겠다"


금강산에서 열리는 제21차 이산가족 상봉단의 사전 집결지인 속초 한화리조트는 설렘과 긴장감으로 가득했다. 하루 뒤면 꿈에 그리던 휴전선 너머의 가족들을 만나게 된 남측 상봉단은 부푼 기대감을 감추지 못하는 한편, 태풍으로 인해 상봉 일정이 차질을 빚지는 않을까 우려하기도 했다.

이번 상봉행사에 참여하는 남측 상봉단은 23일 속초에 집결해 이산가족 상봉 접수와 방북교육, 건강검진 등을 받고 다음날 오전 방북길에 오른다. 방북 하루 전날 리조트 1층에 마련된 접수장에는 남측 상봉단과 지원 인원, 취재진 등 수많은 인파가 몰렸다. 이번에는 태풍 '솔릭'이 예고되면서 지난 1차 상봉 등록 당시는 없던 우산이 1가족 당 1개씩 지급되기도 했다.

2차 상봉 남측 방문단 최고령자인 강정옥(100) 할머니의 모습도 보였다. 북측 동생 강정화(85) 씨를 만나는 강정옥 할머니는 고령의 나이에 제주도에서 속초까지 이동하느라 멀미와 피로로 힘겨운 모습이었다.

지난 김대중 대통령 때 이산가족 상봉 신청을 한 번 했는데, 너무 밀려 차례가 안 온다고 해서 못하다가 이번에 북에서 먼저 찾아줘서 고마운 마음을 안고 왔다는 강 씨 자매다.

제21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하루 앞둔 23일 오후 남측 최고령 상봉 대상자인 강정옥(100) 할머니가 강원도 속초시 한화리조트 설악에 도착해 상봉등록을 하고 있다. 강 할머니는 북측의 동생 강정화(85) 할머니와 상봉할 예정이다. ⓒ사진공동취재단 제21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하루 앞둔 23일 오후 남측 최고령 상봉 대상자인 강정옥(100) 할머니가 강원도 속초시 한화리조트 설악에 도착해 상봉등록을 하고 있다. 강 할머니는 북측의 동생 강정화(85) 할머니와 상봉할 예정이다. ⓒ사진공동취재단

동반한 남측 동생인 강순여(82) 씨는 "(북측) 언니랑은 6.25 전쟁이 나면서 연락이 끊겼다"며 "우리 언니가 17살에 제주도 고향을 떠나 지금 87세다. 70년 만에 만난다"며 벅찬 마음을 드러냈다. 강 씨는 열 일곱 꽃다운 나이의 언니를 기억하며 "참말로 예뻤다. 얼마나 예뻤다고..."라며 흐려진 기억을 차츰 더듬었다.

순여 씨는 "떨려서 만나면 뭐라고 할지 준비가 안 된다. 살아줘서 고맙고, 살아서 만나 기쁘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언니를 만날 생각에 며칠 전부터 잠도 못 잤다는 순여 씨는 "만나서 헤어져도 못 잘 것 같다. 우리 형님 말은, 만나면 제주도 말로 '오라 집에 가게' (라고)." 북녘 언니를 데리고 집인 제주도에 가면 안 되겠냐는 뜻이다.

북측 언니를 만나면 챙겨줄 선물도 5트렁크나 챙겼다. 동반한 조카 조영자(65) 씨는 "사촌조카들이 많아 (선물을) 엄청 많이 했다"며 "의류, 신발, 아스피린 진통제를 포함한 의약품까지 다 포함해서 5트렁크 준비했다"고 전했다.

태풍으로 상봉 행사가 미뤄져 가족들을 못 보게 되는 건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곳곳 들렸다. 삼촌 상봉을 앞둔 전행석(91) 씨의 아들 전민근(57) 씨는 "내일 날씨가 좋았으면 좋겠다. 태풍이 오면 미뤄질 수 있다는데 순서대로 진행됐으면 좋겠다"고 간절한 바람을 드러냈다.

제21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하루 앞둔 23일 오후 강원도 속초시 한화리조트 설악에서 상봉 대상자인 조상용(80) 할아버지가 상봉등록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제21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하루 앞둔 23일 오후 강원도 속초시 한화리조트 설악에서 상봉 대상자인 조상용(80) 할아버지가 상봉등록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동행한 남측 전규춘(65) 씨도 "(태풍으로) 하루 미뤄질 수도 있다는데..."라며 말을 흐렸고, 민근 씨는 "하루 미뤄지면 2박3일 통째로 미뤄지는 건지, 1박2일이 되는 건지도 모른다"면서 태풍으로 인해 혹여 상봉 일정이 차질을 빚지 않을까 우려했다.

북측 동생을 만나게 된 전행석(91) 할아버지는 담담한 표정으로 북측 동생을 만나게 되면 "할 수 있는 말은 많지"라며 말을 아꼈다.

남측 상봉단은 24일 오전 9시께 속초에서 버스를 타고 금강산으로 출발한다. 강원도 고성의 동해선 남북출입사무소(CIQ)를 거쳐 북측 통행검사소에서 심사를 받고 오후 1시께 금강산 온정각에 도착할 예정이다.

박진여 기자 (parkjinye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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