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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민군에 끌려간 형과 총부리 겨눴을지도"…南北 형제의 '기막힌' 사연


입력 2018.08.24 06:00 수정 2018.08.24 06:06        박진여 기자 (parkjinyeo@dailian.co.kr)

"죽은 줄 알았던 형…" 2차 상봉단 금강산行, 절절한 사연 보니

업어 키운 사촌동생, 백발 노인 돼 재회…'회자정리 거자필반'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차 마지막 날인 22일 오후, 금강산호텔에서 작별상봉이 끝난 뒤 남측 이금섬(92)씨가 배웅하는 북측 아들 리상철(71)씨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차 마지막 날인 22일 오후, 금강산호텔에서 작별상봉이 끝난 뒤 남측 이금섬(92)씨가 배웅하는 북측 아들 리상철(71)씨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죽은 줄 알았던 형…" 2차 상봉단 금강산行, 절절한 사연 보니
업어 키운 사촌동생, 백발 노인 돼 재회…'회자정리 거자필반'


24일부터 열리는 2차 이산가족 상봉에서는 북측 이산가족 81명이 남측 가족들과 만나게 된다. 이번 행사도 1차 상봉과 같은 방식으로 금강산에서 사흘 간 진행되며, 이번에는 북측 가족들이 만나기를 원하는 남측 가족들이 방북한다.

전날 속초에 집결해 방북교육, 건강검진 등을 받은 남측 상봉단은 이날 오전 9시께 버스를 타고 금강산으로 출발한다. 남측 상봉단은 강원도 고성의 동해선 남북출입사무소(CIQ)를 거쳐 북측 통행검사소에서 심사를 받고 오후 1시께 금강산 온정각에 도착할 예정이다.

이어 오후 3시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단체상봉으로 꿈에 그리던 가족들과 첫 만남을 하게 된다. 전쟁통에 헤어져 죽은 줄 알고 가슴에 묻은 혈육을 눈앞에서 만나게 된 가족들은 상봉을 앞두고 만감이 교차한다.

"인민군에 끌려간 형과 총부리 겨눴을지도…" 기막힌 南北 형제

68년 전 헤어진 형을 만나는 목원선(85) 할아버지는 6.25 전쟁 당시 인민군에 징집된 형과 총부리를 겨눴을지도 모른다며 회고했다.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첫날인 20일 오후 북한 금강산호텔에서 진행된 단체상봉에서 남측 김종태(81)씨가 북측의 조카 김학수(56)씨와 상봉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첫날인 20일 오후 북한 금강산호텔에서 진행된 단체상봉에서 남측 김종태(81)씨가 북측의 조카 김학수(56)씨와 상봉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목 씨는 이번 상봉행사에서 북에 있는 큰형님 김인영(86) 씨와 재회를 앞두고 있다. 김 씨의 본이름은 '목원희'지만 북측에서 개명한 것 같다고 동생은 추측했다. 인민군에 끌려가 죽은 줄만 알았던 형이 생존해 동생들을 찾는다니 목원선 씨 형제는 꿈만 같다.

목 씨는 형님 김 씨가 죽은 줄만 알았다. 과거 형과 함께 인민군에 끌려갔다가 돌아온 형의 친구에게 '우리 형은 어떻게 됐냐'고 물었는데 "너네 형 원희는 죽었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털어놨다. 이에 형이 전쟁 때 사망한 것으로만 알고 그동안 형을 찾아보려하거나 이산가족 상봉 신청도 하지 않았다는 게 목 씨 설명이다.

형이 끌려가던 당시 이듬해 군에 자원입대했다는 목 씨는 "그때 아마 우리 형하고 총부리 마주잡고 뭐 그랬을지도 모른다. 그때 끌려갔으면 (북쪽도) 전부 전방에 보냈을 거 아닌가"라면서 "하여간 이제 살아있다고 그러니 기가 막힐 노릇이지"라고 소회를 전했다.

업어 키운 사촌동생, 백발 노인 돼 재회…'회자정리 거자필반'

한 집안에 살면서 친동생처럼 업어 키운 사촌동생을 만나는 송종호(85) 할아버지는 70여년 만의 재회를 앞두고 눈물만 난다. 송 할아버지와 북측 사촌동생 송창호(77) 씨는 어릴적 한 집에 살며 친형제와 같은 정을 나눈 사이다.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첫날인 20일 오후 북한 금강산호텔에서 진행된 단체상봉에서 남측 한신자(99)씨가 북측 가족과 가족사진을 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첫날인 20일 오후 북한 금강산호텔에서 진행된 단체상봉에서 남측 한신자(99)씨가 북측 가족과 가족사진을 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번 상봉에 송창호 할아버지의 보호자 자격으로 동반하는 아들 송영진(47) 씨에 따르면 송 할아버지가 송창호 씨를 업어 키웠다고 할 정도로 친동생만큼 가깝게 느꼈다는 전언이다.

6.25 전쟁 당시 송창호 씨의 아버지가 서울에서 사업을 했는데 남북 군인들 할 것 없이 집에 오면 먹여주고 재워주다가 당시 특무대, 지금으로치면 기무사에 신고가 접수돼 북으로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당시 '사형을 시키라'는 말이 돌 정도였으니 1.4 후퇴 때 올라가는 쪽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송 씨가 전해들은 이야기다.

영진 씨는 과거 아버지와 할아버지도 이산가족 상봉 신청을 했으나 모두 탈락했다며, 이번에 북측에서 연락이 온 것이라고 전했다. 영진 씨는 "아버지가 요즘 '죽기 전에 (북측 동생을) 만나게 됐다며 자주 우신다"고 전했다.

제21차 이산가족 상봉 이틀째인 21일 오후 금강산 외금강호텔 객실에서 개별상봉을 마친 북측 가족들이 호텔을 나서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제21차 이산가족 상봉 이틀째인 21일 오후 금강산 외금강호텔 객실에서 개별상봉을 마친 북측 가족들이 호텔을 나서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송 할아버지는 사촌 동생과의 만남을 앞두고 '회자정리 거자필반'(會者定離去者必返)이 새겨진 은반지를 선물하고 싶지만, 대한적십자사에서 너무 고가의 선물은 안 된다고 해 고민이다.

'만나는 사람은 반드시 헤어지게 되고, 떠나는 사람은 반드시 돌아오게 된다.' 송 할아버지가 사촌 동생에게 전하고 싶은 말처럼 두 사람의 재회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이날부터 26일까지 2차 상봉이 이어진다.

박진여 기자 (parkjinye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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