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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정권과 군은 적' 삭제, 정신적 무장해제 초래할 안보 자해행위


입력 2018.08.23 10:29 수정 2018.08.23 12:30        데스크 (desk@dailian.co.kr)

<칼럼> 北, 군사 위협 본질적 변화 없는 상태에서 명백한 '시기상조'

'대한민국을 위협하는 종북세력' '친북세력' '주사파' 등 용어도 빼

<칼럼> 北, 군사 위협 본질적 변화 없는 상태에서 명백한 '시기상조'
'대한민국을 위협하는 종북세력' '친북세력' '주사파' 등 용어도 빼


남측 수석대표인 김도균 국방부 대북정책관과 북측 수석대표인 안익산 중장이 지난 7월 31일 오후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에서 열린 제9차 남북장성급 군사회담을 마치며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남측 수석대표인 김도균 국방부 대북정책관과 북측 수석대표인 안익산 중장이 지난 7월 31일 오후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에서 열린 제9차 남북장성급 군사회담을 마치며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국방부가 올해 하반기에 발간하는 ‘2018 국방백서’와 군 정신전력 교육 교재에서 '북한 정권과 군을 적’으로 지칭한 문구와 표현을 삭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파문이 일고 있다.

북의 군사 위협에 아무런 본질적 변화가 없는 상태에서 명백한 '시기상조'다.

또한 북한 비핵화에 실질적 진전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안보의 최후 보루인 군까지 '적(敵) 개념'이 흐릿해지고 있는 것은 심각한 안보 위기를 초래할 '안보 자해행위'다.

무엇보다 적화통일을 천명한 북한 사회주의 헌법이나 노동당 규약의 개정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일방적 양보인 '유화 조치'다.

먼저 현 국방백서의 해당 문구에 대해 살펴보자.

“북한의 상시적인 군사적 위협과 도발은 우리가 직면한 일차적인 안보위협이며, 특히 핵·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WMD), 사이버공격, 테러 위협은 우리 안보에 큰 위협이 된다. 이러한 위협이 지속되는 한 그 수행 주체인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이 발생했던 2010년 발간한 국방백서 이후 최근 8년간 유지되어온 표현이다.

여기에 무슨 문제가 있는가?

“대외적으로 발간하는 정부 공식 책자에 북한군을 적으로 규정한 채 4·27 판문점 선언에 명시된 적대행위 해소 조치들을 북한군과 협의해 나간다는 것은 모순이다.”

위 문구의 삭제 가능성을 시사한 정부 당국자의 설명이다.

적과도 언제든지 '전투'와 '대화'를 병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논리다.

북한이 우리 정부를 미 제국주의의 괴뢰정부로 타도대상으로 규정하면서도 대화를 하는 이유다.

"조선로동당의 당면목적은 공화국 북반부에서 사회주의 강성대국을 건설하며, 전국적 범위에서 민족해방 민주주의 혁명의 과업을 수행하는데 있으며, 최종목적은 온 사회를 주체사상화하여 인민대중의 자주성을 완전히 실현하는데 있다."

북한이 헌법보다 중시하는 노동당 규약 전문(前文)의 내용이다.

전국적 범위에서 민족해방 민주주의 혁명의 과업을 수행하고, 최종목적은 온 사회를 주체사상화하여 인민대중의 자주성을 완전히 실현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가?

바로 현 정부를 타도하고 적화통일을 하겠다는 의미가 아닌가?

결국 북한은 우리 정부를 적으로 규정하면서도 대화를 하는데 우리는 왜 북한 정권을 적으로 규정하면서 대화를 하는 것이 모순인가?

외교나 안보에 있어 가장 중요한 원칙은 '상호 균형성'과 '호혜성'이다.

북한의 변화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우리만 일방적으로 양보하는 것은 상대의 오판만 초래할 뿐이다.

국방부는 ‘북한 정권과 군=적’ 표현이 삭제될 경우 장병들의 대적관(對敵觀)에 기초한 군의 안보의식이 약화될 수 있고, 북한에도 그릇된 신호를 줄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5년마다 발간되는 군 정신 전력 교육 교재의 수정에 대해 살펴보자.

필자가 보기에 정훈 교재의 수정은 국방백서의 수정보다 훨씬 심각하다.

정훈교육이란 무엇이고, 왜 실시하는가?

군인에게 올바른 국가관을 확립시키고 공고한 사상무장을 시켜 군인 정신을 함양케 하는 것이 정훈교육의 목적이 아닌가?

그런데 보도에 의하면 18개 장(章)이 12개 장으로 줄면서 '종북 세력의 실체'에 대해 가르치는 '사상전에서 승리하는 길'과 '한·미 동맹의 역사와 미래' 장이 삭제되고, 여기에 있던 내용이 줄어들어 다른 장에 포함된다고 한다.  

이에 따라 ‘대한민국을 위협하는 종북세력’ ‘친북세력’ ‘주사파’ 등의 용어도 뺀다고 한다.

이것이 과연 제대로된 정훈교육인가?

지금도 맹목적으로 북한을 추종하는 '종북세력’, ‘친북세력’, ‘주사파' 등이 도처에 암세포처럼 암약(暗躍)하고 있는데 왜 이러한 용어를 빼는가?

“물질력이 칼집이라면 정신력은 칼의 시퍼런 날이다.”

무기보다 정신력이 결정적인 승패의 요인이라는 클라우제비츠의 경구다.

국방부는 더 이상 대통령의 눈치만 보며 군을 정치화하고 정신적으로 무장해제 시켜서는 안 된다.

군을 정치적 포퓰리즘의 수단으로 전락시켜서도 결코 안 된다.

'설마 전쟁이 나겠느냐'는 안이한 생각으로 세우는 정책은 국가의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가 아니라 '정치 포퓰리즘'일 뿐이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안보에 있어서는 결코 보수와 진보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정권의 성향에 따라 '적 개념'을 넣었다 뺐다 반복하는 것은 심각한 '국론분열'만 초래할 뿐이다.

국방부가 천하의 민심을 두루 수렴하여 부디 잘못된 결정을 하지 않기를 바란다.

문 대통령에게도 한마디 고언한다.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와 군사적 신뢰 조성은 '게걸음'인데 교류 협력이나 군축 등은 '잰걸음'으로 추진해서는 안 된다.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은 단 하나도 폐기된 것이 없는데, 김정은의 말만 믿고 각종 경제협력을 서둘러선 안 된다.

근거 없는 '김정은에 대한 무한신뢰'를 거두고 우리 사회 내에 팽배하고 있는 안보의식의 해이를 다잡아야 한다.

''공적(功績)을 올리려고 일을 속히 하려고 서둘지 말고, 조그만 이득을 탐내어 보지 말아야 한다. 속히 서둘면 도리어 달성하지 못하고, 조그만 이득을 탐내면 큰일을 이루지 못하는 법이다(논어, 자로편(子路篇)).''

'욕속부달(欲速不達)'의 경구를 명심하여 절대 남북 관계의 개선에 있어 과속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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