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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구 자슥아…발이 안 떨어진다" 차창 너머 이산가족 '생이별'


입력 2018.08.22 17:53 수정 2018.08.22 18:29        박진여 기자 (parkjinyeo@dailian.co.kr)

北가요 울려퍼지자, 기약 없는 이별에 무너진 노모

"상봉 모두 끝났다"는 방송에 딸 끌어안고 오열

버스 창문 높이 위로 北 딸들 안아올리며 눈물 인사

北가요 울려퍼지자, 기약 없는 이별에 무너진 노모
"상봉 모두 끝났다"는 방송에 딸 끌어안고 오열
버스 창문 높이 위로 北 딸들 안아올리며 눈물 인사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차 마지막날인 22일 오후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작별상봉에서 남측 김병오순(88)할아버지와  북측 동생 김순옥(81)할머니가 헤어짐을 아쉬워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차 마지막날인 22일 오후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작별상봉에서 남측 김병오순(88)할아버지와 북측 동생 김순옥(81)할머니가 헤어짐을 아쉬워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상봉이 모두 끝났습니다"

제21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열린 강원도 고성 금강산 호텔 2층 상봉장에서 긴 이별을 알리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이어 "잘 있어라, 다시 만나요. 잘 가시라 다시 만나요"가 반복되는 북측 가요 '다시 만납시다'가 울려퍼졌고 시간을 확인하는 아들, 애써 웃어보이는 딸, 눈물이 터져버린 노모가 기약 없는 이별 앞에 무너져 내렸다.

1차 상봉 마지막 날인 오늘 남북 이산가족들은 작별 상봉으로 또 한번의 이별을 나눠야 했다. 꿈에 그리던 휴전선 너머의 가족들을 만난 이산가족들은 22일 오후 1시 30분 2박3일 간의 상봉 일정을 마치고 또 한번의 이별을 하게 됐다.

남북 이산가족들은 지난 사흘 간 총 6차례에 걸쳐 12시간을 만났다. 남북 분단으로 잃어버린 지난 70여년의 세월을 12시간 안에 눌러담기는 부족했다. 또 한번의 이별을 앞둔 가족들 사이 아쉬움의 탄식과 눈물이 터져나왔다.

"아이고 아이고 어머니, 건강하시라요!"

북측의 두 딸을 만난 한신자(99) 할머니는 '상봉이 모두 끝났다'는 방송이 나오자 오열하며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지원 인원의 안내로 겨우 출입문까지 갔지만 더이상 한 발자국을 못 떼고 북측 두 딸을 안고 울음을 터뜨렸다. 북측 두 딸도 '어머니'를 부르며 함께 오열했다.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차 마지막 날인 22일 오후, 금강산호텔에서 작별상봉이 끝난 뒤 남측 이금섬(92)씨가 배웅하는 북측 아들 리상철(71)씨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차 마지막 날인 22일 오후, 금강산호텔에서 작별상봉이 끝난 뒤 남측 이금섬(92)씨가 배웅하는 북측 아들 리상철(71)씨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우리 측 상봉단은 작별 상봉 및 공동 중식을 마친 이후 북측 가족을 뒤로 하고 귀환 버스에 올랐다. 우리 측 상봉단이 버스 탑승을 모두 마치자 북측 가족들이 따라나와 환송했다. 한 할머니의 북측 딸 김경영(71) 씨는 한복 치마를 발목 위까지 걷어 올리고 "(버스) 몇 번, 몇 번이에요"라고 다급하게 물으며 계단을 뛰어내려갔다.

9번 버스 뒤쪽에 앉아 딸들이 오기를 애타게 기다리던 한 할머니는 딸의 모습이 보이자 창문을 격하게 두드리며 "아이고 아이고" 하고 울음이 터졌다. 딸 김경영 씨는 "어머니, 어머니, 건강하시라요"라며 오열했다.

버스 창문이 딸들이 키보다 높자 남북 양측 관계자 및 취재진은 딸들을 안아 올리거나 사다리 위에 올려주기도 했다. 이후 모녀는 버스 창문을 사이에 두고 서로 손바닥을 마주하며 눈물로 인사했다.

"어떻게 떠나니…발이 안 떨어진다"

고호준(77) 할아버지의 북측 형수와 조카는 차창에 붙어 손을 맞대고 오열했다. 이때 차문이 잠시 열리자 고호준 씨는 차에서 내려 북측 가족들을 부둥켜안고 울기 시작했다. 고호준 씨는 "어이구 자슥아, 어떻게 떠나니…떼어놓고 가려니 발이 안 떨어진다"라고 목놓아 울었고, 북측 조카는 "삼촌 울면 안 됩니다. 통일되면 건강하게 다시 만납시다"라고 울며 위로했다.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차 마지막 날인 22일 오후, 금강산호텔에서 작별상봉이 끝난 뒤 북측 리신영(71)씨 가족이 남측 이춘자(90)씨 가족을 배웅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차 마지막 날인 22일 오후, 금강산호텔에서 작별상봉이 끝난 뒤 북측 리신영(71)씨 가족이 남측 이춘자(90)씨 가족을 배웅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최동규(84) 할아버지를 보내는 북측 조카 박춘화(58) 씨도 발을 동동 구르며 큰 소리로 "이렇게 헤어져야 하나. 이렇게 기막힌 게 어딨니. 통일되면 이런 거 안 하잖아. 이게 뭐야 이게!" 라고 울부짖었다.

이관주(93) 할아버지를 보내는 북측 조카 리광필(61) 씨는 이 할아버지가 탑승한 5호차 버스 창밖에서 아이처럼 울었다. 리광필 씨는 차량 안에서 소리가 잘 안 들릴 것을 우려해 자신의 손바닥에 직접 "장수하세요"라고 적었다. 이 할아버지는 아이처럼 우는 리 씨를 쳐다보며 눈물을 흘리다가 선글라스로 눈을 감췄다.

아들을 만나면 "너도 술 좋아하느냐"고 물어보고 싶다던 이기순(91) 할아버지는 아들 리강선(75) 씨를 꼭 안고 웃으며 "나 가짜 아버지 아냐. 너 아버지 있어"라고 말했고, 아들 리 씨는 "건강하고 오래 사시라요. 그래야 또 만나지"라고 인사했다.

애써 담담하게…"통일되면 우리 다시 만나요!"

하나밖에 없는 여동생을 만난 김병오(88) 할아버지는 연신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다가 동생을 보고 함박웃음을 지으며 양손 크게 하트를 그려보였다. 북측 여동생 김순옥(81) 씨도 오빠를 향해 하트를 그려보였다. 김 할아버지는 버스가 떠날 때까지 계속해서 오른 손으로 '안녕' 하고, 간간히 하트 모양을 그렸고, 순옥 씨는 "오빠 잘 가요, 오빠 잘 가요!"라고 흐느끼며 소리쳤다.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차 마지막 날인 22일 오후, 금강산호텔에서 작별상봉이 끝난 뒤 북측 조카 장동숙(70)씨 가족이 남측 장해원(90)씨 가족을 배웅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차 마지막 날인 22일 오후, 금강산호텔에서 작별상봉이 끝난 뒤 북측 조카 장동숙(70)씨 가족이 남측 장해원(90)씨 가족을 배웅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박기동(82) 할아버지를 보내는 북측 동생 박선분(73) 씨는 버스에 탄 오빠를 향해 손을 흔들며 "통일이 되면 다시 한번 더 만나요!" 라고 큰 소리로 외쳤다. 또 "오빠, 통일의 그날까지 오래오래 사세요. 건강하게 사세요!"라며 못다한 인사를 전했다. 박기동 할아버지도 창밖을 보며 손을 흔들며 손바닥으로 버스 창문을 두드리기도 했다.

이번 이산가족 상봉행사는 20일부터 2박3일 간 남측 이산가족이 북측 가족을 만나는 1차 상봉을 마무리하고, 24일부터 26일까지 북측 이산가족이 남측 가족을 만나는 2차 상봉으로 이어진다.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차 마지막 날인 22일 오후, 금강산호텔에서 작별상봉이 끝난 뒤 북측 아들 리상철(71)씨와 버스에 탑승한 남측 어머니 이금섬(92)씨가 이별을 앞두고 창문에 손을 맞대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차 마지막 날인 22일 오후, 금강산호텔에서 작별상봉이 끝난 뒤 북측 아들 리상철(71)씨와 버스에 탑승한 남측 어머니 이금섬(92)씨가 이별을 앞두고 창문에 손을 맞대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박진여 기자 (parkjinye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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