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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울지마" "아이고"…작별상봉 마친 이산가족, 또 한 번의 이별


입력 2018.08.22 14:09 수정 2018.08.22 14:11        박진여 기자 (parkjinyeo@dailian.co.kr)

"울지마, 울면 안돼…통일돼 단 1분이라도 같이 살다 죽자" 눈물바다

"두살 때 헤어졌어 두살 때…" 70여년 만에 마주한 父子 말없이 소주만

"개성에서 김포까지 차가지고 40분이면 간다" "빨리 통일돼 왕래해야"

20일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제21차 남북 이산가족 단체상봉 행사에서 남측의 조혜도(86·가운데)가 북측의 언니 조순도씨(89)를 만나 포옹하며 울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0일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제21차 남북 이산가족 단체상봉 행사에서 남측의 조혜도(86·가운데)가 북측의 언니 조순도씨(89)를 만나 포옹하며 울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1차 상봉 마지막 날인 오늘 남북 이산가족들은 작별 상봉으로 또 한번의 이별을 나눠야 했다. 꿈에 그리던 휴전선 너머의 가족들을 만난 이산가족들은 22일 오전 10시부터 진행된 작별 상봉 및 오찬을 끝으로 또다시 기약 없는 이별을 하게 됐다.

남북 이산가족들은 지난 2박 3일 간 총 6차례에 걸쳐 12시간을 만났다. 남북 분단으로 잃어버린 지난 70여년의 세월을 12시간 안에 눌러담기는 부족했다. 또 한번의 이별을 앞둔 가족들 사이 아쉬움의 탄식과 눈물이 터져나왔다.

"울지마, 울면 안돼…통일돼 단 1분이라도 같이 살다 죽자" 눈물바다

하나밖에 없는 여동생을 만난 김병오(88) 할아버지는 작별 상봉장에서 기다리는 여동생 곁에 앉자마자 허공을 응시하며 흐느꼈다. 북측 여동생 김순옥(81) 씨는 "오빠 울지마…울면 안돼" 라고 오빠 손을 지긋이 잡았다.

계속 눈물만 흘리는 오빠 옆에서 침착함을 유지하던 동생 순옥 씨도 끝내 눈시울이 붉어지고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두 남매는 한동안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아이고" 하며 허탈한 표정으로 눈물만 흘렸다.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첫날인 20일 오후 북한 금강산호텔에서 진행된 단체상봉에서 남측 김종태(81)씨가 북측의 조카 김학수(56)씨와 상봉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첫날인 20일 오후 북한 금강산호텔에서 진행된 단체상봉에서 남측 김종태(81)씨가 북측의 조카 김학수(56)씨와 상봉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평양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내과 의사를 지냈다는 순옥 씨는 상봉 내내 밝은 모습을 유지했다. 순옥 씨는 앞서 만남에서도 오빠 병오 씨를 꼭 안고 "오빠랑 나랑 정말 똑같이 생겼다"며 우리 취재진을 향해 "우리 정말 닮았죠?" 하고 벅찬 감정을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이별을 앞두고 착잡해하는 오빠의 모습에 눈물을 훔치며 "오빠, 통일이 되면 정말 좋을 거야. 통일 돼서 단 1분이라도 같이 살다 죽자"면서 절절한 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두살 때 헤어졌어 두살 때…" 70여년 만에 마주한 父子 말없이 소주만

아들을 만나면 "너도 술 좋아하느냐"고 물어보고 싶다고 했던 이기순(91) 할아버지는 상봉 마지막 날 남측 소주 '좋은데이'를 한 병 들고와 아들과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소주를 나눠마셨다. 이기순 할아버지는 말없이 소주만 들이키면서 테이블에 놓인 사과를 아들 앞에 밀어주고 챙기는 모습이었다.

이 할아버지는 이날 상봉장 도착 전 착잡한 표정으로 "두살 때 헤어졌어 두살 때…"라며 말을 잇지 못하고 눈가가 붉어지기도 했다. 70여년 만에 재회한 부자는 소주를 한 컵씩 나눠 마시고, 어느덧 70대 노인이 된 아들은 아버지의 손을 꼭 붙잡고 계속 쓰다듬었다.

북측의 큰형님을 만난 이수남(77) 씨는 기약 없는 헤어짐이 안타깝기만 하다. 이수남 할아버지는 "이제 또 만날 수 있을지 안타깝다. 우리가 젊었더라면 모를까 걱정"이라며 "안부라도 묻고 살면 좋겠지만…"이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개성에서 김포까지 차가지고 40분이면 간다" "빨리 통일돼 왕래해야"

북측 여동생을 만난 신재천(92) 할아버지도 아쉬움을 금할 길이 없다. 신재천 할아버지는 상봉장 테이블 위에 놓인 약과 봉지를 뜯어 동생 접시에 넣어주며 "서로 왕래하고 그러면 우리 집에 데리고 가서 먹이고 살도 찌우고 하고 싶은데… 죽기 전에 우리집에 와서 밥도 먹고 그래"라며 아쉬움을 표현했다.

20일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제21차 남북 이산가족 단체상봉 행사에서 남측 이금섬(92) 할머니가 아들 리상철(71)을 만나 포옹을 하며 눈물을 보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0일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제21차 남북 이산가족 단체상봉 행사에서 남측 이금섬(92) 할머니가 아들 리상철(71)을 만나 포옹을 하며 눈물을 보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에 동생 신금순 씨는 "아, 개성에서 김포 금방이잖아. 빨리 통일이 돼야 돼"라면서 오빠의 말에 호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신재천 할아버지는 "내가 차 가지고 가면 40분이면 가"라며 계속 아쉬움을 드러냈다.

서로 연락할 수 있게 되는 날을 기약하며 전화번호와 주소를 교환하는 가족도 있었다. 북측 두 조카를 만난 양경용(89) 씨는 북측 조카들과 연락처와 주소를 주고 받았다. 조카들은 "통일이 되면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했고, 양경용 할아버지는 "그럴 것"이라며 웃으며 대답했다.

남측 가족들은 작별 상봉 및 오찬을 끝으로 오후 1시 30분 금강산을 떠나 귀환길에 올랐다.

이번 이산가족 상봉행사는 20일부터 2박3일 간 남측 이산가족이 북측 가족을 만나는 1차 상봉을 마무리하고, 24일부터 26일까지 북측 이산가족이 남측 가족을 만나는 2차 상봉으로 이어진다.

박진여 기자 (parkjinye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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