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 형님 '건배'에 北 아우 "여기 왔으면 조선말 써야지, 축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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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편집시간 : 2018년 09월 20일 21:05:34
    南 형님 '건배'에 北 아우 "여기 왔으면 조선말 써야지, 축배!"
    '익숙해지려니 벌써…' 이튿날 상봉 마친 이산가족 "안 보내고 싶다"
    애교 많은 누나 '사랑해' 고백에 진중한 北 동생 "존경합니다" 화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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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 : 2018-08-21 18:52
    공동취재단 = 박진여 기자
    '익숙해지려니 벌써…' 이튿날 상봉 마친 이산가족 "안 보내고 싶다"
    애교 많은 누나 '사랑해' 고백에 진중한 北 동생 "존경합니다" 화답


    ▲ 제21차 이산가족 상봉 이틀째인 21일 오후, 북한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단체상봉에서 남측 어머니 이금섬 할머니가 북측의 아들 리상철 씨와 꼭 껴안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1일 오후 세 시부터 다섯 시까지 진행된 단체상봉에서 재회한 남북 이산가족들은 절절한 그리움을 털어놨다. 금강산에서의 둘째 날, 남북 이산가족들은 금강산 호텔 2층 연회장에서 진행된 단체상봉에서 반가워 얼싸안고, 안타까워 서로를 다독이며 끈끈한 가족애를 나눴다.

    다시 만난 이산가족들 사이에는 반가움과 아쉬움이 교차했다. 이번 단체상봉은 앞서 따로 점심을 먹었던 가족들이 한데 모여 다과를 즐기는 형식으로 이어졌다.

    이날 차제근(84) 할아버지는 북측 동생 차제훈(76) 씨를 만나 "내가 버리고 나와서 항상 죄책감에 가슴이 아파. 내가 형으로서 동생을 버리고 나만 살겠다고 나와서 미안해"라면서 연신 미안함을 표시했다. 동생 차 씨는 그런 형의 무릎을 매만지며 "아이고, 뭐가 미안해요"라고 도리어 형을 위로했다.

    ▲ 제21차 이산가족 상봉 이틀째인 21일 오후, 북한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단체상봉에서 남측 최고령자인 101세 백성규 할아버지의 북측 며느리 리복덕(63)씨가 남측 백순자(65)씨에게 북한 음료를 권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차 할아버지는 동생에게 못해준 지난 날들을 자책하면서도, 지금이라도 만났다는 사실에 기뻐하며 힘찬 건배를 올리기도 했다. 차 할아버지가 플라스틱 컵에 담긴 음료수를 들어보이며 '건배!' 라고 외치자 북측 동생 차제훈 씨는 "아니 여기 왔으면 조선말을 써야지"라며 "축배!" 라고 말해 분위기를 띄웠다.

    애교 많은 누나와 진중한 남동생 간 대화에서 웃음꽃이 피어나오기도 했다. 김혜자(75) 할머니는 북측 남동생 김은하(75) 씨를 만나 "볼 시간도 얼마 안 남았네"라며 아쉬워 했고, 그런 누나에게 동생 은하 씨는 "내일 아침이 또 있지 않습니까"라며 위로했다.

    특히 김 할머니가 "내가 서울에서 '은하야!' 하고 부를게"라고 하니 동생 은하 씨는 "그럼 제가 '네~' 할게요" 라고 화답하며 웃음꽃이 피었다. 이날 김 할머니가 동생에게 연신 "사랑해" 라고 고백하자 동생은 쑥스러워 하며 별 말 없이 웃어보였다.

    ▲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첫날인 20일 오후 북한 금강산호텔에서 진행된 단체상봉에서 남측 전혜옥(90)씨와 북측 시조카 김윤경(56)씨가 가족사진을 보고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에 김 할머니는 "넌 사랑한다는 말 안 하니"라며 동생에게 장난스럽게 핀잔을 줬고, 동생은 "아니, 누님을 존경해요. 누님이 날 사랑해주니까 얼마나 좋은지 몰라" 라고 마음을 전했다. 이에 김 할머니는 "너무 좋다. 꿈 같다. 지금까지도 꿈 꾸는 거 같다"며 "같이 있고 싶다. 안 보내고 싶다"고 마음을 드러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이날은 전반적으로 남북 가족들이 전날 긴장했던 모습과는 달리 부드러운 표정과 편안한 자세로 한층 여유로운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가족들끼리 또는 이웃 테이블의 다른 가족들과 환담을 나누며 상봉 이틀 만에 끈끈한 가족애가 더 깊어진 모습들이 곳곳 포착됐다.

    이날 단체상봉 행사는 오후 5시에 종료되면서 이산가족 상봉행사 1차 상봉단의 둘째 날 일정이 마무리 됐다. 남북 이산가족은 다음 날인 22일 오전 10시부터 3시간 동안 작별상봉과 공동오찬을 남겨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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