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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사태가 소환한 '집단소송제' 이슈…재계로 '불똥'


입력 2018.08.21 11:38 수정 2018.08.21 15:20        박영국 기자

정부, 가을 정기국회서 도입 추진

'소비자 권익보호' 여론이 힘 실어줄 듯

김효준 BMW코리아 회장이 6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최근 잇따라 일어난 BMW 차량의 화재사고와 관련해 가진 긴급기자회견에서 사과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김효준 BMW코리아 회장이 6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최근 잇따라 일어난 BMW 차량의 화재사고와 관련해 가진 긴급기자회견에서 사과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정부, 가을 정기국회서 집단소송제 도입 추진
'소비자 권익보호' 여론이 힘 실어줄 듯


BMW 화재 사고에 따른 파장이 자동차 업계를 넘어 재계로 확산되고 있다. 재계는 이번 사태로 ‘소비자 권익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정부의 기업 규제 움직임이 강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기업들이 이번 BMW 사태를 보면서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소비자 권익보호 여론이 각종 기업 규제를 담은 상법개정 움직임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다.

소비자 집단소송제와 징벌적손해배상제와 같이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면서 기업들에게는 심각한 리스크로 작용하는 제도들이 대표적이다.

BMW 사태가 본격화되면서 국내 소비자들이 느슨한 기업 규제로 인해 미국 등 다른 나라에 비해 차별받고 있으며, 소비자집단소송제와 징벌적손해배상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지난 13일에는 참여연대가 이들 제도의 도입을 촉구하는 논평을 내기도 했다.

집단소송제는 많은 피해자가 발생했을 경우 일부 피해자가 소송에서 이기면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피해자라도 동일한 배상을 받을 수 있는 제도로, 국내에서는 2005년 증권 분야에만 도입된 상태다. 징벌적손해배상제는 고의·악의적으로 불법행위를 한 제조사가 입증된 재산상 손해보다 훨씬 더 많은 금액을 피해자에게 물게 하는 제도다.

이들 제도는 소비자 권익을 강화한다는 측면에서는 이미 해당 제도가 도입된 해외 사례를 통해 확실한 효과가 검증됐다. 하지만 그 반작용으로 기업들은 심각한 불확실성에 시달려야 한다.

집단소송제 도입의 부작용은 그동안 이 제도의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만큼 높은 빈도로 언급돼 왔다. 지난해 취임한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집에도 이 제도의 도입이 명시돼 있고, 그 이전에도 정치권에서 상법 개정안을 논의할 때 집단소송제 도입은 빠지지 않는 아이템이었다.

재계에서는 집단소송제가 도입될 경우 기업들이 소송 남발로 기업활동 위축은 물론, 파산 위기까지 내몰릴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미국 다우코닝이 1992년 실리콘 유방보형물 유해성 문제로 집단소송을 당해 패소하면서 42억5000만달러(약 4조7000억원)의 합의금을 물어낸 뒤 1995년 파산한 사례는 집단소송제의 대표적인 부작용으로 꼽힌다.

대기업 한 관계자는 “명확히 잘못한 일에 대해서는 처벌을 받고 보상을 하는 게 당연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까지 기업이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은 상존한다”면서 “기업들이 생존을 위협하는 수준의 비용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 수시로 내몰린다면 기업 활동이 제대로 이뤄질 수가 없다”고 말했다.

집단소송제 도입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막상 제도가 도입되더라도 소비자들이 많은 비용과 시간을 투자해 소송을 남발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재계의 시각은 다르다. 설령 소비자들이 잠잠하더라도 일감 부족에 시달리는 일부 변호사들이 소송을 유도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변호사들이 일감이 없어 세무대리나 채권추심까지 손을 대고 있는 형편”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집단소송제 도입은 변호사들에게 막대한 일감을 제공하는 새로운 시장이 열리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그동안 국회에서 집단소송제 도입이 논의될 때마다 ‘소비자 권익보호’와 ‘기업활동 위축 우려’ 논리가 팽팽히 맞서 왔다. 이런 구도에서 변수가 될 수 있는 것은 국민 여론이다. 그런 의미에서 집단소송제 도입 반대를 주장하는 재계에 최근의 BMW 사태는 치명적이다.

정부는 오는 가을 정기국회에서 집단소송제를 도입하겠다는 방침이다. BMW 사태로 집단소송제 도입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은 이런 정부의 움직임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최저임금제의 급격한 인상이 고용률 감소로 이어진 선례에서 볼 수 있듯이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제도 도입은 부작용을 감안해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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