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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인권유린’ 北집단체조 관람할까


입력 2018.08.20 16:30 수정 2018.08.20 17:48        이배운 기자

외화벌이·주민인권 유린의 상징…정권선전 악용 위험

南美中정상 방북 겨냥한듯…통치력 과시, 관광객 대거유치 속내

외화벌이·주민인권 유린의 상징…정권선전 악용 위험
南美中정상 방북 겨냥한듯…통치력 과시, 관광객 대거유치 속내


북한의 집단체조 ‘아리랑 공연’이 진행되는 장면. ⓒ고려투어 홈페이지 북한의 집단체조 ‘아리랑 공연’이 진행되는 장면. ⓒ고려투어 홈페이지

문재인 대통령이 내달 평양에 방문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갖기로 한 가운데 ‘집단체조’ 관람을 둘러싸고 미묘한 신경전을 벌일 전망이다.

집단체조는 주민 수만명을 동원해 체조와 춤, 카드섹션을 벌이는 대규모 공연이다. 이 공연은 북한식 사회주의의 우월성을 선전하는데다 ‘인권유린’과 ‘대북제재 회피’라는 상징성이 있어 우리 정부의 신중한 대응이 요구된다.

북한에서 운영하는 관광사이트 '조선관광'은 북한정권 창립 70주년을 기념해 집단체조 예술공연 '빛나는 조국'이 내달 9일부터 30일까지 평양 '5월1일 경기장'에서 진행된다고 지난 13일 밝혔다. 홍보 페이지는 "집단체조를 관람한 사람들은 그것을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작품'이자 ‘스포츠 및 예술 공연의 극치’라고 칭송한다“고 소개했다.

북한 정권은 이번 집단체조 개최로 주민들의 인권을 유린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집단체조 참가자들은 폭염의 땡볕아래에서 장기간 혹독한 연습에 임해야 하는 탓이다. 이에 참가자들은 방광염·심장병 등에 걸리는 사례가 속출하는 것으로 알려졌고 아동 참가자들의 건강 악화 및 학업 중단도 중대한 인권 문제로 지적돼왔다.

집단체조는 대북제재를 회피한 주요한 외화벌이 수단으로도 지목된다. 조선관광에 따르면 외국인 관광객의 이번 집단체조 관람비용은 특등석 800유로(약 103만 원), 1등석 500유로(64만 원), 2등석 300유로(38만 원)에 달한다.

‘아리랑 공연’을 연습하고 있는 북한의 어린 무용수들 ⓒ고려투어 홈페이지 ‘아리랑 공연’을 연습하고 있는 북한의 어린 무용수들 ⓒ고려투어 홈페이지

북측은 내달 평양에서 개최하기로 예정된 제3차 남북정상회담 일정에 집단체조 관람을 포함시키려 할 수 있다. 앞서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7년 남북정상회담차 평양에 방문해 집단체조 ‘아리랑’을 관람한 바 있다.

미국이 대북 최대압박의 끈을 조이고 인권비판을 지속하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집단체조를 관람하는 모습은 자칫 독이 될 수 있다. 제재회피와 인권유린의 실상을 눈앞에 두고도 이를 용인하는 듯한 장면이 연출되는 탓이다. 북한 정권이 남북화해 및 제재완화 분위기를 선전하는 용도로 악용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최근 ‘북한산 석탄 밀반입’ 논란으로 대북제재 위반을 방관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는 정부에 이는 더욱 부담스러운 문제다. 미국 국무부는 최근 한글로 번역한 대북제재 주의보를 발간하면서 우리 정부에 눈치를 줬고, 존 볼턴 국가안보 보좌관 등 주요 인사들의 경고성 발언도 잇따르고 있다.

남북 화해 분위기에 치중한 탓에 인권실상을 눈감고 있다는 비판도 거세질 수 있다. 최근 자유한국당 정책위는 현 정부의 100대 실정중 하나로 북한 인권에 대한 침묵을 지적했다. 또 에드 로이스 미국 하원 외교위원장은 지난 6월 하원 본회의에서 "한국 정부가 북한 인권 운동가들을 침묵시키려 하고 있다"며 "이는 비생산적이고 상당히 충격적이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김정은 위원장이 5년 동안 중단됐던 집단체조를 재개한 것은 남·미·중 정상의 방북을 겨냥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최근 외교가에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9월 9일 방북을 유력하게 보고 있다. 시진핑 주석에 집단체조를 처음 선보이는 것은 각별한 북중관계를 과시하고 홍보효과를 발휘해 중국인 관광객 대거 유치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또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는 지난달 23일 자유아시아방송(RFA) 인터뷰에서 집단체조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평양 방문을 지금부터 준비하는 것 같다”며 “지구상에서 북한 외에는 볼 수 없는 인간기계들의 일사불란한 집단 체조를 보여줘 자신의 통치력을 과시하고 감동을 주려고 할 수도 있다”고 관측했다.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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