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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이산가족 상봉…납북자·국군포로 가족 '한맺힌 만남'도


입력 2018.08.20 16:29 수정 2018.08.20 19:02        박진여 기자 (parkjinyeo@dailian.co.kr)

국군포로로 잡혀간 아버지…'북측 이복동생들과 생전 父 추억'

죽은줄 알았던 형, 두 딸 낳고 장수한 것 같아 다행…조카상봉

국군포로로 잡혀간 아버지…'북측 이복동생들과 생전 父 추억'
죽은줄 알았던 형, 두 딸 낳고 장수한 것 같아 다행…조카상봉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에 참가하는 1차 남측 방문단 중 최고령자인 백성규(101)씨가 19일 오후 집결지인 강원도 속초 한화리조트에 도착해 등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에 참가하는 1차 남측 방문단 중 최고령자인 백성규(101)씨가 19일 오후 집결지인 강원도 속초 한화리조트에 도착해 등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남북 이산가족이 20일 오후 3시 단체상봉으로 65년여 만에 가족과 재회했다. 이날 상봉에서는 전시납북자와 국군포로 가족들의 만남도 이뤄져 눈길을 끌었다.

북측 가족을 만나는 우리 측 이산가족 89명과 동행 가족 등 197명은 이날 오후 3시 금강산 호텔에서 북측 가족 185명과 단체상봉으로 헤어진 가족과 대면했다.

이번 상봉은 이산가족이 모두 고령이라 부모 자식 간 상봉은 7가족에 불과하며, 형재 자매나 사촌·조카 등 친척을 만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6.25 전쟁 중 북쪽으로 끌려간 국군포로 한 가족과 전시 납북자 다섯 가족의 만남도 성사됐다.

6·25 전쟁 발발 당시 포로로 잡혀간 아버지의 생사를 수소문하던 이달영(82) 씨는 북측으로부터 아버지의 사망 소식을 받고, 세상을 떠난 아버지 대신 북측의 이복동생 리일영(48·남) 씨와 리영희(48·여) 씨를 만난다.

이 씨는 아버지가 이북으로 간 후부터 이산가족 상봉 신청을 해왔다. 그러던 중 아버지의 사망 선고를 받고, 이후 북측에 동생이 두 명 있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 씨는 지난 7월 대한적십자사로부터 북측의 이복동생들이 달영 씨와 만나겠다는 의사가 있다는 통보를 받고 이번 상봉을 결심하게 됐다.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에 참가하는 1차 남측 방문단 가족들이 19일 오후 집결지인 강원도 속초 한화리조트에 도착해 등록하는 가운데 한 이산가족이 북측 가족들에게 줄 가족사진을 챙기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에 참가하는 1차 남측 방문단 가족들이 19일 오후 집결지인 강원도 속초 한화리조트에 도착해 등록하는 가운데 한 이산가족이 북측 가족들에게 줄 가족사진을 챙기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달영 씨는 1952년께 30대의 군인이던 아버지를 기억했다. 이 씨는 "어디 부대 근무였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같이 근무했던 사람으로부터 국군포로로 갔다는 것은 전해들었다"라며 "아버지가 (북에서) 1987년도에 돌아가셨다는 것 같다. 아버님이 살아계셨으면 100살이셨다"라고 추억했다.

또한 아버지와 함께했던 추억도 고스란히 안고 있다. 이 씨는 천자문을 가르쳐 주던 아버지를 생각하며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에 고모, 사촌과 함께 (아버지로부터) 천자문을 배웠다. 고모, 사촌은 다음 날이 되면 잘 기억을 못 했지만 나는 곧잘 했다"며 회상했다.

달영 씨는 "아버지가 북으로 가셔서 바로 돌아가셨으면 마음이 안 좋았을텐데 아이도 낳고 좀 생존해 계셨으니 다행이다 싶다"며 "아버지 사진이 있는데, 동생들이 가지고 나온 아버지 사진을 보면 이복동생인줄 알겠지"하고 말했다.

전시납북된 형님의 두 아들, 즉 조카를 만나는 곽호환(85) 씨도 상봉을 앞두고 만감이 교차한다. 곽 씨의 형은 충북 제천시에 살다가 전쟁 통에 인민군 회의에 소집됐다가 돌아오지 못했다.

곽 씨는 "과거 이산가족 상봉 때 형님과 같이 사라졌던 친구분이 상봉자로 나와 그 분을 통해 형님의 소식을 전해들었다"며 "이번에 적십자에서 확인해준 것으로는 1981년 형님이 돌아가셨다고 한다"고 전했다.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에 참가하는 1차 남측 방문단 가족들이 강원도 속초 한화리조트에 집결하는 가운데 19일 오후 북측의 조카들을 만나러 금강산으로 향하는 이관주(오른쪽), 이관국 형제가 등록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에 참가하는 1차 남측 방문단 가족들이 강원도 속초 한화리조트에 집결하는 가운데 19일 오후 북측의 조카들을 만나러 금강산으로 향하는 이관주(오른쪽), 이관국 형제가 등록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곽 씨는 "이번에 조카들을 만나게 된 것은 정말 고마운 일"이라며, 조카들을 위해 겨울 점퍼 등을 선물로 준비했다.

1·4 후퇴 당시 의용군으로 끌려가 납북된 큰형님의 조카를 만나는 최기호(83) 씨도 한맺힌 사연을 풀어놓았다. 최 씨는 "당시 폭격이 너무 많아 당연히 죽었을 것으로 생각하고 단념하고 있었는데 (형님이) 장수하신 것 같다"며 "딸도 두 명이나 낳았다니 반갑고, 이렇게 만나게 돼 감개무량하다"며 기대를 드러냈다.

최 씨는 "당시 형편이 어려워서 사진도 못 찍어 형님의 사진이 하나도 없다"며 이번에 북측 조카들이 사진을 가져다 주기를 간절히 원한다고 전했다. 최 씨는 "우리가 기억하는 형님의 마지막 모습이 스무살 때니까 이후 어떻게 나이들었는지 알 수 있으면 좋겠다"며 "보면 바로 형이라고 알 수 있을텐데…"라고 말을 이었다.

형님을 그리워하던 어머니의 모습도 또렷이 남아있다. 최 씨는 "어머니가 끼니 때마다 꼭 형이 먹을 밥을 상에 올리면서 '밥공기에 물이 맺히면 네 형은 살아있는 거다' 라고 말씀하셨다"고 전하기도 했다.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에 참가하는 1차 남측 방문단 가족들이 19일 오후 집결지인 강원도 속초 한화리조트에 도착해 방북 교육을 받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에 참가하는 1차 남측 방문단 가족들이 19일 오후 집결지인 강원도 속초 한화리조트에 도착해 방북 교육을 받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어릴 적 자신을 '개구장이'였다고 소개한 최 씨는 "형 성격이 참 순했다. 산에 놀러가서 내가 형에게 장난친다고 바위 위에 올라가서 형을 향해서 오줌을 갈기다가 벌을 받았는지 미끄러진 적도 있다"며 웃어보였다.

최 씨는 이번에 만날 북측 조카들을 위해 화장품과 칫솔·치약, 옷가지와 라면 등 갖가지 선물을 한아름 준비했다.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앞두고 가슴을 저미게 하는 저마다의 사연이 전해지면서 안타까움이 더해지고 있다.

이번 이산가족 상봉행사는 20일부터 2박3일 간 남측 이산가족이 북측 가족을 만나는 1차 상봉, 24일부터 26일까지 북측 이산가족이 남측 가족을 만나는 2차 상봉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이번 상봉행사로 남측에서 93명, 북측에서 88명이 상봉에 나서게 된다.

박진여 기자 (parkjinye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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