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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사회가 그래도 안무너지고 버티는 이유


입력 2018.08.15 11:08 수정 2018.08.15 11:09        데스크 (desk@dailian.co.kr)

<칼럼>마린온 사고 유족들이 보여준 절제와 의연함 국민들을 더 숙연케

여당, 홀대와 무관심 수준…나라와 군 먼저, 유가족 절제력과 품격 덕분

<칼럼>마린온 사고 유족들이 보여준 절제와 의연함 국민들을 더 숙연케
여당, 홀대와 무관심 수준…나라와 군 먼저, 유가족 절제력과 품격 덕분


ⓒ연합뉴스TV 캡처 ⓒ연합뉴스TV 캡처

건국70년 광복73주년을 경축하면서

지난달 17일 마린온(해병대 상륙기동헬기) 추락사고로 순직한 장병 다섯명의 유족들이 시민과 군에서 모금한 조의금 5000만원을 사양하고 해병대 장병들을 위해 써 달라며 고스란히 기부했다는 소식이 뒤늦게 보도되었다.

참 대단한 일이다

자식과 남편, 부친을 하루아침에 잃은 슬픔에도 유족들이 보여준 절제와 의연함이 우리 국민들을 더 숙연하게 만든다.

반면에 마린온 사고가 났을 당시 정부 여당 관계자들이 취한 태도는 어떠했나?

업무수행중 장병들이 아무 과실없이 순식간에 5명이나 순직한 끔찍한 사고에도 사고직후부터 장례식까지 대통령, 여당대표, 청와대 참모들, 국방부장관이 유족들에 대해 보여준 태도는 거의 홀대 혹은 무관심 수준이었다.

낚싯배 침몰사고에 청와대 사람들이 새벽부터 비상근무를 하고 공식회의에서 보란듯이 묵념을 올린 것이나 투신자살한 정치인의 빈소에 참모들과 여당정치인들이 몰려가는 모습 등과 비교해도 그렇고, 근 70년만에 북한에서 돌아온 자국 병사들의 유해를 맞이하는 미국 정부인사들의 태도와 비교해도 정말 너무하지 않았나.

보도에 의하면, 마린온 사고의 어느 유족은 "중학교 1학년, 초등학교 5학년인 두 아들을 해병대에 보내기로 결심했다"고 했고, 해병대 출신인 부조종사 부친은 "두 손자까지 포함해 3대(代) 해병 가족을 이루는 게 나와 아들의 꿈"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어느 아내는 "남편 소원이었던 항공단 창설을 꼭 이뤄 남편과 순직한 분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게 해 달라"고 했다.

'진상을 규명하라'고 떼쓰거나 '보상금이 왜 이것뿐인가 '하고 아우성치는 유족은 없었다.

이들 뿐인가. 2016년 한미 연합 군사훈련 도중에 링스 헬기 추락사고로 순직한 해군 장병들의 유족도, 지난해 사격장에서 날아온 유탄을 맞고 사망한 어느 병사의 아버지도, 군과 나라를 향해 저주하기는 커녕 슬픔을 삼키고 절제하는 모습으로 국민에게 감동을 안겨 주었던 것을 우리는 기억한다.

순국 장병에 대한 국가적 관심과 예우가 절대 부족한 풍토에도 이 나라가 무너지지 않고 버틸수 있게 해주는 힘은 바로 이처럼 나라와 군을 먼저 생각하는 군인 유가족들의 절제력과 품격 덕분이 아닌가 한다.

부디 고인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국방부장관과 군 수사기관은 철저히 사고원인을 규명해서 유족들의 슬픔도 달래주고, 또한 우리의 장병들이 비전투시에 귀한 목숨을 잃는 사고가 재발하지 않게 해주기 바란다.

현재 대통령 특별지시로 진행중인 기무사 계엄 문건 수사처럼 정말 엉터리 같은 일에 쏟아붓는 공력의 10분지 1만이라도 마린온 사고 발생원인 규명에 쏟는다면 얼마든 가능한 일일 것이다.

글/석동현 전 서울동부지방검찰청 검사장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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