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 있으나마나…민주당, 금지된 '의원 지지선언' 잇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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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편집시간 : 2018년 11월 20일 18:02:25
    '룰' 있으나마나…민주당, 금지된 '의원 지지선언' 잇달아
    중앙당선관위, 의원 4명에게 구두경고·게시물 삭제요청
    현역 의원 편법선거운동 계속돼 경고 조치 효력 '의문'
    "정무직 당직자 선거운동에는 왜 눈감나" 공정성 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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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 : 2018-08-14 12:14
    정도원 기자(united97@dailian.co.kr)
    당규에서 금지한 현역 의원의 당권주자 공개 지지 '횡행'
    중앙당선관위, 의원 4명에게 구두경고·게시물 삭제요청


    ▲ 더불어민주당 8·25 전당대회에서 당대표 후보로 나선 이해찬·김진표·송영길 의원이 12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합동연설회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겨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더불어민주당 8·25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규에서 금지한 '현역 국회의원의 특정 당권주자 지지' 행위가 잇따르고 있다.

    당규가 무력화되면서 당권 레이스가 마치 '무규칙 격투기'처럼 변해가자 중앙당선거관리위원회가 구두경고 등의 조치에 나섰으나 흐름을 자제시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민주당 중앙당선관위는 14일 당 소속 4명의 국회의원를 상대로 당규에 위반한 특정 당권주자 지지 행위를 구두경고 조치하고 재발방지를 요청했다.

    구두경고 대상에는 지난 12일 "이번 전대에서 군림하지 않는 민주적 소통의 리더십을 가지고 체감할 수 있는 경제 정책을 실현할 수 있는 당대표가 선출돼야 한다"며 사실상 김진표 후보를 지지 선언한 친문(친문재인) 핵심 전해철 의원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달 26일 예비경선 컷오프 직후 보도자료를 배포해 이해찬 후보 지지 의사를 밝힌 이종걸 의원, 마찬가지로 컷오프된 뒤 지난 5일 페이스북에 사실상 이 후보 지지를 표명한 박범계 의원도 경고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당규 5호 당대표·최고위원 선출 규정 제33조는 현역 국회의원과 시·도당위원장, 지역위원장은 후보자 캠프에 직함을 갖고 활동하거나, 공개적으로 특정 후보를 지지·반대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현역 의원 편법선거운동 계속돼 경고 조치 효력 '의문'
    "정무직 당직자 선거운동에는 왜 눈감나" 공정성 시비


    ▲ 더불어민주당 8·25 전당대회에 당대표 후보로 나선 송영길·김진표·이해찬 의원이 12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합동연설회에서 대의원과 권리당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문제는 중앙당선관위의 구두경고 조치에도 불구하고, 한 번 불붙은 '지지 표명 행진'이 쉽사리 가라앉을 것 같지 않다는 점이다.

    최재성 의원이 당장 오는 16일을 전후해 특정 후보 지지를 표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당규를 살짝 우회해서 사실상의 편법 선거운동을 하고 있는 경우도 눈에 띈다. 역시 예비경선에서 컷오프된 김두관 의원은 지난 주말 영남권 합동연설회장에 빠짐없이 모습을 드러내 대의원·권리당원들을 접촉했다. 김 의원의 이런 행보는 지지를 공개적으로 표명만 안했을 뿐 특정 후보에게 힘을 싣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에 구두경고 조치를 받은 한 의원은 전날 호남에 내려가 대의원·권리당원들을 접촉하며 특정 후보 지지를 호소하고, 특정 후보와 함께 지역 언론인들까지 함께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당 일각에서는 중앙당선관위가 현역 의원 단속에만 나선 것에 의혹의 시선을 던지기도 한다. 당규에 따라 가장 엄격하게 선거운동이 금지된 정무직 당직자들이 특정 후보를 사실상 돕고 있는데도 이를 경고하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다.

    당규 제32조에 따르면, 중앙당선관위원과 중앙당·시도당의 정무직·사무직 당직자는 형식을 불문하고 어떠한 선거운동도 할 수 없다. 또, 제60조에는 제32조 위반에 대한 제재 규정이 별도로 마련돼 있는데, 당직자격 정지 이상의 중징계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한 당대표 후보는 최근 사석에서 특정 정무직 당직자를 가리켜 "당직자인지 ○○○ 후보 캠프 관계자인지 모르겠다"며 "그렇게 (선거운동을) 하려면 당직을 내려놓고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분개하기도 했다.

    '줄서기' 결국 공천 때문… 세 후보 공통 공약 신뢰감↓
    송영길 "최재성 전 정발위원장, 지지 표명 적절하냐"


    ▲ 더불어민주당 8·25 전당대회에 당대표 후보로 나선 이해찬·김진표 의원이 12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합동연설회에서 뭔가 대화를 나누고 있는 가운데, 옆자리의 송영길 의원이 이를 바라보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러한 '무규칙' 현상이 근절되지 않는 근원에는 공천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 이번에 선출되는 당대표가 원칙적으로 2020년 총선 '공천권'을 행사하다보니 현역 의원이나 지역위원장들이 '줄서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는 분석이다.

    역설적인 것은 송영길·김진표·이해찬 세 명의 당대표 후보가 모두 한목소리로 투명하고 공정하며 불가역적인 '시스템 공천 룰'을 총선 최소 1년 전까지 마련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줄서기'가 잇따르고, 후보 본인들도 이러한 지지 선언을 거리낌 없이 받아들이는 것은 결국 '투명하고 공정한 시스템 공천 룰'이 마련될 것이라는 기대가 그만큼 낮고, 아무도 후보들의 공천 관련 공약을 믿지 않고 있는 게 아니냐는 자조의 목소리도 나온다.

    당대표 후보인 송영길 의원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우리 당의 당헌·당규 상으로 국회의원이나 지역위원장은 공개적으로 어떤 후보를 지지하지 못하게 돼 있는데 (최근의 잇단 지지 표명은) 모순"이라며 "당헌·당규를 스스로 안 지키면서 (당권 경쟁을) 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최재성 의원도 (특정 후보) 지지를 결정한다는데, 본인 스스로 정당발전위원장으로서 당의 혁신을 주장해온 분"이라며 "그런 분이 당헌·당규를 위반하고 특정 후보에게 줄을 서겠다는 모습을 보이는 게 적절한지 스스로 생각해봐야 한다"고 비판했다.[데일리안 = 정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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