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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반미행보 가속…해결기미 '깜깜'


입력 2018.08.14 11:15 수정 2018.08.14 11:15        이배운 기자

권위주의체제 부활…터키쿠데타 주도자 송환 문제로 서방과 마찰

시리아내전 계기 이란·러시아 등 반서방 세력 결탁

권위주의체제 부활…터키쿠데타 주도자 송환 문제로 서방과 마찰
시리아내전 계기 이란·러시아 등 반서방 세력 결탁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블룸버그 통신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블룸버그 통신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미국의 압박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견지하면서 양국 갈등의 장기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 12일(현지시각) 흑해 연안 트라브존에서 열린 행사에서 터키 리라화 환율 폭락 사태를 언급하며 "이번 환율 급락에는 경제적인 원인은 없다. 터키를 굴복시키려는 미국의 음모일 뿐"이라며 "미국이 적대정책을 철회하지 않으면 새로운 동맹을 찾아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앞서 지난 10일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인 앤드루 브런슨 목사를 석방하라며 터키산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를 2배 부과했다. 터키 정부는 브런슨 목사가 2016년에 발생한 군부 쿠데타를 지원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 입장에서는 정권의 정당성을 위해 반드시 처벌해야 하는 인물이다.

이처럼 터키와 미국의 관계가 급속도로 악화된 것은 에르도안 대통령의 반(反) 서방 행보와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이슬람 문화권에 속하지만 개방적인 국가인 터키는 1952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가입해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참여하는 등 나토 동맹국 임무를 수행하며 서방세력과 친밀한 관계를 맺어왔다.

그러나 2011년 에르도안 대통령은 3번째 총리 연임 성공 이후 권위주의적인 통치를 펼치기 시작했다. 한 중동정세 전문가는 “한때 이슬람과 자유민주주의의 공존 가능성을 보여준 에르도안 대통령은 일인체제를 공고히 하는 권위주의 리더로 추락해 개인권력에 집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2016년 7월 15일 터키 군부가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에 반발해 쿠데타를 시도하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 2016년 7월 15일 터키 군부가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에 반발해 쿠데타를 시도하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

특히 에르도안 대통령은 2016년 7월 자신을 겨냥한 쿠데타가 실패하자 강도 높은 공안 통치를 실시해 공직자 15만 명 이상을 해임하고 5만 명 이상을 체포했다. 지난해 프리덤 하우스가 평가한 터키의 민주주의 지수는 전년대비 2단계 하락했고 언론 자유의 지수는 독재체제에 가까운 것으로 평가됐다.

또 2016년 중견국 외교를 강조한 아흐메트 다부트오울루 총리가 사임하자 터키는 시리아와 관계 개선을 선언하고 더불어 러시아, 이란과 급속히 가까워졌다. 이들은 서방세계에 반기를 들고 있는 국가들이다.

이는 시리아 내전이 바탕이 됐다는 분석이 잇따른다. 미국은 시리아 내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를 격퇴하기 위해 시리아 북서부 ‘쿠르드 민병대 인민수비대’를 지원했다. 그러나 터키 정부는 쿠르드족을 자국 내 분리주의 운동을 자극하는 위협세력으로 보고 이들을 공격하며 미국과 마찰을 빚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또 쿠데타의 배후로 지목되면서 미국으로 망명한 이슬람 학자 페툴라 귤렌의 송환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이에 응하지 않고 유럽연합은 터키의 권위주의 역행을 비판하면서 터키와 서방의 관계는 더욱 벌어지는 상황이다.

한편 에르도안 대통령은 장기집권 기반을 마련해 임기 종료에 따른 미국·터키 갈등 해소 가능성도 요원하다.

터키는 지난해 개헌을 통해 의원내각제에서 대통령제로 전환했다. 대통령 임기는 5년에 중임할 수 있고 중임 대통령이 임기 중 조기 선거를 시행해 당선되면 다시 5년을 재임할 수 있다. 이론상 에르도안 대통령은 2033년까지 집권이 가능한 셈이다.

에르도안 정부의 반 서방 행보가 지속되면 한국과 터키 관계는 표류상태에 놓이거나 국제적 현안을 두고 의견차를 빚으며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중동 정세 전문가는 “한국은 국제규범과 인도주의 원칙을 따르는 중견국 외교를 추구하고 있다”며 “권위주의 퇴행으로 국제사회에서 신뢰를 잃은 에르도안 정권과 중견국 외교를 통해 협력을 강화하기엔 양국 간 공통분모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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