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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수도권만 남았다'…송영길·김진표·이해찬 현장연설 들어보니


입력 2018.08.13 00:00 수정 2018.08.13 05:52        정도원 조현의 기자

송영길, 7분 연설 동안 13회 환호 나와… 역동적

김진표,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경제'… 일관성

이해찬, 경쟁 후보 제압하는 관록의 화술… 노련함

송영길, 7분 연설 동안 13회 환호 나와…역동적
김진표,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경제'…일관성
이해찬, 경쟁 후보 제압하는 관록의 화술…노련함


12일 오전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대의원대회·전당대회 후보자 합동연설회가 열린 대구 엑스코에 당대표 후보자 이해찬·김진표·송영길 의원의 펼침막이 연단 옆에 걸려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12일 오전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대의원대회·전당대회 후보자 합동연설회가 열린 대구 엑스코에 당대표 후보자 이해찬·김진표·송영길 의원의 펼침막이 연단 옆에 걸려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더불어민주당 8·25 전당대회 후보자 합동연설회가 수도권 일정만 남겨놓고 마무리됐다.

민주당 권리당원 45%(서울 21%·경기 20%·인천 4%)가 몰려 있는 최대 승부처 수도권에서는 오는 17일 인천, 18일 서울·경기에서 마지막 연설회가 열린다. 3일 제주를 시작으로 권역 순회 일정을 소화한 후보들은 마지막 대회전을 남겨놓고 숨을 고르는 중이다.

11일 부산·경남(창원), 12일 대구 합동연설회에서 당대표 후보 3인, 송영길·김진표·이해찬 의원의 현장연설은 각자 강점과 약점이 뚜렷해보였다. 각 캠프에서는 주중 약점은 보완하고 강점은 극대화할 방안을 모색해 수도권 연설회에서 승부수를 띄울 것으로 보인다.

송영길, 경쟁 후보 지지자도 주눅들게 하는 '역동성' 돋보여
난무하는 텍스트… '송영길' 하면 떠오르는 메시지 정리 필요


더불어민주당 8·25 전당대회에 당대표 후보로 나선 송영길 의원이 11일 오후 경남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합동연설회에서 기호 1번을 상징하는 '엄지 척'을 들어보이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더불어민주당 8·25 전당대회에 당대표 후보로 나선 송영길 의원이 11일 오후 경남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합동연설회에서 기호 1번을 상징하는 '엄지 척'을 들어보이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송영길 의원의 강점은 힘과 역동성이었다. 경쟁 후보보다 젊은 나이를 부각하려는 듯 단상으로 거침없이 뛰듯 올라갔다. 절도 있는 '90도 폴더 인사' 뒤에 기호 1번을 상징하는 '엄지 척'을 들어보이는 모습에도 힘이 넘쳤다.

지지자들도 함께 에너지가 넘쳤다. 12일 대구 합동연설회에서는 순서가 돌아오자 지지자 한 명이 "송영길 나온드아~"라고 크게 선창했다. 그러자 일제히 "우와아"하는 환호성이 울려퍼지며 단숨에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김진표·이해찬 의원의 지지자들조차 깜짝 놀라 등을 돌려 뒤를 돌아볼 정도였다.

7분의 연설 동안 13회의 박수와 환호성, 연호가 나왔다. "정동영·손학규·김병준이 다시 돌아오고 있는데, 여기에 어떤 얼굴을 집어넣어야 우리 민주당이 승리할 수 있겠느냐"고 외치는 순간, 지지자들이 일제히 "송영길"을 외치는 타이밍도 적절했다.

현장 분위기는 펄펄 끓어오르는 반면, 나중에 텍스트로 정리된 연설 내용을 보면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가 눈에 띄지 않았다.

7분 연설 동안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이야기, 문재인 대통령과의 총괄선거대책본부장 인연, 한반도 주변 정세, 지역 경제 현안, 경쟁자인 김진표·이해찬 후보가 큰일을 맡았을 때 나이가 지금 자신의 나이라는 것, 야당 대표들이 '올드보이'라는 것, 경쟁자 비판까지 너무 많은 내용을 담으려 하다보니 생긴 약점으로 보인다.

연단 옆 펼침막의 슬로건은 소통·통합·혁신인데, 후보자 연설에서 강조하는 내용은 평화·경제·통합이 됐다. 펼침막의 핵심 구호는 '원팀 민주당'인데, '원팀'은 어느새 이해찬 의원의 구호처럼 됐다. 펼침막도 유독 송 의원만 이것저것 텍스트가 많다. 욕심을 줄이고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간명하게 통일할 필요성이 느껴졌다.

김진표, '오직 경제'… 지역 경제 현안에도 가장 해박
연설에 카리스마 안 느껴져… 현장 호응 유도할 필요성


더불어민주당 8·25 전당대회에 당대표 후보로 나선 김진표 의원이 11일 오후 경남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합동연설회에서 '기호 2번'을 상징하는 승리의 v자를 그려보이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더불어민주당 8·25 전당대회에 당대표 후보로 나선 김진표 의원이 11일 오후 경남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합동연설회에서 '기호 2번'을 상징하는 승리의 v자를 그려보이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김진표 의원은 메시지의 일관성이 가장 뛰어났다. 경쟁 후보들이 정신없이 이것저것 좋은 단어를 던지고 있을 때, 김 의원은 '경제'라는 단일 메시지를 띄웠다.

복수 부처를 맡았던 국무위원이자 국정기획자문위원장 출신답게 각 권역별의 현안에도 해박했다. 제한된 7분의 연설 시간 동안 정책을 구겨 넣듯 읊어대는 게 아니라, 실제 현안 사업의 내용을 알고 챙겨줄 것 같은 인상을 줬다.

자신의 '경제당대표' 이미지를 강조할 뿐 경쟁 후보를 향한 '네거티브 공세'나 묘한 비꼼 등의 구사 빈도도 거의 없었다. 전체적으로 차분하고 안정감 있으면서도 깨끗한 내용의 연설이 돋보였다.

현장연설에서 대중정치인으로서의 '카리스마'는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김영삼 전 대통령 때 금융·부동산실명제를 성공시켰던 경험부터 노무현 전 대통령 때 경제부총리까지 경제관료 시절의 경력을 7분 연설 안에 빼곡히 눌러담다보니 호흡이 가빠지며 생긴 문제 같기도 했다.

연호를 받으며 연단에 올라 "유능한 경제당대표 기호 2번 김진표다"라고 하자마자 터져나온 지지자들의 환호성이 채 끝나기도 전에 무엇이 그리 급한지 "내 앞에 앉아 계신 여러 동지들을 보니 가슴이 뭉클해진다"며 연설을 이어나가는 모습, "엄중한 시기에 우리에게 꼭 필요한 당대표가 누구냐"라고 외치는데, 지지자들의 "김진표"라는 반응과 거의 동시에 "그렇다, 묵묵히 개혁과 혁신에 앞장서온 사람, 나 김진표"라고 한 대목 등이 아쉬웠다.

지지자들의 리액션이 좀 더 울림과 여운을 줄 수 있도록 반 박자 끊어가는 등의 타이밍이 부재했다. 연설의 내용을 조금 덜어내더라도 지지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내면서, 김진표 의원이 경쟁 후보인 송영길·이해찬 의원보다 부족해보인다는 '카리스마'를 적극적으로 연출해낼 필요성도 느껴졌다.

이해찬, 송영길 '상임위원장' 제압하는 7선 관록 압도적
여유 지나쳤음일까… "선거 왜 떨어지느냐"는 '교만' 논란


더불어민주당 8·25 전당대회에 당대표 후보로 나선 이해찬 의원이 11일 오후 경남 창원컨벤션센터에서 두 팔을 벌려들면서 지지자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더불어민주당 8·25 전당대회에 당대표 후보로 나선 이해찬 의원이 11일 오후 경남 창원컨벤션센터에서 두 팔을 벌려들면서 지지자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해찬 의원은 7선 의원다운 관록과 여유가 압도적이었다.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순발력과 대응력 또한 뛰어나 선수(選數)가 헛것이 아니라는 감탄을 절로 불러일으켰다.

송 의원이 11일 오전 부산에서 "4선 의원을 하는 동안 상임위원장 한 번을 못해봤다"고 '헌신'을 강조하며 지지를 호소한데 이어, 오후 경남 창원에서도 반복하자 이 의원은 "송영길 후보가 4선 하는 동안 상임위원장을 못해봤다는데, 나는 7선을 했는데도 상임위원장을 못해봤다"며 "7선이면 국회의장 감인데도 오로지 당을 다시 만들기 위해 (당내 경선) 출마도 안했다"고 잘라버렸다. 이 때문일까, 송 의원은 12일 대구 연설에서는 '상임위원장'을 거론하지 않았다.

부산에서 예능 프로그램 '한 끼 줍쇼'를 언급하며 "한 표 주이소"를 선보여 좌중의 폭소를 불러일으키더니, 이튿날 대구에서는 "('한 끼 줍쇼' 했는데도) 못 얻어먹으면 마트에 가서 라면 끓여먹어야 하더라"는 말을 받치면서 "한 표 주이소"의 파괴력을 한층 강화했다.

전당대회까지 2주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여유'가 교만함으로 비치는 것은 주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교만은 패망의 선봉이요, 거만함은 넘어짐의 앞잡이'이기 때문이다.

이 의원은 11일 부산에서 "30년 동안 국회의원 선거에서 한 번도 떨어진 적이 없다"며 "왜 떨어지느냐"고 했다. 직후 농담이라며 웃었지만, 민주당의 험지(險地)로 노무현 전 대통령과 오거돈 부산시장도 거듭된 낙선의 설움이 있는 부산에서 농담 소재로는 다소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 의원은 이튿날 대구에서는 이 농담을 구사하지 않았다.

김 의원은 12일 페이스북에 "(이 의원의) 그 말을 듣는 순간, 하필이면 부산에서 왜 그런 말을 하나 싶어 무척 민망했다"며 "오거돈 시장을 비롯해 부산의 많은 동지들이 수많은 낙선의 경험이 있는데, 그분들 앞에서 농담으로라도 할 말은 아니지 않았겠느냐"고 지적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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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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