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학교, 조국을 잊지 않으려는 최소한의 몸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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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편집시간 : 2018년 11월 22일 00:12:12
    한국 학교, 조국을 잊지 않으려는 최소한의 몸짓
    <한국인, 스웨덴에 살다 34> 재스웨덴 한국 학교 손혜경 교장
    한국 정부와 한국 사회의 적극적이고 따뜻한 관심 필요한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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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 : 2018-08-12 08:10
    이석원 객원기자
    외교부의 2017년 자료에 따르면, 현재 스웨덴 거주 재외 국민은 3174명. EU에서 여섯 번째로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스웨덴에 사는 한국인들의 삶에 대해서 아는 바가 많지 않다. 그래서 세계 최고의 복지국가, 국가의 모든 것이 가장 투명한 나라로 통하는 스웨덴 속의 한국인의 삶을 들여다보기로 한다. 이 코너에서 소개되는 스웨덴 속 한국인은, 스웨덴 시민권자를 비롯해, 현지 취업인, 자영업자, 주재원, 파견 공무원, 유학생, 그리고 워킹 홀리데이까지 망라한다. 그들이 바라보는 스웨덴 사회는 한국과는 어떤 점에서 다른지를 통해 한국 사회가 나아가야 할 지점도 찾아본다. [편집자 주]

    ▲ 재스웨덴 한국 학교 손혜경 교장. (사진 = 이석원)

    “주재원이나 외교관으로 스웨덴에 오는 분들 중 많은 분들은 어린 자녀들의 영어 교육에 신경을 많이 씁니다. 스웨덴이 워낙 영어를 잘 하는 나라니까요. 그래서 국제학교를 통해서 아이들이 좀 더 많은 영어 공부를 하는 것을 원합니다. 당연히 유익한 일이죠. 하지만 정서가 함양되는 시기, 자칫 아이들이 한국을, 한국의 정서를 잊지 않게 신경 써야 합니다. 2~4년은 한국을 잊기에 넉넉한 시간이거든요. 그래서 아이들에게는 한국 학교가 필요합니다.”

    한국 학교는 한국 교민이 사는 외국에서 한국 아이들에게 한글과 한국의 문화를 가르치는 교육기관이다. 교민 수에 따라 학교의 규모도 제각각이지만, 그래도 다행인 것은 대부분의 나라에는 크든 작든 한국 학교가 운영된다. 그 공간 속에서 자칫 모국의 언어와 문화를 잊을 수도 있는 아이들에게 최소한의 모국 언어와 문화를 가르쳐 주는 곳이 한국 학교다.

    스웨덴 스톡홀름에 있는 한국 학교도 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스웨덴에 정착한 한국 가정의 아이들은 물론, 한-스웨덴 결혼을 통해 가정을 이룬 집의 아이들, 3, 4년의 기간 동안 스웨덴에서 근무하는 한국 기업 주재원들의 자녀와 외교관들의 자녀들, 거기다가 한국 입양인들까지도 한국 학교에서 ‘한국 잊지 않기’ 훈련을 받고 있는 것이다.

    ‘재스웨덴 한국 학교’의 역사는 50년에 이른다. 1969년 스웨덴 이민 1세대들이 스웨덴 정부의 지원을 받아 처음 한국 학교의 문을 열었다. 당시 스웨덴에 거주하는 한국 교민이 많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들은 자녀들이 한국을 완전히 잊어버릴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1950년대 말과 1960년대 초 국제결혼을 통해 스웨덴에 이주한 교민들은 자신의 자녀들이 외모 뿐 아니라 정서까지도 스웨덴 사람으로만 자라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런 이유가 한국어와 한국 역사, 그리고 한국 문화에 대한 교육의 필요성을 낳았고, 그 필요성이 한국 학교를 열게 한 원동력이다. 1986년 지금의 ‘재스웨덴 한국 학교’로 정식 등록했다.

    ▲ 손혜경 교장은 모국어와 모국 문화에 대한 이해는 다른 외국어나 외국의 문화를 효과적으로 습득하는데도 영향을 미친다고 얘기한다. (사진 = 이석원)

    현재 스톡홀름 쇠데르말름(Södermalm) 지역에 있는 재스웨덴 한국 학교 손혜경 교장(56)은 자녀들에게 한국의 존재를 잊지 않게 하려는 부모님들의 열정에 깊은 감동을 받고 있다.

    스웨덴에서 아이를 교육시키면서 한국을 잊지 않게 하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자칫 아이들의 정서나 문화적으로 혼동을 갖지 않을까 하는 염려도 해야 한다. 두 개의 상이한 문화가 충돌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손혜경 교장이 얘기하는 부모님들은 그래서 두 배, 세 배의 노력을 자녀들에게 쏟고 있는 것이다.

    “스웨덴에서 어떤 형태로 거주하든 우선은 어린 자녀들에게 영어 능력 향상에 치중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죠. 이 기회에 아이들이 영어를 잘 하게 되기를 바라는 거죠. 하지만 그 와중에도 모국어인 한국어 교육도 놓지 않는 부모님들이 훨씬 현명해요. 기본적인 모국어 능력은 외국어 능력 향상과도 긴밀한 관계를 가지고 있거든요. 그런 의식을 가지고 있는 분들에게 한국 학교는 반드시 필요한 시설이죠.”

    손혜경 교장은 1993년 8월 스웨덴에 왔다. 꼭 25년 전의 일이다. 스웨덴에 와서 손혜경 교장이 모든 열정을 바친 것은 공부다. 이미 30을 넘긴 나이, 새로운 공부를 하기에 이른 시기는 아니었지만, 한국에서보다 훨씬 많은 공부를 했다.

    처음 스톡홀름 대학교 국제대학원에서 디플로마 과정과 사회학을 공부한 손 교장은 웁살라 대학교에서 경제사학을 전공했다. 이 대학에서 학사와 석사, 그리고 박사 학위까지 취득하는데 꼬박 10년을 공부했다.

    박사 학위를 받은 후 대만 정치대학교 사회학과와 스톡홀름 대학교 아시아 태평양 연구소를 거쳐 한국 고려대학교 의과대학과 한국학 중앙연구원에서 박사 후 연구원으로 5년 동안 공부를 계속했다. 그리고 이어 그는 스톡홀름 대학교 한국학과에서 전임 강사로 한국의 정치와 사회, 문화 교육과 한국어 고급 수준의 강의하며 교육자의 길에 들어섰다.

    손 교장의 배움과 가르침의 열정을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스웨덴 린셰핑 대학교에서 성인교육학을 수료한 손 교장은 2014년까지 스웨덴의 중고등학교에서 스웨덴 아이들을 가르치기도 했다.

    ▲ 1993년 스웨덴에 온 손혜경 교장은 스웨덴 내 한국 교민들 사이에서도 무척 많은 공부를 한 인물로 유명하다. (사진 =이석원)

    “한국 학교 교장을 맡게 된 계기 자체는 단순했죠. 전임 교장이 갑자기 사임하면서 지인의 소개로 재스웨덴 한국 학교로부터 교장을 제안 받았죠. 큰 고민 없이 곧 수락했어요. 사실 그 전부터 관심을 많았지만 다른 일들 때문에 할 수는 없었거든요. 스웨덴에 오고, 공부하고, 아이들을 가르치기도 했는데, 한국 아이들에게 한국의 언어와 문화와 역사를 가르친다는 것은 그 모든 것들보다도 꼭 하고 싶은 일이었고, 해야만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었죠.”

    현재 재스웨덴 한국 학교는 아동반 6개 학급과 성인반 4개 학급으로 구성돼 있다.

    아동반은 나이에 따라 가장 어린 아이들의 시내반을 시작으로 바다반과 하늘반, 그리고 미리내반과 구름반 온누리반이다. 모두 순 우리말로 반 이름을 지었다. 이중에는 모국어가 한국어인 반도 있지만, 한-스웨덴 가정 자녀나 입양인으로 구성된 한국어가 모국어가 아닌 아동들의 반도 있다.

    성인반은 새내기반과 초급반, 중급반, 그리고 고급반으로 나뉜다. 최근 한국 학교 성인반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다. Kpop을 비롯해 최근 남북한의 평화 무드 등도 관심이 높아진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서 각 반 정원이 10명인데, 새내기반과 초급반은 정원을 초과해 학생들이 모이고 있다. 그리고 고급반의 경우, 한국어 실력은 상당하다. 문학성이 높은 시나 소설을 읽기도 한다.

    “재스웨덴 한국 학교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바는, 스웨덴에 살고 있는 한국인 아이들이 한국어는 물룬 한국의 사회와 문화, 그리고 역사 교육을 제대로 받음으로써 대한민국에 대한 이해를 증진 시키고,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 확립에 도움을 주고자 하는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스웨덴 내 한국 사회에서 한국학교는 한국을 잊지 않는 재스웨덴 한국인을 교육하고, 그들을 통해 한국과 스웨덴의 희망적인 교류가 이뤄지는 것을 추구하죠.”

    그러나 한국 학교의 운영이 쉬운 것은 아니다. 가장 큰 어려움은 교사의 잦은 교체다. 한국 학교에서는 가급적 영주권자를 교사로 채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교사가 자주 바뀌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교사의 다변화는 교육의 연속성에 문제가 생기고, 아이들에게도 좋을 수 없기 때문이다. 교사에 대한 보다 나은 보수 지급을 통해 우수한 교사를 오랫동안 보유하는 것은 한국학교의 숙원 과제이기도 하다.

    ▲ 손혜경 교장은 한국 학교와 한인회에 대한 한국 정부의 보다 적극적이고 따뜻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스웨덴에서의 한국 교민에 대한 조국의 관심이라고 본다. (사진 = 이석원)

    그리고 현재 스웨덴의 공립학교를 토요일에만 빌려 한국 학교 수업을 운영하는 것도 힘든 일 중 하나다. 손혜경 교장은 재스웨덴 한인회와 협력하여 한국문화회관을 세울 수 있다면, 한국 학교의 수업도 토요일만이 아닌 주중에도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또 한국어를 전혀 하지 못하는 입양인이나 교포 2, 3세 등 성인들의 한글 교육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여기에는 한국 정부의 관심도 절실하다. 스웨덴은 한국 교민의 수가 유럽에서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다음으로 많다. 1만 1000여명에 이르는 입양인까지 합치면 프랑스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그 흔한 한국 문화원 하나 없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운영하는 해외 한글 교육 기관인 세종학당도 하나도 없다. 문화체육관광부나 외교부 등의 관심이 더 많이 요구되는 것이다.

    손혜경 교장이 한국 학교와 함께 꼭 하고 싶은 일은 이민 1세대들이 조금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돕는 일이다. 스웨덴어 통역과 번역 일도 하고 있는 손 교장은 오래 전부터 통역을 하면서 스웨덴에 사는 한국 교민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는 지 잘 안다.

    스웨덴의 복지 시스템 때문에 이민 1세대들이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 상당수는 외롭다. 한국말을 하고, 한국 음식을 먹는 아주 단순해 보이는 일이 그들에게는 큰 어려움이다. 스웨덴 이민의 역사를 개척한 그들이 남은 생애를 조금 더 행복한 마음으로 편하게 사는 것은 그 다음 세대들과 또 그 다음 세대들이 스웨덴에서 어떻게 한국인으로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이정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3100여 명의 교민과 1만 1000여 명의 입양인이 사는 스웨덴은 유럽에서 결코 작지 않은 한국이 존재한다. 하지만 유럽의 중심부가 아니어서인지 한국 정부의 관심도 적고, 한국 사회도 아직 낯설어 한다. 한국 학교도 한인회도 미약하다. 한국 정부나 한국 국민들의 효과적인 지원이나 후원에서도 거리가 멀다. 그저 그게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몇몇 교민들에 의해 힘겹게 꾸려지고 있다.

    한국 학교 교장이면서 한인회 부회장이기도 한 손혜경 교장은 그런 여러 가지 것들이 안타깝다. 조금 더 조국의 관심이 다다랐으면, 세계 10대 경제 대국인 한국의 눈길이 조금만 더 따뜻하게 다가왔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어머니 나라의 관심이, 스웨덴에서 자라는 한국의 아이들을,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입양된 사람들을, 그리고 스웨덴에서 삶의 마무리를 하고 있는 이민 1세대들을 조금 더 포근하게 감싸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필자 이석원]

    25년 간 한국에서 정치부 사회부 문화부 등의 기자로 활동하다가 지난 2월 스웨덴으로 건너갔다. 그 전까지 데일리안 스팟뉴스 팀장으로 일하며 ‘이석원의 유럽에 미치다’라는 유럽 여행기를 연재하기도 했다. 현재는 스웨덴 스톡홀름에 거주하고 있다.[데일리안 = 이석원 스웨덴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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