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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보수에는 인물이 없을까?


입력 2018.08.12 06:11 수정 2018.08.12 08:10        데스크 (desk@dailian.co.kr)

<칼럼> 보수진영은 ‘독식구조’…계파가 아니라 인물중심, ‘친이’·‘친박’

‘불치하문(不恥下問)’, 인재 재생산구조 회복 안되면 임시방편일 뿐

<칼럼> 보수진영은 ‘독식구조’…계파가 아니라 인물중심, ‘친이’·‘친박’
‘불치하문(不恥下問)’, 인재 재생산구조 회복 안되면 임시방편일 뿐


제99주년 3·1절인 지난 3월 1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보수단체들과 보수성향의 기독교 단체가 주최한 ‘3.1절 국가회복 범국민대회’와 ‘구국과 자유통일을 위한 3·1절 한국교회 회개의 금식기도 대성회 및 범국민대회’등 보수단체들의 태극기 집회에서 참석자들이 ‘한미동맹, 한미일 삼각동맹 강화’와 ‘한국의 공산화 반대’등을 주장하며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제99주년 3·1절인 지난 3월 1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보수단체들과 보수성향의 기독교 단체가 주최한 ‘3.1절 국가회복 범국민대회’와 ‘구국과 자유통일을 위한 3·1절 한국교회 회개의 금식기도 대성회 및 범국민대회’등 보수단체들의 태극기 집회에서 참석자들이 ‘한미동맹, 한미일 삼각동맹 강화’와 ‘한국의 공산화 반대’등을 주장하며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근래 대한민국 보수정당과 보수진영은 ‘폭망’했다. 드러난 현상이 2~3년이지, 사실 상당히 오래 지속된 일의 결과일 뿐이다. 요즘 숨을 좀 고르고 있지만, 회복이 그리 간단치는 않을 것 같다. ‘폭망’의 결과인지 원인인지 모르지만, 보수진영은 끊임없는 인재난에 허덕이고 있다. 현대 민주주의 선거는 대부분 ‘인재영입경쟁’이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아니, 모범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많은 사람이 YS, DJ 등 ‘3김 시대’를 예로 들지만, 군부독재시대도, 그 이전의 혼란기에도 인재영입 노력은 멈춘 적이 없었다. 특정 진영의 특성만도 아니었다. 진영경쟁에서 이기려면 우수한 인재를 모아 활용해야 했다. 세계 유례없는 우리나라의 발전이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턴가 정치권에는 훌륭한 인재가 오지 않기 시작했다. 돈 있는 사람들이 자기 재산을 지키기 위해 기웃거릴 뿐이다. 특히 보수진영이 그랬다. 우리나라 진보진영은 내부에서 경쟁을 즐긴다. 계파경쟁 말이다. 권력을 잡을 때도 연합군임을 숨기지 않는다. 어느 정도 각 계파를 존중해 ‘나눠먹는 전통’도 있다. 이 때문에 인재를 귀히 쓰게 됐고, 이는 전통이 됐다. 의리를 지키는 문화도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보수진영은 ‘독식구조’가 됐다. 계파가 아니라 인물중심이다. ‘친이’, ‘친박’이 대표적이다. 건전한 경쟁은 용납되지 않는다. 그야말로 정글의 싸움판이다. 상대에 대한 존중도 없다. 기회가 되면 모든 가치를 독점한다. 주변에는 가차없고 인색하다. “그러려고 절 도우셨어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정권을 잡은 후, 권력을 나눠 갖고 싶었던 측근에게 한 유명한 말)”라는 어이없는 말까지 정가에 회자됐다.

친이·친박의 경쟁은 ‘인재고갈’로 이어졌다. 경쟁으로 더 많은 인재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할 수 있겠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서로 약점을 잡아 공격하고 단점을 부각시켰다. 기득권을 갖은 사람들은 이런 분위기를 즐기고 조장했다. 총선 때마다 30~40% 교체되는 인물도 능력보다는 보스(매번 바뀌는 공천권자)에 대한 충성심과 재력이 판단기준이 되었다. 정치권에서 사람을 아무리 많이 바꿔도, 새로운 기풍을 만들 수 없었던 이유다. 그들 신인들은 정치인의 소명인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헌신하지 않았다. 주군의 이익과 자기재산의 보전·확대가 압도적으로 중요한 목표였다. 위기 때는 어김없이 모두 숨어 버렸다. 권력자나 구원자 뒤에 숨어 ‘호가호위(狐假虎威)하기’는 선수였다. 불이익을 무릅쓰며 바른 말이 하는 사람을 귀히 쓰는 지도자가 없었으니, 좋은 인재가 남아있을 리 없다.

인재를 재생산하는 인큐베이터가 되어야 할 보수정당은 ‘사당화’됐다. ‘불임정당’이 된 것이다. 이념도 없고, 철학도 없다. 그런 사람들에게 특별한 정책이 있을 리도 없다. 특정보스를 중심으로 세가 결집됐다. 좀비(z​ombie), 강시(僵尸)들의 세(勢)다. 영혼과 자기 판단력이 없고 맹목적이니 가공할 위력을 지닌 것 같이 보였을 것이다. 그러나 생명력없는 껍데기 조직일 뿐이다. 중간보스도 인정되지 않았다. 위계도 없고, 계통도 없었다. MB, 박근혜 정부의 중진들은 정권이 승할 때는 목소리를 낮췄고, 반대로 힘이 빠질 때 큰 소리를 냈다. 대의를 위해서가 아니라 ‘사익(私益)을 위한 선점전략(先占戰略)’이다. 이렇게 10년이 지나니 사람이 남아나지 않았다. 당연히 차세대 지도자도 씨가 말랐다. 과거 YS. 이회창 키즈(Kids)는 중진이 되고 원로가 됐다. 당연히 총기와 기세는 시들어 버렸다. 물리적으로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그 이하다. 연부역강(年富力強)해야 할 후배들은 그냥 소신없는 욕심쟁이 ‘필부필부(匹夫匹婦)’일 뿐이다. 설혹 특출난 인재가 있었다 해도 이런 분위기에서는 타락(Spoil)하기 십상이다.

이제 보수진영의 지도자도 상대진영에서 꾸어다 써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그러나, 새로운 인재를 키울 생각은 여전히 없는 것 같다. 아직 남은 자산을 독식하기 위한 물밑경쟁에 몰두하고 있다. 사람이 많아지면 자기 몫도 줄어든다. 훌륭한 사람들이 들어오면 더 큰 일이다. 더 큰 문제는 ‘변수의 증가’다. 더 많은 가능성은 그들이겐 재앙이다. 계파간 ‘적대적 공생’이라도 하려면 새로운 인재와 분위기를 막아야 한다. 이런 담합이 보수진영의 새로운 희망을 질식시키고 있다.

진보진영도 마찬가지라 항변할 수 있다. 그러나 앞에서 말했듯이 모든 진보정권은 ‘나눠먹기의 달인’들이다. DJ는 JP와 나눠먹었다. 노무현 정권때도 독식은 없었다. 정부는 이해찬 총리에게 일임했고, 당도 자율권이 ‘지나칠 정도로’ 보장됐다. 그런 행태가 당·정·청의 힘을 분산시켰지만, 장기적으로 문재인 정부를 창출하는 기반을 만든 것도 사실이다. 문재인 정부도 연합군이다. 앞에서는 권력의 눈치를 보지만, 나름대로 자기목소리들을 낸다.

무엇보다 보수진영과의 차이는 차세대를 기른다는 것이다. 지금 문재인 정부 요직에 있는 사람들은 노무현 정부에서 수업한 경력자들이다. 그들은 야당이 됐을 때, 당과 지방정부에 가셔 힘을 길렀다. 더욱 강해져 돌아온 친노들은 친문으로 재편됐고 다시 요직을 차지했다. 이번 청와대 개편 때는 지방정부 단체장 출신의 ‘친노인사’들이 대거 들어왔다. 내후년 총선에 쓸 재목들이다. 그들은 청와대 고위직 타이틀로 경쟁력을 키워 총선에 출마할 것이고, 다음 정권을 재창출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만약 실패하면 다시 지방정부로 돌아가거나 시민단체로 이동하면 된다. 시민단체는 정권이 바뀌어도 그들의 독무대다. 우파와 달리 좌파 시민단체는 정권이 바뀌어도 정부지원을 받아 내는 노하우가 있다. 그래서 재정도 튼튼하다. 그들의 행태는 언제나 유연하고 창의적이다. 그들은 이재(理財)에도 밝다. 권력뿐 아니라 돈도 적당히 나눠먹을 줄 안다. 그들은 조직적이고 협동적이다. 앞에서는 으르렁거릴지언정, 뒤에서는 이익을 두고는 상부상조(相扶相助)한다. 이런 토양이 인재의 재생산구조가 된다. 가치나 명분과 관계없이, 그들의 ‘생존능력’은 탁월하다.

이제 보수진영도 지도자만 빌릴 것이 아니라, 인재양성의 문화와 토양도 이식해야 한다. 벤치마킹이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불치하문(不恥下問)’이란 말도 있지 않은가? 인재의 재생산구조가 회복되지 못하면 아무리 몸부림쳐도 임시방편일 뿐이다.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교수고 학자출신이다. 평생을 인재를 길러 온 선생님이다. 다른 정치인들처럼 눈앞에 이익을 쫒다보면 지탄받을 정치인의 한사람으로 기억될 뿐이다. 개인정치의 지속가능성도 기대하기 힘들다. 본인의 장점을 살려 ‘인재양성과 발탁’에 온 힘을 기울이기 바란다. 돌아가는 것이 빠른 길일 때가 정치권에서는 의외로 많다.

글/김우석 (현)미래전략개발연구소 부소장·국민대 행정대학원 객원교수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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