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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시공하면 후분양으로 패널티…공공택지 우선공급 먹힐까?


입력 2018.08.10 06:00 수정 2018.08.10 06:05        이정윤 기자

건설업계, ‘누가 먼저 하나’ 서로 눈치만…“양극화 키울 것”

공급예정 공공택지, 메리트 없어…중도금 납부 방법도 ‘아직’

후분양제, 부실시공 업체 ‘징벌 카드’ 동시에 ‘활성화 제도’?

정부가 후분양 건설사에 공공택지 우선 공급하며 본격적인 후분양제 활성화에 나섰지만, 건설업계는 선뜻 나서지 못 하고 있다. 사진은 공사가 한창인 한 아파트 건설현장. ⓒ데일리안 정부가 후분양 건설사에 공공택지 우선 공급하며 본격적인 후분양제 활성화에 나섰지만, 건설업계는 선뜻 나서지 못 하고 있다. 사진은 공사가 한창인 한 아파트 건설현장. ⓒ데일리안

정부가 민간 건설사의 후분양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후분양을 시행하는 민간 건설사에게 공공택지를 우선 공급한다.

작년부터 공공택지 공급에 목말라 있던 건설사 입장에서는 반가운 소식이지만, 한편으론 후분양이 가져올 막대한 리스크 때문에 건설사 간 눈치만 보는 분위기다. 오히려 대형사와 중견사의 양극화만 더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더구나 비슷한 시기에 부실시공을 한 건설사는 선분양 제한을 받는다는 점도 논란이다. 일각에서는 후분양을 활성화 한다면서, 한편으론 징벌적 카드로 활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1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다음달 중 건축 공정률이 60%에 도달한 이후 입주자를 모집하는 민간 건설사에 공동주택용지를 우선 공급할 수 있게 된다.

◆건설업계, ‘누가 먼저 하나’ 서로 눈치만…“양극화 키울 것”

이에 대해 업계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중견사의 경우 사업 확보를 위해 공공택지 공급이 절실하지만, 그것 때문에 후분양에 바로 뛰어들기도 애매한 상황이다.

또한 골조 작업만 끝난 수준인 공정률 60%에서 후분양을 진행할 경우 소비자들이 선분양보다 얼마나 더 메리트를 느낄지도 미지수다.

A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공공택지 공급이 거의 끊겼던 공공택지 우선 공급에 솔깃하긴 하지만, 미분양 리스크 등으로 중견사 입장에서 후분양은 더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라며 “지금은 어느 건설사가 먼저 후분양에 나설지, 소비자들이 후분양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등에 대해 서로 눈치만 보고 있는 단계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결국 자금력 차이가 나는 대형사와 중견사 간 양극화만 더욱 심화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공급 예정 공공택지, 메리트 없어…중도금 납부 방법도 ‘아직’

현재 시범적으로 공급될 공공택지로는 화성동탄2, 평택고덕, 파주운정3, 아산탕정2 등 4곳이다.

B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택지 확보가 중요한 만큼 일단 회사 차원에서도 검토는 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선분양보다는 보수적인 태도로 사업에 접근할 것으로 보인다”라며 “그러나 지금 언급되고 있는 공공택지들이 크게 매력적인 사업지도 아니긴 하지만, 그 중에서도 사업성이 괜찮은 지역으로만 쏠림현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업체 입장에서 후분양을 진행하려면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인 중도금 납부 방식 등이 정해져야 하는데, 아직 이 부분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도 안 나온 걸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후분양, 부실시공 업체 ‘징벌 카드’ 동시에 ‘활성화 제도’?

이 가운데 비슷한 시기인 다음달 14일부터 부실시공 건설사는 선분양을 제한한다. 영업정지 기간이나 벌점 정도에 따라 후분양이 단계적으로 적용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반복적으로 불거지는 부실시공 문제를 두고 정부가 건설업계에 경고의 시그널을 보낸 것은 적절하지만, 한쪽에선 활성화 시키고자 하는 제도를 다른 한쪽에선 징벌적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정부에서도 후분양 사업이 건설사에게 그만큼 부담되는 일이라는 걸 스스로 인정하면서도, 동시에 후분양을 장려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주택사업은 후분양으로 정착돼야 알맞으며, 현재는 그 과도기라는 분석도 있다. 다만 후분양이 정착시키기 위해선 건설사의 금융부담이나 미분양 리스크 등을 덜어줄만한 제도적 장치가 더해질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이정윤 기자 (think_uni@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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