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현 측 변호사의 놀라운 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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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편집시간 : 2018년 08월 20일 11:48:44
    조재현 측 변호사의 놀라운 해명
    <하재근의 닭치고tv> "성폭력 저지르지 않았다면 아무 잘못도 저지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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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 : 2018-08-09 11:18
    하재근 문화평론가
    ▲ ⓒ데일리안

    최근 방영된 ‘PD수첩’에서 조재현 측 변호사의 놀라운 해명이 나왔다. 조재현이 ‘성폭력을 저지르지 않았다’는 취지로 말한 것이다. ‘확고하다’고까지 첨언하며 강조했다.

    이것이 놀라운 이유는 성폭력을 저지르지 않았다면 아무 잘못도 저지르지 않았다는 말이 되기 때문이다. 성폭력은 성희롱, 성추행, 성폭행 등을 포괄적으로 가리키는 말이다. 그러니까 성폭력을 저지르지 않았다고 하면 미투 폭로를 당할 만한 아무 나쁜 짓도 안 했다는 말이 된다. 그렇다면 조재현은 왜 배우 활동을 그만 두고 사죄한 걸까?

    올 2월에 조재현에게 과거 성추행 피해를 당했다는 주장이 쏟아졌다. 이에 한동안 침묵하던 조재현은 결국 사과문을 내놨다.

    ‘과거의 무지몽매한 생각과 오만하고 추악한 행위들과 일시적으로나마 이를 회피하려던 제 자신이 괴물 같았고 혐오감이 있었습니다 ... 전 잘못 살아왔습니다 ... 저는 죄인입니다. 큰 상처를 입은 피해자분들께 머리 숙여 사죄드립니다. 전 이제 모든 걸 내려놓겠습니다. 제 자신을 생각하지 않겠습니다. 일시적으로 회피하지 않겠습니다. 모든 걸 내려놓겠습니다. 지금부터는 피해자분들께 속죄하는 마음으로 제 삶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보내겠습니다.’

    이 사과문은 누가 보더라도 미투 폭로를 인정하는 내용이고, 실제로 조재현이 폭로 내용을 인정했다는 식으로 보도도 이루어졌다. 그러다 6월에 상황이 조금 바뀐다. 당시 재일교포 여배우가 조재현에게 과거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자 이에 대해 반박하는 과정에서 해명이 나왔다.

    ‘전 제일교포 여배우 뿐 아니라 누구도 성폭행하거나 강간하지 않았습니다.’

    그 누구도 성폭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최초 사과문에 비해 자신의 억울함을 주장하는 논조가 강해졌다. 물론 최초 사과 때도 성폭행을 인정한 건 아니었지만 명시적으로 부정도 하지 않았었다. 그러다 6월엔 확실히 부정하며 법적 대응까지 시사했다. 하지만 이때까지는 ‘성폭행’만을 부정하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성추행까지는 인정하는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다 이번에 나온 변호사의 주장에선 ‘성폭력을 저지르지 않았다’가 된 것이다. 이러면 성추행 등 모든 미투 고발 내용을 부정하는 것이 된다. 시간이 흐르면서 해명의 수위가 점점 올라가는 느낌이다. 전면 사과에서 성폭행 부정으로, 성폭행 부정에서 일체의 성폭력 전면 부정으로까지 말이다. 전면 사과에서 전면 부정으로의 반전이다.

    그동안 제기된 폭로 사건들이 모두 공소시효가 지나 수사에 착수할 수 없는 상태라고 한다. 변호사를 통해 이런 상황을 확인하고 자신감을 얻어 점점 해명의 수위가 올라가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나올 수 있다. 물론 정말 억울해서 사실 그대로 해명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런데 정말 억울하다고 하면 이상한 것은 왜 피해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냐는 점이다. 서로 공모한 것 같지 않은 별개의 사람들 다수가 피해를 주장한다. 여럿이 비슷한 내용을 주장하면 신빙성이 커지는 법이다. 조재현의 해명이 공감을 얻으려면 이 부분을 돌파해야 한다.

    김기덕 감독도 마찬가지다. 그는 억울하다고 하지만 피해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다. 이번 'PD수첩‘에서 추가 피해자까지 나왔다. 이렇게 다수의 주장이기 때문에 폭발력이 큰 것이다. 이것을 뒤집으려면 김기덕 감독이 보다 확실하게 반박해야 한다.

    아쉬운 건 대부분의 사건이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점이다. 정식 조사가 시비를 가리는 가장 확실한 방법인데 그게 어려워졌다. 이와 관련해 이번 'PD수첩‘에서 의미심장한 주장이 제기됐다. 조재현에게 성추행당했다고 주장한 여성이, 다른 피해 여성을 안다고 한 것이다. 그 피해 여성의 사건은 아직 공소시효가 남았다고 한다. 그 말이 정말 사실이고, 그 피해 여성이 향후 고발에 나선다면 실체적 진실의 한 조각이 드러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글/하재근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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