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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유계약' 유혹 빠지는 전속 설계사들…소비자 피해 '우려'


입력 2018.08.07 06:00 수정 2018.08.07 09:10        부광우 기자

대리점 모집인 명의 빌려 계약 맺은 유명 대형 손보사 전속 설계사들 덜미

높은 수수료에 혹해 변종 가입 유도…보험금 분쟁 시 책임소재 모호 '우려'

보험 대리점 소속 모집인의 명의를 빌려 계약을 맺는 이른바 경유계약을 체결한 국내 대형 손해보험사 전속 설계사들이 금융당국에 적발됐다.ⓒ게티이미지뱅크 보험 대리점 소속 모집인의 명의를 빌려 계약을 맺는 이른바 경유계약을 체결한 국내 대형 손해보험사 전속 설계사들이 금융당국에 적발됐다.ⓒ게티이미지뱅크

보험 대리점 소속 모집인의 명의를 빌려 계약을 맺는 이른바 경유계약을 체결한 국내 대형 손해보험사 전속 설계사들이 금융당국에 적발됐다. 이들이 위법을 무릅쓰고 이 같은 변종 계약을 맺는 것은 자신이 몸담고 있는 보험사보다 대리점을 통하면 더 높은 수수료를 받을 수 있어서다.

특히 최근 부쩍 성장한 독립법인대리점(GA)을 중심으로 대리점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있는 손보사들의 정책 상 이런 유혹에 빠지는 전속 설계사들이 더욱 늘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를 모르고 계약을 맺은 고객들만 애꿎게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 피해 우려는 점점 커지고 있다.

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삼성화재와 KB손해보험, 한화손해보험 등 3개 손보사 소속 설계사 11명이 경유계약을 하다 적발돼 지난 달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삼성화재의 전속 설계사인 A씨는 본인이 모집한 15건의 손해보험 계약을 다른 보험 대리점 소속 설계사 B씨가 모집한 것으로 처리하고 수수료 370만원을 지급받았다. A씨를 포함해 삼성화재의 전·현직 전속 설계사 8명이 이 같은 경유계약을 맺었다가 이번에 금감원에 덜미를 잡혔다.

아울러 KB손보와 한화손보의 전속설계사 가운데서도 각각 1명과 2명씩 같은 방식을 썼던 모집인들이 적발돼 벌금을 물게 됐다. 금감원은 이들을 상대로 적게는 20만원에서 많게는 510만원의 과태료 부과를 결정했다.

이처럼 특정 보험사에 소속된 전속 설계사들이 대리점 설계사의 이름을 빌어 보험 가입을 유도하고 있는 이유는 영업 활동에서 얻을 수 있는 수익의 차이 때문이다. 통상 보험사들은 대리점이나 지점 설계사들이 모집한 계약에 더 높은 수수료를 지급하고 있다.

최근 손보업계의 흐름을 놓고 볼 때 이런 경유계약의 유혹을 느끼는 전속 설계사들은 더욱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손보사들이 GA를 필두로 대리점에 대한 수수료 지원을 더욱 늘리고 있어서다.

실제로 올해 1분기 국내 15개 일반 손보사들이 대리점수수료로 지출한 돈은 5251억원으로 전년 동기(4588억원) 대비 14.5%(663억원) 늘었다. 대리점들을 대상으로 한 손보사들의 수수료 지원 확대는 매년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2014년 1조6242억원 수준이었던 손보사들의 연간 대리점수수료 비용은 2015년 1조7293억원, 2016년 1조7968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하더니 지난해에는 1조9666억원까지 불어나며 단숨에 2조원에 육박했다.

이렇게 보험사들이 대리점을 통한 영업에 힘을 쏟는 것은 그 만큼 이들이 보험 모집에서 갖는 영향력이 커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GA가 있다. GA는 다수의 보험사와 제휴를 통해 운용되는 보험 대리점으로, 여러 보험사 상품을 한 곳에 모아 놓고 영업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올해 1분기 GA의 보험 모집액은 9조9097억원으로 전체의 53.2%를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보험업계에서 GA가 차지하는 영역이 계속 넓어지고 있는 만큼 GA의 연간 보험 시장 판매 점유율은 올해 처음으로 50%를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보험 모집액에서 GA의 비중은 49.4%로 거의 절반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올라온 상태다.

문제는 경유계약이 늘어날수록 보험금 지급과 관련된 분쟁도 함께 커질 소지가 농후하다는 점이다. 보험금과 관련한 분쟁이 발생했을 때 경유계약은 실제 계약을 체결한 대상과 보험 약관상 명의 설계사가 다르기 때문에 책임소재가 모호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보험업법에서는 '보험계약의 모집에 종사하는 자는 다른 모집 종사자의 명의를 이용해 보험계약을 모집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GA가 이제는 전속 설계사를 뛰어 넘어 영업의 핵심 조직으로 자리잡은 상태"라며 "이에 따라 경유계약의 늪에 빠지는 전속 설계사들이 늘면서 보험금 분쟁이나 불완전판매가 늘어나는 부작용으로 이어지지 않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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