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공포 완전히 벗어났다는데 왜 더 불안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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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쟁 공포 완전히 벗어났다는데 왜 더 불안한가요?
    <칼럼> 적폐청산 반대할 까닭 없지만…김정은 귀환불능점 넘어섰다
    정말로 평화가 일상화 했는가…핵보유·폭정, 북한 ‘김씨조선’ D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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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 : 2018-08-06 08:31
    이진곤 언론인
    <칼럼> 적폐청산 반대할 까닭 없지만…김정은 귀환불능점 넘어섰다
    정말로 평화가 일상화 했는가…핵보유·폭정, 북한 ‘김씨조선’ DNA


    ▲ 북 김정은 노동당 국무위원장이 지난 5월 27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2차 남북정상회담을 갖고 있다. ⓒ청와대

    기무사를 해편한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신문에는 ‘해편(解編)’이라고 표기돼 있다. 처음 보는 용어다. 글자만으로는 의미가 통하지도 않지만 어쨌든 청와대의 공식적 조어인 것 같으니까 그렇게 이해하기로 하자. 기무사를 없애고 새로운 기무사를 창설하겠다는 뜻인 모양이다. 일찍이 없었던 일을 시도하는 것이어서 용어도 새로 지어냈다는 정도로 알면 되겠다.

    부대의 지휘부를 바꾸고, 조직‧임무 등을 손질하고, 간판을 새로 만들어 거는 정도가 아니라고 한다. 4200명 기무요원 전원을 원대 복귀시키고 새로운 사람들로 부대를 만드는 ‘폐지와 창설’의 형식을 취할 것으로 알려졌다.

    적폐청산 반대할 까닭 없지만

    기무부대의 적폐가 너무 심해서 개편‧재편 수준의 조치로는 이른바 ‘촛불정부’의 혁명과업인 ‘적폐청산과 혁신’의 대의에 부응하지 못한다는 게 청와대의 판단인 듯하다. 적폐를 청산하겠다는데 마다할 국민이 있을 리 없다. 그런데 청와대는 기무사가 적폐인 이유를 설명해주지 않는다. 다만 최근의 ‘기무사 하극상’ 소동으로 막연히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지난 정권과 연이 닿은 사람과 조직 모두를 ‘혁파’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아니면 정부가 친절하게 설명해 줄 일이다.

    그건 그렇다 하고, 어쩐지 군사전력과 함께 정신전력도 감축일로에 있는 것 같아 불안하다. 이러다가 아주 스스로 무장해제를 하고 마는 것 아닌가 하는 절망감이 들기까지 한다. 청와대는 ‘4‧27 판문점 합의’ 100일을 계기로 “전쟁의 공포에서 완전히 벗어났고, 평화가 일상화됐다”고 선언했는데, 불안감은 되레 더 부풀어 오른다.

    청와대의 자평을 필부필부(匹夫匹婦)가 믿게 하려면 최소한 아래 조건들 정도는 충족시켜줘야 한다. (물론 정부가!)

    ①김정은의 북한 주민 인권 보장. 정치범 수용소 해체 및 탈북자 살해‧징벌 중단.

    ②김정은 육성으로 핵 및 미사일 포기 선언. 성실보고 약속. 국제 핵 사찰단 입국‧활동 수용.

    ③국내적으로는 국정원 국내정보수집활동 전면 폐지와 국군기무사 해체 및 재창설 등에도 불구하고 방첩 망이 건재함을 실증적으로 입증.

    ④병력 대대적 감축, 군 복무기간 대폭 단축 등의 조치로 초래되는 전력약화는 첨단무기의 확충과 군 정신전력 강화, 한미동맹의 강화로 상쇄될 수 있음을 구체적으로 증명.

    ⑤종전선언 이후의 한반도 안보상황 변화에 대한 충분한 대비책 마련. 북한은 이를 빌미로 한미동맹 폐지, 주한미군 철수를 절대로 주장하지 않을 것임을 남북 정상이 확인.

    이 정도의 안전판도 없이 대한민국의 국방 최고 지휘부가 안보 불안을 자초하는 성격의 결정을 내릴 수는 없는 일 아니겠는가.

    전쟁의 공포로부터 완전히 해방되었던 적은 인류사에 없었다. 이에 대한 보장은 역사상의 어떤 현인이나 영웅도, 심지어 어떤 신(神)도 하지 못했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청와대가 그걸 선언했으니 그 근거를 국민이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 설명해 줄 의무가 있다고 본다.

    김정은 귀환불능점 넘어섰다

    사실 김정은은 너무 멀리 와 버렸다. 이제 와서 핵과 미사일을 포기하면 북한의 방어능력은 물론 김정은의 체제 장악력도 한심한 수준으로 떨어지고 만다. 핵을 내려놓으면 한국과 같은 번영을 이룰 수 있게 해주겠다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언했지만 그러자면 수십 년 간 전 주민의 뼈를 깎는 노고와 정권의 민주화를 각오해야 한다. 김정은은 이미 오래전에 PNR(point of no return: 귀환불능점)을 넘어서 버린 것이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김정은의 본심을 전했다. 그는 4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회의 연설에서 “조·미(북·미) 사이 충분한 신뢰조성을 위해서는 반드시 쌍방의 동시적인 행동이 필수적이고,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나씩 순차적으로 해나가는 단계적 방식이 필요하다”며 “신뢰 조성을 선행시키며 공동성명의 모든 조항을 균형적, 동시적, 단계적으로 이행해 나가는 새로운 방식만이 성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식”이라고 주장했다.

    제네바 미‧북협상이나 6자회담을 통해 합의된 내용에서 더 나아갔으면 갔지 물러설 북한이 아니다. 트럼프의 거친 언사와 국제제재 강화, 전략무기를 총동원하다시피한 무력시위에 주눅 들어 싱가포르까지 갔던 김정은이 상대의 심리적 약점을 찾아낸 결과로 보인다. 아주 착한 표정으로 존경의 뜻을 표하고, 미군유해 송환 등 최소한의 성의만 보이면 트럼프로 하여금 만족한 표정을 짓게 할 수 있다고 판단했을 법하다. 트럼프로서도 스스로 화려하게 포장한 미‧북 정상회담 후에 새삼 군사옵션을 꺼내들 기는 어렵다. 자신의 김정은 길들이기가 계속 성과를 내는 것으로 선전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라고 하겠다. 김정은은 그 틈새로 겁 없이 들락거리는 것이다.
    시진핑 중국 주석의 부추김도 한몫했을 게 틀림없다. 중국이 유사시 지원 의지를 확고히 할 경우 미국의 선택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한국 정부 또한 미국의 의지를 거슬러가면서 까지 김정은 역성을 들면서 통 크게 지원할 길을 모색하고 있다. 문 대통령의 뜻이 어디에 있든 김정은으로서는 배짱을 내밀만한 상황의 변화라 할 수 있다.

    한국정부의 대책 없는 용기는 그저 아연하기만 하다. 우리는 북한 핵의 인질이나 다름없는 신세다. 우리 항구에 북한 석탄을 실은 선박이 무시로 드나들고 우리의 어느 기업에선가는 북한 석탄을 대놓고 수입해 쓴다고 한다. 인질이 된 주제에 인질범을 돕겠다고 나서는 이런 작태가 ‘스톡홀름 신드롬’과는 얼마나 다른가.

    정부는 몰랐다는 입장인 모양인데, 설마 그렇게 허술한 관리력으로 인구 5,000만 명의 국가를 경영한다고 하겠는가. 상식적으로 생각하자면 알면서도 모른척해 왔을 가능성이 더 높다. 북한이 기회 있을 때마다 왜 안 돕느냐, 개성공단 재가동과 금강산 관광 재개를 왜 미적거리느냐고 몰아세우는데 석탄배 단속할 엄두나 나겠는가.

    정말로 평화가 일상화 했는가

    정부의 북한 편들기는 이에 그치는 게 아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5일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결산 브리핑을 통해 “미국, 중국과 종전선언에 대해 상당한 협의가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종전선언과 관련해서는 (중국과도) 계속 협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을 뿐만 아니라 리용호 북한 외무상과도 종전선언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시키는 것은 김일성 이래 북한 3대 독재자들의 염원이었다. 정전협정이 효력을 발휘하는 한 북한은 대한민국을 적화하려는 어떤 시도도 하지 못한다. 정전협정 서명의 이쪽 당사자가 당시 유엔군 총사령관 마크 W. 클라크 미국 육군 중장이었다. 따라서 정전협정을 어기는 행위는 곧 유엔과 미국에 대한 군사적 도발이 된다.

    북한은 1994년 4월 28일 군사정전위원회에서 철수선언을 하면서 조선인민군 판문점 대표부 설치를 유엔사에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그리고 95년 3월 판문점 중립국 감독위원회의 북측 사무실을 폐쇄하고 공동경비구역 출입을 제한했다. 이로서 군사정전위 기능이 사실상 중단됐다. 김정은으로 통치자가 바뀐 북한은 2013년 3월 5일 정전협정 백지화를 선언했다.

    정전협정이 폐지되면 다시 교전상태로 돌아가거나 아니면 종전체제로 전환돼야 한다. 그러니까 종전협정(평화협정), 미‧북수교의 순서로 상황이 진전된다는 얘긴데 핵을 가진 북한은 이로써 한반도의 지배력을 확보하게 된다. 다시 한반도에 군사적 상황이 벌어진다고 해도 한번 떠난 미국과 유엔이 우리 편을 들어 참전할 일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이 현실화될 고비에 우리가 서 있다. 한국 정부까지 나서서 종전선언을 하자고 떼를 쓰는 국면이다. 유엔 깃발과 주한미군이 함께 떠나고 군사동맹마저 해체된 다음엔 북한의 군사적 모험주의, 한반도 전체의 적화(김일성 식 표현으로는 국토완정) 야욕을 제어할 수단이 없어진다. 핵을 가진 북한이 군사적으로 우리를 겁낼 까닭이 어디 있겠는가.

    절대적 약속은 누구와도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혈족 간에도 그건 불가능하다. 문 대통령과 김정은이 언제부터 알았다고 혈족보다 더 한 신뢰관계를 형성할 수 있었겠는가. 김정은의 생각은 바뀌지 않는다. 핵보유와 폭정 외엔 체제를 지킬 방법이 없다. 그건 북한 ‘김씨조선’의 DNA다. 그걸 바꾸면 김정은 체제가 아닌 것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가 한사코 김정은을 도우려는 까닭은 뭘까? 아마도 그게 진보좌파로서의 정체성을 지키는 길이라고 여기기 때문일 것이다. 만약 북한에 대해 보수우파정권이 채택해 왔던 정책을 답습하면 진보좌파 정권이 아닌 게 된다. 그걸 감당할 자신이 없어 저러는 것이라고 여겨진다. 그 언덕 너머에 무엇이 기다릴지 고민하는 표정도 없이….

    글/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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