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美中종전선언 줄다리기 속 고개드는 '신냉전'


입력 2018.08.03 14:42 수정 2018.08.03 16:05        이배운 기자

中 종전선언 요구, 대미 견제 및 주한미군 철수 의도

美日 종전선언 신중론…“북한의 확실한 움직임 없어”

“韓 중재역할 급해…北美 정치 상황 불확실”

한반도 주변 4강 정상 ⓒ데일리안 한반도 주변 4강 정상 ⓒ데일리안

북한과 미국이 종전선언과 비핵화 선후문제를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는 가운데 주변국들의 이해관계가 표면화 되면서 이른바 '신냉전 구도'가 가시화되는 모양새다.

미국과 일본은 북한이 진일보한 비핵화 조치를 보이기 전까지 종전선언에 신중해야한다는 입장인 반면, 북한과 중국은 신속한 한반도 평화정착을 주장하며 종전선언 추진을 압박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조선중앙통신, 신화통신 (왼쪽부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조선중앙통신, 신화통신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 2일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참석차 싱가포르를 방문해 기자회견을 갖고 "종전선언은 한반도 두 나라를 포함한 모든 국가·국민들의 열망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미국을 포함한 모두가 전쟁 재발을 원치 않는다면 종전선언을 발표할 수 있고, 이는 시대의 흐름에도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연내 종전선언을 요구하는 북한의 입장에 공식적인 지지를 표명한 것이다.

중국이 조기 종전선언을 지지하는 것은 패권대결을 벌이고 있는 미국을 견제하는 동시에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협상을 병행한다는 ‘쌍궤병행’에 힘을 실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외교가는 중국이 북한 문제에 대해 일정한 영향력을 유지하고 이를 대미 외교 카드로 활용한다고 지적한다. 미국이 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협조가 불가피하고 그만큼 중국의 입장이 강해진다는 것이다. 중국이 ‘북한카드’를 장기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북미 비핵화 협상을 의도적으로 지연시키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또 종전선언은 전쟁종료라는 상징성을 내세워 유엔사령부 해체와 미군 축소·철수 요구에 힘을 실어주고, 법적 효력을 지닌 평화협정 논의로 이어질 수도 있다. 주한미군을 자신들을 겨냥한 군사적 압박이라고 인식하는 중국에 최선의 시나리오다.

종전선언 당사국은 아니지만 동북아 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약화되길 고대하는 러시아도 북·중의 주장에 호응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북한 항공기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잇달아 오가는 등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러설까지 흘러나오면서 북·중·러 연대가 더 끈끈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왼쪽부터) 문재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청와대, BBC (왼쪽부터) 문재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청와대, BBC

한편 미국과 일본은 북한이 뚜렷한 비핵화 조치를 이행하기 전에 종전선언이라는 보상을 제공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섣불리 대북 협상카드를 소진하면 북한이 과거처럼 핵 합의를 번복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깔린 것이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는 지난 2일 취임 첫 기자간담회에서 “종전선언 이전에 선제적으로 이뤄져야 할 입증 가능한 비핵화 움직임이 없었다”며 “종전선언은 한번 하면 되돌릴 수 없어 매우 조심해야 한다”고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다.

또 니시무라 야스토시 일본 관방부장관은 지난달 30일 국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비핵화를 제대로 진행하지 않는 한 종전선언은 간단히 할 게 아니다"며 "한·미·일이 연대하면서 북한에 확실하게 행동을 취해달라고 하는 게 먼저"라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는 가급적 신속하게 종전선언을 발표하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지난 6월 "종전선언 문제는 판문점 선언에 명시돼 있다"며 "올해 안으로 추진하는 것이 우리 정부의 목적"이라고 밝힌 바 있다.

유현정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 정부가 중재자 역할에 박차를 가해 중국이 북한에 핵 신고 및 검증 수용을 설득하게 만들고, 미국은 중국이 참여하는 종전선언을 수용케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현정 연구위원은 이어 “미국과 북한이 서로 시간이 자기편이라고 판단하면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정착은 지체될 수밖에 없다”며 “9월 북한정권수립 기념일과 11월 미국의 중간선거 이후 양측의 국내 정치 상황이 불확실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시간은 어느 누구의 편도 아닐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이배운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