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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급의 벽' 못 뚫은 이쿼녹스·클리오…동반부진 이어져


입력 2018.08.02 06:00 수정 2018.08.02 08:56        박영국 기자

이쿼녹스 출시 2개월째 판매 반토막…클리오도 판매 하향곡선

국내 소비자 차급별 가격 고정관념 못 바꿔

쉐보레 이쿼녹스(위)와 르노삼성 클리오.ⓒ한국지엠/르노삼성자동차 쉐보레 이쿼녹스(위)와 르노삼성 클리오.ⓒ한국지엠/르노삼성자동차

이쿼녹스 출시 2개월째 판매 반토막…클리오도 판매 하향곡선
국내 소비자 차급별 가격 고정관념 못 바꿔


이쿼녹스와 클리오는 몇 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다. 올해 내수 판매에서 나란히 부진을 겪고 있는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자동차의 최고 기대작으로, 부진 탈출의 사명을 짊어진 차종들이다. 국내 생산이 아닌 본사 해외 공장에서 생산된 차량을 들여와 판매하는 것도 이들의 공통점이다. 심지어 출시 시점까지 비슷하다.

그런 이쿼녹스와 클리오가 이번엔 그리 달갑지 않은 공통점을 추가하게 됐다. 국내 시장에서 반응이 썩 좋지 못한 것이다.

2일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에 따르면 이쿼녹스와 클리오의 7월 판매실적은 각각 191대와 351대로 나란히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 6월 7일 부산모터쇼에서 국내 출시를 알린 이쿼녹스는 첫 달 볼륨 차급의 신차로서는 부진한 385대의 판매실적을 거둔 바 있다.

첫 달은 실판매기간이 짧고 수입차의 특성상 초도물량 공급이 원활하지 않다는 점을 감안해 다소 기대에 못 미칠 수 있다고 쳐도 둘째 달인 7월 판매가 늘기는커녕 반토막 난 것은 절망적이다.

미국 GM에서 만든 차를 들여오는 쉐보레 이쿼녹스는 한국지엠이 올해 내놓을 수 있는 유일한 신차다. 군산공장 폐쇄로 크루즈와 올란도가 단종된 상황에서 이쿼녹스가 계속 부진을 보인다면 한국지엠은 신차효과 하나 없이 물량 감소 요인만 안고 올해를 버텨야 한다.

르노삼성이 수입해 르노 브랜드로 판매하는 클리오 역시 상황은 크게 나을 게 못된다. 판매 첫 달인 5월 756대에서 6월 549대, 7월 351대로 계속해서 판매실적이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통상 신차효과가 3~4개월은 간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같은 판매 추이는 향후 신차 거품이 빠지고 성숙기에 접어들었을 때의 전망을 비관적으로 이끈다.

SM6, QM6 등 주력 모델의 인기가 시들해졌고, 올해 별다른 실적견인 요인이 없는 르노삼성으로서는 클리오의 부진이 뼈아프다.

이쿼녹스와 클리오의 판매가 부진한 공통적인 원인으로는 ‘차급의 벽’이 꼽힌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는 차급별로 가격이 일정 범위 이내여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존재한다. 그 기준은 국내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갖는 현대·기아차의 차종들을 중심으로 형성된다.

이를테면 국산 중형 승용차는 쏘나타·K5보다 비싸면 안 되고 중형 SUV는 싼타페·쏘렌토의 가격을 크게 상회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소비자들 사이에 뿌리 깊게 박혀있다.

이쿼녹스와 클리오는 이 기준을 벗어났다. 이쿼녹스는 한국지엠이 중형 SUV로 분류하고 있지만 차체 크기는 중형인 싼타페보다 확실히 작고 준중형인 투싼보다 전장과 축거가 조금 긴 정도다. 국내 소비자 입장에서 투싼보다 비싼 건 용납되지만 싼타페와 비슷한 수준인 것은 용납이 안 된다. 하지만 이쿼녹스의 가격은 싼타페와 비슷하고 기본 트림은 오히려 상회한다.

클리오는 소형차다. 차급을 따지자면 현대차 엑센트나 한국지엠 아베오와 동급이다. 하지만 가격은 준중형 승용차인 아반떼와 맞먹는다. “왜 준중형차 가격에 소형차를 샀느냐”는 소리가 스트레스로 다가오는 소비자라면 클리오를 꺼릴 수밖에 없다.

사실 엄밀히 말하면 이쿼녹스와 클리오는 수입차다. 한국지엠 입장에서는 이쿼녹스가 같은 미국산 SUV인 포드 쿠가보다 덩치는 크면서 가격은 더 저렴하고 AS도 편리하다고 항변할 수 있다.

르노삼성 역시 르노 클리오를 같은 프랑스 브랜드의 소형차인 시트로엥 DS3와 비교하며 같은 소리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완성차 업체인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이 판매하는 이상 국내 소비자들에게 수입차를 비교 대상으로 삼도록 강요하는 것은 무리다.

이쿼녹스와 클리오를 국내 시장에 안착시키고 싶다면 어떤 식으로든 가격을 ‘차급의 벽’ 안으로 들어오게 만들던가 동급 국산차 이상의 가격을 지불하는 만큼의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이쿼녹스가 국내 고객들에게는 어색한 차급 포지션으로 가격 대비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 부분이 있고, 캡티바의 대체 차종으로 새로운 모델명을 가진 차를 들여오느라 널리 알려지지 못한 측면도 있다”면서 “향후 트래버스 등 신차가 추가돼 SUV 라인업이 완성되면 쉐보레 고유의 차급 기준이 형성돼 긍정적인 시너지를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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