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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터뷰] 황정민 "'공작' 쉽게 봤다가…바닥 쳤죠"


입력 2018.08.07 09:00 수정 2018.08.08 09:51        부수정 기자

안기부 첩보요원 박석영 맡아

"부족함 새삼 느꼈어요"

영화 '공작'에 출연한 황정민은 "이 영화를 통해 스스로 부족한 점을 느꼈다"고 말했다.ⓒCJ엔터테인먼트 영화 '공작'에 출연한 황정민은 "이 영화를 통해 스스로 부족한 점을 느꼈다"고 말했다.ⓒCJ엔터테인먼트

안기부 첩보요원 박석영 맡아
"부족함 새삼 느꼈어요"


"바닥을 쳤습니다."

베테랑 배우 황정민(47)이 이런 말을 꺼냈다. 관록의 배우조차 좌절하게 한 영화는 '공작'(감독 윤종빈)이다.

'공작'은 1990년대 중반 최초로 북한의 핵개발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북측으로 잠입한 남측 첩보원과 그를 둘러싼 남북 권력층 간의 첩보전을 그린 영화다. 황정민은 극 중 안기부 첩보요원 박석영(암호명 흑금성) 역을 맡았다.

영화는 첩보 영화에서 흔히 나오는 액션신을 배제한 채 탄탄한 이야기만으로 팽팽한 긴장감을 자아낸다.

첩보요원인 박석영은 상대 편을 속이려 자기 자신을 철저히 숨긴 채 다양한 모습을 선보여야 했다.

1일 서울 팔판동에서 만난 황정민은 "감독님께서 액션 없이 긴장감을 유지하라고 주문했다"며 "'구강 액션'이라고 생각해서 막상 촬영에 들어가니 쉽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제작진, 출연진과 얘기를 하면서 대사를 어떻게 뱉을지 연구했다"며 "말과 긴장감이 잘 어우러져야 했다"고 강조했다. "대사만으로 이뤄진 첩보물이라 밋밋하지 않을까 늘 불안했어요. 움직이지 않고 입으로만 표현하는 게 생각보다 너무 어려웠죠. 캐릭터의 이중, 삼중심리를 표현하는 일이 고달팠습니다. 쉽게 생각했다가 된통 당했죠(웃음). 눈알을 돌리는 것도 힘들었고 손짓, 발짓 하나도 조심스러웠어요."

영화 '공작'에 출연한 황정민은 "말과 긴장감이 잘 어울러져야 하는 작품이었다"고 했다.ⓒCJ엔터테인먼트 영화 '공작'에 출연한 황정민은 "말과 긴장감이 잘 어울러져야 하는 작품이었다"고 했다.ⓒCJ엔터테인먼트

황정민은 박석영을 1인 다역으로 해석했다. 남을 속이기 위한 첩보 요원 캐릭터라고 그랬단다.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사투리, 표준말을 섞어 썼다. 그는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한 하나의 장치"라고 강조했다.

윤종빈 감독과는 첫 호흡이다. 그는 "이번 영화를 바닥을 쳤고, 속 모습을 감독님께 보여드렸다"며 "감독님은 집요하고 예민한 분이다. 사소한 것까지 기억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어떤 부분에서 바닥을 쳤냐고 묻자 "초반에 대사가 많았던 신이 있었는데 정말 힘들었다. 이거 큰일 났구나 싶었다. 이후 배우들과 대화를 자주 나누며 서로 의지했다"고 강조했다.

황정민은 또 "'공작'은 정치적인 메시지를 전하는 영화가 아니다"며 "분단국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우정, 화합에 대한 이야기를 심도 있게 담았다"고 강조했다. "국가에 대한 신념을 가진 한 사람이 잘못될 수도 있다는 걸 알려주죠. 이건 개인의 문제를 넘어 국민의 문제일 수도 있다는 것도요."

전 정권에서 기획한 '공작'은 시기와 잘 맞물려 올해 개봉하게 됐다. 윤 감독은 이 영화의 제작이 쉽지 않았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전전긍긍하면서 찍었는데 영화 속에서 우리가 찍었던 모습들이 실제로 일어나더군요. 정말 깜짝 놀랐어요. 남북정상회담이 열렸을 때는 행복한 마음으로 TV를 봤어요."

황정민은 박석영이 나라에 대한 신념 때문에 그 일을 했다고 해석했다. "신념 때문에 그 일을 했는데, 우물을 잘못 판 걸 아는 순간 엄청난 자괴감을 느꼈을 겁니다."

이성민과는 '검사외전'에 이어 두 번째 호흡이다. "정말 좋았어요. 연기 잘하는 사람과 같이 하면 제가 행복해집니다. 기댈 수 있는 기둥도 있고요. 서로 바닥을 친 걸 알게 된 순간부터 많은 얘기를 했어요. 이게 맞는지 저게 맞는지 잘 몰랐기 때문에 자주 소통했습니다."

영화 '공작'에 출연한 황정민은 "인물들의 말과 긴장감이 잘 어우러져야 했다"고 말했다.ⓒCJ엔터테인먼트 영화 '공작'에 출연한 황정민은 "인물들의 말과 긴장감이 잘 어우러져야 했다"고 말했다.ⓒCJ엔터테인먼트

박석영은 계속해서 장애물을 뛰어넘고 북 고위층에 진입했다. 배우로서 쾌감을 느꼈을 법하다. "당연합니다.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 만나는 장면을 찍었을 땐 기분이 묘했어요. 너무 비슷했거든요. 하하. 공간이 주는 아우라가 엄청났죠. 대사량이 많아서 꼼꼼하게 준비했는데 막상 촬영장 가니 잘 안되더라고요. 세트가 주는 분위기에 압도됐습니다."

배우는 '공작'의 실제 인물을 만나기도 했다. "어떤 분일까 궁금했어요. 첫인상이 너무 강렬해서 느낌이 묘했다. 첩보 요원은 아무나 되는 게 아니구나 싶었어요."

마지막에 리명운과 박성영이 서로 멀찍이서 바라보면서 눈물 그렁그렁한 모습은 관객들의 가슴을 건드린다. "이 신을 위해 이렇게 달려왔구나 헀어요. 정말 빨리 찍었어요. 알게 모르게 쌓아지는 두 인물의 감정이 뭉클한 여운을 주길 바랐습니다."

영화는 칸 영화제에 초청됐다. "당시 한국 관객들에게 빨리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우리 국민들만 느끼고 공감할 수 있는 정서가 담겼잖아요."

몇 년간 다작 행보를 하던 그는 '군함도'(2017) 이후 휴식 시간을 가졌다. "폭주 기관차처럼 일했는데, 오랜만에 잘 쉬었습니다. '잘한다'는 칭찬에 휩쓸려서 자만했던 것 같은데 쉬면서 많은 생각을 하면서 작품을 대하던 태도들이 조금 바뀌었어요. 관성에 젖은 연기 방식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됐고요. 다음 작품은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공작'을 통해 자신의 부족함을 느낀 셈이죠."

연극무대에 오르며 마음을 다잡은 그는 "배우니깐 다시 올라와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관객들이 자신을 비판하는 평가도 스스럼없이 털어놨다. "지겹대요. 하하. 그런 의미에서 '공작'이 제겐 특별한 영화가 될 듯합니다."

'신세계2'를 기다리는 팬들도 많다. "그렇게 '드루와'를 좋아하시는데 해야죠. 들어가 줘야지(웃음)."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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