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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액션 없어도…'공작'이 선사한 심장 쫄깃 137분


입력 2018.08.05 09:00 수정 2018.08.04 22:09        부수정 기자

흑금성 사건 토대로 한 첩보극

황정민·이성민·조진웅·주지훈 주연

'공작'은 1990년대 중반 최초로 북한의 핵개발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북측으로 잠입한 남측 첩보원과 그를 둘러싼 남북 권력층 간의 첩보전을 그린 영화다.ⓒCJ엔터테인먼트 '공작'은 1990년대 중반 최초로 북한의 핵개발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북측으로 잠입한 남측 첩보원과 그를 둘러싼 남북 권력층 간의 첩보전을 그린 영화다.ⓒCJ엔터테인먼트

영화 '공작' 리뷰
황정민·이성민·조진웅·주지훈 주연


그 흔한 몸싸움도, 화려한 액션신도 없다. 액션 영화에서 흔히 나오는 총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그런데도 팽팽한 긴장감이 넘쳐 흐른다. 처음부터 끝까지 몰입하게 만든다. 영화 '공작'을 두고 하는 말이다.

'공작'은 1990년대 중반 최초로 북한의 핵개발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북측으로 잠입한 안기부 첩보요원 박석영(암호명 흑금성·황정민)과 그를 둘러싼 남북 권력층 간의 첩보전을 그린 영화다. 실화와 허구가 섞인 영화로 흑금성은 1990년대 중국에서 활동한 군인 출신 안기부 공작원 박모씨의 암호명이다.

그는 북한 공작원에게 군사기밀을 넘긴 죄로 2011년 대법원에서 징역 6년형을 받고, 2016년 5월 31일 출소했다. 그는 옥중 수기한 4권의 대학 노트를 들고 나왔고, 김당 전 오마이뉴스 기자가 이를 재정리해 두 권의 책 '공작'을 펴냈다.

영화는 대선을 앞두고 국내 정치에 휘말린 박석영이 겪는 심리적 갈등을 묘사했다. '공작'의 타임라인은 1993년부터 2005년까지다.

1993년, 북한 핵 개발을 둘러싸고 한반도의 위기가 고조된다. 정보사 소령 출신으로 안기부에 스카우트된 박석영은 '흑금성'이라는 암호명으로 북핵의 실체를 알아내고자 북한 고위층 내부로 잠입하라는 지령을 받는다.

안기부 해외실장 최학성(조진웅)과 대통령 외에는 가족조차도 그의 실체를 모른다. 흑금성은 대북 사업가로 위장해 베이징 주재 북 고위 간부 리명운(이성민)에게 접근하고, 수년에 걸친 공작 끝에 리명운과 북한 권력층의 신뢰를 얻는다. 작전을 시행 중이던 그는 1997년, 대선을 앞두고 남과 북의 수뇌부 사이 은밀한 거래를 감지한다. 조국을 위해 굳은 신념으로 공작을 수행했던 그는 갈등에 휩싸인다.

'공작'은 1990년대 중반 최초로 북한의 핵개발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북측으로 잠입한 남측 첩보원과 그를 둘러싼 남북 권력층 간의 첩보전을 그린 영화다.ⓒCJ엔터테인먼트 '공작'은 1990년대 중반 최초로 북한의 핵개발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북측으로 잠입한 남측 첩보원과 그를 둘러싼 남북 권력층 간의 첩보전을 그린 영화다.ⓒCJ엔터테인먼트

그간 남파 간첩을 소재로 한 영화는 많이 나왔지만, 북으로 잠입한 남측의 스파이를 본격적으로 그린 영화는 없었다. '공작'은 실제 남과 북 사이 벌어졌던 첩보전의 실체를 처음으로 그렸다.

이 영화의 미덕은 자극적인 양념 없이 관객을 끌어당기는 데 있다. 액션, 첩보물에서 흔히 봐왔던 액션 없이 관객들을 휘어잡는다. 이는 감독의 자신감이다. 화려한 눈요기를 포기한 대신 탄탄한 이야기와 짜임새 있는 전개로 극을 메웠다. 137분이라는 상영시간이 길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이야기와 감독의 매끈한 연출 덕이다.

'범죄와의 전쟁', '군도:민란의 시대'를 만든 윤종빈 감독이 이 어려운 일을 해냈다. 이야기, 연기, 메시지가 톱니바퀴처럼 잘 맞물렸다.

윤 감독은 "이 영화의 시작은 북으로 간 스파이 '흑금성'에 대한 호기심이었다"며 "대한민국 첩보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대북 공작이었던 그의 첩보 활동에 대한 궁금증은 진짜 첩보물을 만들고 싶다는 바람으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이어 "1991년부터 2005년까지 호흡을 담아야 해서 어려웠다"며 "실화가 주는 재미를 믿고 액션을 넣지 않았다"고 말했다.

'공작'은 1990년대 중반 최초로 북한의 핵개발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북측으로 잠입한 남측 첩보원과 그를 둘러싼 남북 권력층 간의 첩보전을 그린 영화다.ⓒCJ엔터테인먼트 '공작'은 1990년대 중반 최초로 북한의 핵개발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북측으로 잠입한 남측 첩보원과 그를 둘러싼 남북 권력층 간의 첩보전을 그린 영화다.ⓒCJ엔터테인먼트

'공작'은 박석영이 겪는 갈등을 통해 잇속만 챙기려는 권력기관을 지적하기도 한다. 또 유일한 분단국가인 한반도의 비극도 짚으면서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윤 감독은 "'남북이라는 한반도의 비극이 지금까지 지속되는 원인이 무엇일까', '무엇을 위해 우리는 싸우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공작, 첩보 활동은 국제법상 범죄 행위"라며 "하지만 법의 잣대로 판단할 수 있느냐 궁금하다. 보안법이라는 건 귀에 걸면 귀걸이고, 코에 걸면 코걸이다. 이 법이 실정에 맞는지 의문이다"고 했다.

탄탄한 이야기는 배우들을 통해 더욱더 생생하게 빛났다. 주인공 박석영 역을 맡은 황정민은 내적 갈등을 겪는 인물을 준수하게 표현했다.

상대 역인 이성민은 카리스마 넘치는 존재감을 발산했고, 조진웅 주지훈 역시 각자 맡은 역할을 흠잡을 데 없이 연기했다. 어느 배우 하나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어우러진 느낌이다.

영화는 제71회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에서 첫 공개된 이후 전 세계 바이어들의 호평을 받고 111개국에 수출됐다.

8월 8일 개봉. 12세 관람가. 137분.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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