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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다 이룬 盧의 수평 당청관계, 文대통령에겐 숙제


입력 2018.08.01 02:00 수정 2018.08.01 06:04        이충재 기자

'당청 수평관계'는 노 전 대통령 실패한 정치개혁의 과제

민주당 전당대회 후 '청와대 출장소' 오명 벗어낼지 주목

'당청 수평관계'는 노 전 대통령 실패한 정치개혁의 과제
민주당 전당대회 후 '청와대 출장소' 오명 벗어낼지 주목


2003년 3월 21일 헌법재판소의 탄핵재판을 앞두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이 청와대관저에서 창밖을 바라보고 있다. ⓒ청와대 2003년 3월 21일 헌법재판소의 탄핵재판을 앞두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이 청와대관저에서 창밖을 바라보고 있다. ⓒ청와대

더불어민주당의 당권경쟁이 본격화되면서 향후 '당청관계'에도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당 안팎에서는 최종 후보 3명이 모두 친문 내지 범친문 인사로 꾸려져 향후 당청관계의 수직화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이해찬·김진표·송영길 세 후보 모두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을 자처하는 상황에서 누가 당대표가 되더라도 '청와대 출장소'를 벗어나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7월 2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선출을 위한 예비경선'에서 컷오프를 통과한 김진표(왼쪽부터), 송영길, 이해찬 후보가 악수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7월 2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선출을 위한 예비경선'에서 컷오프를 통과한 김진표(왼쪽부터), 송영길, 이해찬 후보가 악수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여당 전대의 숨은 키워드 '청와대로부터의 독립'

여당 전당대회의 숨은 키워드는 청와대로부터의 독립이다. '청와대 거수기', '청와대 2중대'라는 오명을 벗는 게 당면과제다. 현대 정치사의 당청관계 변천사를 되짚어 보면 민주당 새지도부가 가야할 방향을 가늠해 볼 수 있다.

김종필 전 국무총리 별세로 막을 내린 '3김(金)시대'까지는 현직 대통령이 집권여당의 총재를 겸했다. 여당 대표는 대통령의 재가(裁可) 없이는 인사권은 물론 정치적 결정에서도 자유롭지 못했다. 공천권을 비롯한 모든 권한을 쥔 대통령만 바라볼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수직적 당청관계의 고리를 끊으려 했던 인물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었다. 노 전 대통령 당정분리를 시도하며 "정당을 좌우하지 않는 나의 무능력, 바로 그게 정당개혁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수평적 당청관계를 위해 대통령의 '고유 권한'으로 여겨온 여당 총재 자리도 기꺼이 내놨다.

다만 이 같은 시도는 대통령의 리더십 공백으로 인한 여당의 분열로 이어졌다. 대통령의 지지율이 떨어지자 여당은 등을 돌렸고, 결국 노 전 대통령은 당적을 포기해야 했다. 이를 옆에서 누구보다 가까이서 지켜봤던 문 대통령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10월 13일 청와대 본관 로비에서 추미애 대표 등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와 만찬 전 파이팅을 외치며 기념촬영하고 있다.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10월 13일 청와대 본관 로비에서 추미애 대표 등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와 만찬 전 파이팅을 외치며 기념촬영하고 있다. ⓒ청와대

당청관계 개혁 '운명'처럼 文대통령 숙제로

이제 노 전 대통령이 못 다 이룬 정치개혁의 과제는 '운명'처럼 문 대통령의 숙제가 됐다. 관건은 청와대가 여당의 독립을 용인해 주느냐다. 표면적으론 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문재인 정부가 아니라 민주당 정부"라며 힘을 실어줬다.

하지만 여당은 지난 1년 동안 주요 정책이나 인사, 입법 등을 놓고 대통령의 눈치만 살피는데 급급했다. 청와대의 노골적인 시그널이 없더라도 당의 요직을 문 대통령의 의중에 충실한 인사들이 장악하면서 '침묵의 카르텔'이 형성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이 가야할 길에 대한 길라잡이는 노 전 대통령이 마련해뒀다. 참여정부에서 겪은 시행착오의 발자국들이다. 노 전 대통령은 "가장 위대한 정치개혁은 정치개혁을 강요하지 않는 것이며, 말로만 정치개혁을 촉구해야지 그 이상으로 가면 위악이고 위법"이라고 했다.

노 전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2003년 4월 인터뷰에서 이 같이 말했다.

"당에 있는 사람들은 제 간섭이 불편하게 느껴지면 왜 간섭하냐고 말하고, 불편하지 않게 느껴지면 왜 보다 강력한 관심을 갖지 않느냐고 항의합니다. 이게 오늘 우리 사회의 이중적 사고의 현실입니다. 바로 저는 이런 갈등 속에서 우리사회의 문화의 변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 입니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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