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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론화 시대’…원전과 대입개편 이어 교복도 시민 손에


입력 2018.07.31 15:53 수정 2018.07.31 16:30        이선민 기자

서울시교육청, 편안한 교복 공론화 추진단 발족

“이래도 불만 저래도 불만이면 직접 하라고?”

교복업체 스쿨룩스의 전속모델 한현민과 전소미가 교복을 입은 모습. ⓒ스쿨룩스 교복업체 스쿨룩스의 전속모델 한현민과 전소미가 교복을 입은 모습. ⓒ스쿨룩스

서울시교육청, 편안한 교복 공론화 추진단 발족
“이래도 불만 저래도 불만이면 직접 하라고?”


서울학생의 ‘불편한 교복’을 ‘편안한 교복’으로 개선하겠다며 ‘편안한 교복 공론화 추진단’을 발족했다. 교육부가 대입제도 개편을 공론화위원회에서 논의하고 있는 것처럼 교육청도 공론화를 통해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시교육청은 9월까지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여 의제를 도출하고 이어 시민 토론을 진행할 예정이다. 올해 11월까지 공론화를 마무리해 교복 개선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2020년까지 서울 시내 모든 학교에 편안한 교복을 도입할 계획이다.

공론화, 숙의 민주주의라는 것은 공무원들이 탁상행정을 탈피하고 시민들의 이야기를 듣겠다는 좋은 취지로 시작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무분별한 공론화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 6호기 건설 재개 여부를 놓고 벌인 공론화 과정이 처음이라고 할 수 있다. 찬반이 첨예해지면서 갈등이 커지자 정부가 시민의 소리를 듣겠다고 나선 것이다. 그 결과 5, 6호기의 공사는 재개하되 앞으로 원전 자체는 줄여나가는 방향으로 정책을 진행하자는 절충안이 나왔다.

다음으로는 대입제도개편이 이슈가 됐다. 교육부는 지난해 수능을 절대평가로 전환하려다 여론의 반대에 부딪혀 1년 유예결정을 내린 후 공론화 과정을 거치도록 했다. 대입제도 개편을 단순히 몇몇 전문가에게 맡기기보다 이해 관계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충실히 수렴하겠다는 취지는 좋았다.

하지만 대입이라는 것은 ‘건설을 할 것이냐, 말 것이냐’하는 신고리보다 훨씬 다양한 시나리오를 가진 문제라 시민참여단의 설문조사 결과에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다. 당시 일부 교육 전문가들은 대입 개편을 교육 전문가가 아닌 일반 시민들이 결정한다는 점을 우려했다.

대입 공론화가 사안의 복잡성으로 인해 논란이 됐다면 이번 서울시교육청의 ‘편안한 교복 공론화’는 다른 관점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공론화를 할 만큼 갈등이 있지 않다는 것이다. 현재 대부분의 학생, 학부모들은 ‘편안한 교복’ 도입에 찬성하고 있다. 아침부터 하루 종일 교복을 입고 생활하는 학생들이 대부분인 만큼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인 김모 학생은 “학생들의 의견을 들어주겠다는 취지는 알겠지만, 이게 공론화를 할 정도의 문제인지 모르겠다”며 “학생들이 교복이 코르셋 같아서 팔도 편하게 못돌린다는데 그냥 여학생 교복에 ‘라인’을 강조하지 말고 활동성 좋은 셔츠나 카라티 모양으로 만들게 하면 안되느냐”고 의문을 표했다.

고등학생 아들과 중학생 딸을 키우고 있는 학부모 유모 씨도 “아들만 교복을 입힐 때는 여학생들이 다 교복을 줄여서 입는 줄 알고 혀를 찼었다”며 “그런데 딸을 학교에 보내려고 교복을 사러 갔더니 아이가 유치원 때 입던 티셔츠 사이즈의 셔츠를 팔고 있더라”고 말했다.

유 씨는 “14살 15살짜리 아이들 옷에다 라인을 넣고 허리를 조이는 교복업체에 교육청에서 제제를 가하는 것은 당연한 것 같은데, 이를 공론화하겠다는 것은 이래도 말이 나오고 저래도 말이 나오면 시민들보고 직접 정책을 만들라는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며 “기왕 ‘공론화’까지 한다고 하니, 아예 아이들 교복으로 중국처럼 체육복이나 카라티 등 편한 옷을 허용하는 것도 논의했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이선민 기자 (yeatsmi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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