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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미납 쉬쉬' 금융사들 무더기 징계


입력 2018.08.01 06:00 수정 2018.08.01 06:06        부광우 기자

'사용자 퇴직연금 미납' 제때 알리지 않은 17개사 과태료

수익률에 악영향 불가피…연관된 가입자 3만8000여명 달해

기업이 근로자의 퇴직연금에서 부담해야 할 몫을 내지 않고 있음에도 이를 가입자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은 금융사들이 금융당국으로부터 무더기 징계를 받았다.ⓒ게티이미지뱅크 기업이 근로자의 퇴직연금에서 부담해야 할 몫을 내지 않고 있음에도 이를 가입자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은 금융사들이 금융당국으로부터 무더기 징계를 받았다.ⓒ게티이미지뱅크

기업이 근로자의 퇴직연금에서 부담해야 할 몫을 내지 않고 있음에도 이를 가입자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은 금융사들이 금융당국으로부터 무더기 징계를 받았다.

직장인들의 퇴직연금을 넘겨받아 운용하고 있는 은행과 증권사, 보험사 등 국내 금융사들이 이처럼 통지 의무를 위반한 사례만 최근 5년 새 1만건이 넘는 것으로 조사됐고, 이에 영향을 받은 가입자들의 수는 3만8000여명에 달했다. 특히 최근 금융당국이 금융권의 저조한 퇴직연금 수익률을 손보겠다고 나선 와중 이뤄진 제재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최근 퇴직연금 운용현황 통지 규정을 위반한 17개 금융사에게 총 7억5500만원의 과태료 제재가 내려졌다. 이들은 퇴직연금 사업자로서 확정기여형 퇴직연금과 개인형 퇴직연금의 사용자 부담금이 납입 예정일로부터 1개월 이상 미납된 경우 그 내역을 7일 이내에 가입자에게 알려야 함에도 이를 제 때 전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이 사용자 측이 퇴직연금 부담금을 늦게 입금하면 가입자인 근로자만 손해를 보게 된다. 지연된 기간 동안 금융사들이 굴릴 수 있는 퇴직연금 원금이 예정보다 줄게 되고, 그 만큼 운용 실적은 떨어질 수밖에 없어서다. 퇴직연금 관리를 맡은 금융사들로 하여금 서둘러 이런 사실을 가입자들에게 알리도록 규정하고 있는 이유다.

금감원 조사 결과 이번 건으로 징계를 받은 금융사들이 2012년부터 지난해 사이에 퇴직연금 운용현황 통지 규정을 위반한 사례는 총 1만997건이었다. 이와 연계된 가입자 수는 3만7913명으로 집계됐다.

적발된 금융사를 업권별로 나눠 보면 은행이 8곳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증권사가 6개, 보험사가 3개였다. 이들 중 대부분인 14개사는 5000만원의 과태료를 물게 됐다. 이는 관련 규정 위반에 따른 과태료 최대 부과 한도다. 상대적으로 위반 사례가 적었던 KB증권과 대신증권, KB손해보험에게는 각각 4000만원, 1000만원, 500만원의 과태료 부과가 결정됐다.

금융사별로 보면 IBK기업은행의 적발 규모가 가장 컸다. 기업은행에서는 2012년 10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4237건의 퇴직연금 운용현황 통지 규정 위반이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연관된 가입자는 8259명이었다.

또 대구은행(1519건·7609명)과 경남은행(1434건·6958명), 광주은행(1155건·4393명)에서도 비슷한 시기 1000건이 넘는 관련 규정 위반이 발생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중앙은행들 중에서는 NH농협은행(897건·3876명)과 신한은행(892건·2209명), KEB하나은행(284건·1115명) 등이 덜미를 잡혔다.

증권사 가운데서는 유안타증권의 적발 건수가 유일하게 세 자릿수를 기록하며 가장 많았다. 유안타증권에서는 건수로는 118건, 가입자 기준으로는 657명의 퇴직연금 운용현황 통지 규정 위반이 발견됐다. 이어 미래에셋대우(86건·455명)와 하나금융투자(33건·191명), 삼성증권(23건·142명), KB증권(16건·83명), 대신증권(4건·9명) 등 순으로 해당 규정 위반이 많았다.

보험업계에서는 현대해상이 130건(1184명)으로 퇴직연금 운용현황 통지 규정 위반 적발 사례가 가장 많았다. 이밖에 삼성화재(30건·467명)와 KB손보(2건·12명) 등도 해당 규정을 어겼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퇴직연금 규정 관련 징계에 남다른 시선이 쏠리는 이유는 조사로 드러난 위반 규모 자체가 워낙 크기도 하지만, 최근 금감원이 금융사들의 부진한 퇴직연금 수익률에 문제 제기를 하고 나선 시점이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지난 달 중순 퇴직연금 시장의 관행을 혁신하기 위한 방안을 발표하고,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에 걸쳐 관련 과제들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근로자와 사용자 등 가입자의 무관심과 보수적인 투자 성향도 개선해야 할 점이지만, 이를 운용하는 금융사의 수익률 제고 노력이 미흡해 퇴직연금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올해 3월 말 국내 퇴직연금 시장이 적립금 기준 169조원까지 성장했지만, 지난해 연간 수익률은 1.88%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서 0.45%에 이르는 총비용부담률을 빼고 나면 사실상 퇴직연금의 실질 수익률은 1%대를 겨우 넘는 수준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앞으로 금융사 내에서 퇴직연금 적립금 운용의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요소들을 직접 찾아내 고치려는 금융당국의 움직임이 빨라질 것"며 "구조 개선에 앞서 현행 규정 상 제재를 가할 수 있는 부분부터 손을 댈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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