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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사정 선택권 개방하라는 금융당국…보험사들 '좌불안석'


입력 2018.07.31 06:00 수정 2018.07.31 06:12        부광우 기자

"고객이 자유롭게 손해사정사 선임 가능하도록 규정 바꿔야"

보험업계, 비용 문제 등으로 난색…보험금 분쟁 뿌리 뽑힐까

보험 가입자에게 손해사정 선택권을 완전히 개방하는 방안을 두고 금융당국과 보험업계가 공방을 벌이고 있다.ⓒ데일리안 보험 가입자에게 손해사정 선택권을 완전히 개방하는 방안을 두고 금융당국과 보험업계가 공방을 벌이고 있다.ⓒ데일리안

보험 가입자에게 손해사정 선택권을 완전히 개방하는 방안을 두고 금융당국과 보험업계가 공방을 벌이고 있다. 금융당국은 고객이 보험사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자유롭게 손해사정인을 고를 수 있도록 길을 열겠다는 입장인 반면, 보험업계는 비용 문제 등을 이유로 불가능하다며 맞서고 있다. 끊이지 않는 보험금 분쟁의 불씨로 지목되는 손해사정 공정성 논란을 해결하기 위해 장고에 들어간 양측이 끝내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3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금융당국은 생명·손해보험협회, 보험사, 손해사정업계 등이 참여한 태스크포스(TF)를 마련하고 손해사정 개선을 위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금융당국이 별도의 TF를 만들어 보험업계와 손해사정과 관련된 의견 교환에 나선 이유는 이를 둘러싼 보험 가입자와 보험사 간 갈등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어서다. 손해사정은 보험 사고가 발생했을 때 손해액을 산정하고 지급할 보험금을 정하는 과정이다. 그 결과에 따라 보험금이 크게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손해사정은 보험사와 고객에게 모두 예민할 수밖에 없는 영역이다.

그런데 보험사들이 손해사정을 전담하는 계열사를 만들고 여기에 일감을 몰아주는 이른바 자기 손해사정을 벌이면서 논란이 계속돼 왔다. 이 같은 손해사정 자회사들이 과연 모기업 보험사에 맞서 제대로 된 손해액을 매길 수 있겠냐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들이 보험사에 유리하도록 보험금을 적게 산정하고 있다는 고객들의 원성은 끊이지 않았다.

최근 TF에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금융당국이 내놓은 방안을 두고 격론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위원회는 가입자가 보험사의 동의 없이 손해사정인을 정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현행 보험업감독규정에 따르면 보험 계약자는 손해사정 착수 전 보험사에게 통보해 동의를 얻을 경우 자신이 원하는 손해사정사를 선임할 수 있다. 금융위는 여기에 있는 보험사 동의 조항을 삭제해 고객이 지명한 손해사정사를 보험사가 조건 없이 받아들이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손해사정의 공정성에 대한 보험 가입자들의 의구심을 원천 차단할 수 있고, 이에 따라 불만도 해소될 것이라는 논리다.

하지만 이에 대해 TF에 참여하고 있는 보험사들이 반대 의견을 피력하면서 논의가 길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견 충돌의 핵심은 역시 비용 문제다. 해당 조항이 금융위의 방안대로 수정되면 보험사는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손해사정사의 활동비용을 고객 대신 지불해야하기 때문이다.

이는 보험사가 고용한 손해사정사의 사정 결과에 고객이 승복을 거부하거나 보험 계약자가 보험사와 별도로 손해사정인을 선임할 때를 제외한 나머지 경우에는 보험사가 손해사정 비용을 부담하도록 규정돼 있어서다. 아울러 보험업계는 고객이 마음대로 손해사정사를 선택할 수 있게 되면 보험사기 등 역효과를 키울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하고 있다.

아직 결론이 어떤 방향으로 날지 예측하기는 힘들지만 여론 등 주변 환경은 보험사에 불리한 것이 사실이다. 계열사 소속 손해사정사에 보험 조사와 보험금 산정을 맡기는 셀프 손해사정에 대한 비난이 워낙 거센 까닭이다. 언젠가는 풀어야 할 숙제인 만큼 보험사가 이번 기회에 어떤 형태로든 개선안을 내놔야 할 것이란 전망이다.

국내 주요 손해사정 자회사들은 사실상 완전히 모기업 보험사에 종속된 상태다. 실제 삼성생명·한화생명·교보생명 등 국내 3대 생명보험사와 삼성화재·현대해상·동부화재·KB손해보험 등 4대 손해보험사의 12개 손해사정 자회사들이 지난해 모기업 보험사나 그룹 계열사들과의 거래를 통해 올린 수익은 1조357억원으로 전년 동기(9521억원) 대비 8.8%(836억원) 증가하며 1조원을 넘어섰다. 이는 같은 기간 이들의 총 수익(1조628억원) 중 97.5%에 이른다.

특히 최근 소비자 보호를 유난히 강조하고 있는 금융당국이 다른 금융권에 비해 고객 민원이 유독 많다며 보험사들을 향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흐름도 보험 가입자의 손해사정 선택 확대 움직임에 힘을 싣는 요인이다. 보험 민원의 핵심은 역시 보험금에 대한 불만이고, 이는 손해사정을 둘러싼 불신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방안이 소비자 보호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있는 것은 맞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을 호소하는 보험업계의 주장에도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닌 만큼 손해사정 선택권 개방과 관련해 구체적인 합의점이 나오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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