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맨손으로 인질범 제압할 묘책 가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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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 대통령, 맨손으로 인질범 제압할 묘책 가졌나요?
    <칼럼> 자기 몫 다 챙긴 트럼프…쫓기듯 병력 줄이는 한국 정부
    종전선언은 미군 철수 전 단계…‘혁명과업’으로 국가 전면 개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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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 : 2018-07-30 08:06
    이진곤 언론인
    <칼럼> 자기 몫 다 챙긴 트럼프…쫓기듯 병력 줄이는 한국 정부
    종전선언은 미군 철수 전 단계…‘혁명과업’으로 국가 전면 개조?


    ▲ 지난 27일 오후 경기도 파주 비무장지대 판문점 자유의집에서 한국전쟁 정전협정 65주년 기념식이 열린 가운데 북측 관광객들이 남측 판문점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영화의 소재로 대형 인질사건 만큼 스릴감을 주는 것도 달리 없다. 스케일이 점점 커지더니 근년 들어서는 미국 대통령과 참모들, 아니면 백악관이 통째로 인질신세가 되는 영화까지 나왔다. 영화 전개 양상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근육질의 용감한 남자 주인공이 범죄 패거리 모두를 격퇴하고 인질들을 구출해내는 게 블록버스터급 영화의 정해진 패턴이다.

    역시 미국 영화이지만 구출 방식이 전혀 다른 것도 있다. 범인이 총을 난사하는 가운데서도 무장해제를 한 채 접근해 가는 설득자 스토리다. 경찰일 수도 있고 시민일 수도 있지만 어쨌든 그는 인질들이 잡혀 있는 건물에 들어가 범인에 대해 ‘우정 있는 설복’을 시도한다. 그리고 범인과 인질 모두를 데리고 함께 구경꾼들의 박수와 환호를 받으며 걸어 나온다.

    자기 몫 다 챙긴 트럼프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적어도 북한 핵문제에 관한 한 전통적인 미국 남성의 이미지를 유감없이 드러냈다. 용기 있고 정의로운 근육질의 남성상이다. 그는 당초엔 전략무기를 총동원하다시피 하며 북한과 그 배후 국가들을 압박했다. 다만 말이 너무 많은 게 흠이라면 흠이었다. 허풍으로 여겨질 수도 있었으니까.

    그렇지만 그의 위협적 언사가 더 거칠어지고, 무력시위가 확대되면서 군사적 해결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기도 했다. ‘다시 미국을 위대하게’라는 선거 구호를 내걸었던 트럼프가 미국과 자신의 권위에 도전하는 김정은의 오만불손한 태도를 용인하겠는가. 어쩌면 트럼프는 북한 주민 2,500만 명과 한국 국민 5,200만 명을 모두 인질상태에서 구해내는 영웅의 면모를 보여줄 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슬슬 부풀었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트럼프의 생각은 다른데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북한만이 아니라 그 너머에 있는 강대국, 나아가 전 세계를 향한 초강대국으로서의 위용과 실력의 과시라는 인상이 짙어졌다. 사실 누가 보기에도 군사적으로 북한이 미국과 정면 대결할 상대는 아니다. ICBM 발사실험은 시위용일 뿐 실전용일 수는 없다. 트럼프의 인식도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적절한 퍼포먼스는 필요했다. 그래서 김정은을 싱가포르까지 불러내 엄하지만 정이 깊은 삼촌의 이미지를 세계의 TV화면에 내 보내면서 ‘합의문’이라는 증서까지 받아냈다.

    북한 핵의 ‘완전하고 불가역적이며 검증 가능한 핵 폐기’ 다짐을 받아낼 것으로 기대했던 우리는 머쓱해졌지만 트럼프 자신에겐 아주 의미 있는 성과였다. 이후 그는 기회 있을 때마다 이를 대단한 업적으로 내세우곤 한다. 그의 당초 구상이 무엇이었는지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그에게는, 역대 어느 미국 대통령도 못 해냈던 미‧북 정상회담을 가졌을 뿐 아니라 김정은으로부터 직접 비핵화 다짐을 받아냈다는 게 중요하다. 핵 인질을 자신이 설득의 힘으로 구해냈다는 자랑을 위해서라도!

    쫓기듯 병력 줄이는 한국 정부

    한편 문 대통령이 이끄는 한국 정부는 6‧25전쟁 휴전협정 조인일에 ‘국방개혁 2.0’을 공개했다. 국방부가 문 대통령의 승인을 받아 이날 전군주요지휘관회의에서 보고한 이 개혁안에서 가장 눈길을 끈 부분은 병력 11만 8,000명(모두 육군) 감축안이다. 상비병력을 현재의 61만 명에서 22년엔 50만 명으로 줄이겠다고 한다. 120만 명에 이르는 북한군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병력으로도 전쟁억지엔 부족함이 없다고 여기는 모양이다. 게다가 복무기간도 육군 18개월, 해군 20개월, 공군 24개월로 줄인다. 이에 따라 장성의 수는 436명에서 360명으로 조정된다.

    국방부는 그러면서도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3축 체계’ 전력 발전은 정상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규모와 복무기간은 줄어들지만 방어력은 강화되는 묘책을 갖고 있다는 것이겠다. 그렇지만 국방개혁안에는 3축을 구성하는 ‘킬 체인’ ‘KAMD(한국형 미사일 방어)’ ‘KMPR (대량응징보복)’에 대한 언급 자체가 없었다고 언론들이 보도했다.

    이에 앞서 이미 한미연합군사훈련이 중단되고 우리 군 단독 훈련의 전도도 불투명해졌다. 휴전선의 대북 확성기가 해체됐는가 하면 비무장지대(DMZ)내 GP(감시초소) 병력과 장비의 철수도 추진되고 있다. 서해 NLL(북방한계선) 일대 평화수역화 방안도 구체적 논의에 들어간다.

    이처럼 병력을 줄이고, 훈련을 중단하고, 대북 선전전을 포기하고, 감시체계를 거둬버려도 걱정할 일이 없는지 궁금하다. 이런 식으로 해도 되는 것이라면 지난 65년 동안 왜 그처럼 북한의 군사적 도발을 걱정하면서 방어력을 키워왔다는 것인가. 역대 보수정권이 정권안보 차원에서 허구의 위기어필을 계속해 온 것인지, 북한의 군사력이 정말 형편없어서 우리가 한 팔‧한 다리 접어주도고 충분히 이길 수 있다는 것인지, 북한 김정은 집단이 갑자기 개과천선해서 오직 평화밖에 모르게 됐다는 것인지 정부의 누군가는 분명히 말해줘야 하는 것 아닐까?

    우리의 병력감축‧전투력 약화에도 불구하고 북한군을 초전에 제압할 역량은 충분하다고 치자. 그런데 북한의 핵무기는 어쩔 것인가. 핵무기가 실전용이긴 어려워도 위협수단으로서는 압도적이다. 그걸 내세워 온갖 요구를 다해올 때 우리는 무엇으로 대응하려는 것인지 짐작이 안 된다. “그러잖아도 도와줄 준비가 다 돼 있는데, 북한이 왜 위협하겠는가”라는 생각일까?

    종전선언은 미군 철수 전 단계

    ‘한미동맹’은 이제 계산에서 제외해야 한다. 우리 정부는 의도적으로 동맹체제 이완을 꾀하는 듯한 태도를 보여 왔다. 미국의 영향력을 배제하는 것이 진정한 독립이라는 생각을 여전히 버리지 못하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미국으로부터는 간섭이든 지원이든 받기를 거북해 하는 인상이다. 과거엔 미국이 한국을 극동 방위선 밖에 둠으로써 6‧25를 초래했다. 그런데 이제는 우리가 스스로 미국의 방위선 밖으로 나가겠다고 한다. 종전선언을 서두르는 게 그 한 예다.

    65년 전의 7월 27일 미국과 북한‧중국 사이에 체결된 정전협정 제4조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한국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하여 쌍방 군사령관은 쌍방의 관계 각국 정부에 정전협정이 조인되고 효력을 발생한 후 삼개월내에 각기 대표를 파견하여 쌍방의 한 급 높은 정치회의를 소집하고 한국으로부터의 모든 외국군대의 철수 및 한국문제의 평화적 해결문제들을 협의할 것을 이에 건의한다.”

    종전협정이 이뤄지면 북한은 정상국가의 지위를 확보하고 미국과 수교하게 될 것이다. 그런 다음엔 ‘외국군대의 철수’가 불가피해진다. ‘종전선언’까지는 괜찮지 않겠느냐고 할 것인가. 천만에! 선언 그 자체가 협정을 전제로 하는 것이고, 협정 이전에 이미 그 실질적인 효력을 발휘하게 된다. 북한이 끈질기게 종전협정을 요구해 온 까닭이 달리 있겠는가.

    우리는 이제 스스로 무장을 해제한 문재인 대통령이 핵 무장까지 한 김정은을 설득해서 ‘민족’ 구성원 모두를 전쟁의 위협으로부터 해방시켜주고, 인권의 동토에서 풀어주기를 기대해야 하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는 분위기다. 문 대통령은 맨손의 영웅이 될 수 있을까? 역사상 무력대치 중인 전체주의적 지배세력의 선의를 기대하며, 자국민의 운명을 거기에 맡겨버린 통치자가 단 한 명이라도 있었을까?

    내가 선의로 대하면 상대도 감복해서 선의로 대할 것이라는 믿음이 개인 간에는 가능하다. 그러나 국가 차원에서는 있을 수 없는 무모한 모험이다. 국민전체의 운명과 생사를 건 ‘선의실험(善意實驗)’을 해서는 안 된다. 국가 간에 그런 게 통했다면 세계는 전쟁을 경험하지 않아도 됐을 것 아니겠는가. 유사시에 대비하지 않는 국가는 있어본 적이 없다. 대통령이라 해서 국민의 운명까지 수탁(受託)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문 대통령과 그의 참모들은 지금 책임 질 수 없는 선택을 하고 있는 것이나 아닌지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 임기 후에 혹시 일어날 수도 있는 사태에 대해서까지 충분히 고려한 다음에 내린 결론인가. 도대체 정부가 무엇에 쫓겨 이처럼 급급히 국가 방어체계를 대대적으로 바꾸려 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스스로 혁명정부를 자처하던데, 혹 ‘혁명과업’으로서 국가의 전면적 개조를 추진하고 있는 것인가.

    글/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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