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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협치내각’과 노무현 대통령의 ‘대연정’


입력 2018.07.28 09:24 수정 2018.07.28 10:59        데스크 (desk@dailian.co.kr)

<칼럼> 전형적인 ‘이간계(離間計)’…진정성이 보이지 않기 때문

야당, 전열 가다듬어 청와대 ‘협치내각’ 덫에서 독자노선 추구해야

<칼럼> 전형적인 ‘이간계(離間計)’…진정성이 보이지 않기 때문
야당, 전열 가다듬어 청와대 ‘협치내각’ 덫에서 독자노선 추구해야


ⓒ데일리안 DB ⓒ데일리안 DB

‘깜짝’을 좋아하는 청와대가 또 깜짝 제안을 했다. ‘협치내각’이다. 야권의 의구심과 반발에도 불구하고, 청와대는 27일 여전히 "협치내각 가능성 열려 있다"고 발표했다. 야권은 진정성을 의심하는데, 또 다시 원칙론을 들고 나온 것이다.

‘적폐청산’ 정국이 1년 넘게 이어지면서, ‘협치’는 구두선(口頭禪)이 된 지 오래다. 그런데 또 ‘협치’라니 야당의 입장에서는 그 저의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지지율 하락을 유도하는 각종 불리한 이슈들을 희석시키고자 하는 속샘일 수도 있다. 이런 분위기면 다음 달 개각 때까지 이어갈 심산인 것 같다.

어떤 이는 노무현정부의 ‘대연정’과 비교한다. 그러나 그 때는 상황과 내용이 전혀 달랐다. 노무현 대통령의 제안은 말 그대로 ‘대연정’이다. 권한을 같이 나누고, 심지어 ‘내각구성권’까지 당시 야당인 국회1당 한나라당에 줄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일반 국무총리가 장관추천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있네 못 하네’ 하는 마당이 정말 파격적인 제안이었다. 이런 파격적 제안이 노무현 정권의 몰락을 가속화시켰다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야당은 의심해 받아들이지 않았고, 호남을 중심으로 한 여권 지지층은 노무현 정부로 부터 등을 돌린 것이다. 그 과정을 목전에서 봤던 문재인 대통령이 그런 우를 다시 반복할 리 없다. 그래서 ‘대연정’ 대신 ‘협치내각’을 들고 나왔을 것이다.

내용적 차이는 이런 상황인식에 기반한다. ‘협치내각’은 애초부터 ‘협치’에 관심있는 제안은 아니었던 것 같다. 오히려 야권은 전형적인 ‘이간계(離間計)’로 보는 듯하다. 진정성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진정성이 있으려면, 사전에 야당과 조율을 하고 협의를 통해 내용을 보다 숙성시켰어야 했다. 불쑥 국민 앞에 발표하고 ‘하려면 하고 말려면 말라’라며 공을 넘기는 것을 ‘진정성’으로 읽을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비대위체제가 들어서고, 이제야 한숨을 돌린 자유한국당은 또 다시 야당 내분을 야기하려는 제안으로 볼 수도 있다.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청와대 협치내각 제안에 "장관 하나 들어가는 걸론 너무 좁다"라며, ‘모양갖추기라면 당연히 거절’이라고 했다. 김병준 위원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직전 국무총리직 제안을 했을 때 실질적인 내각 구성권을 요구했다. 고질적인 청와대의 상황관리 미숙으로 거국내각은 무산됐고 스스로도 총리에 오를 수 없었지만, 그는 노무현 대통령의 ‘대연정’을 구현할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 과정을 겪었던 김 위원장이 현정권의 ‘협치내각 제안’에 대한 생각은 남달랐을 수 밖에 없다.

한국당은 그렇다 치고, 가장 큰 타격을 받을 당은 역시 민주평화당이다. 현정부가 당 소속 의원을 개별적으로 장관으로 빼 가면, 당의 존립이 힘들어지고 와해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민주평화당 조배숙 대표는 "장관 몇 자리로 야당을 유혹하는 것은 협치가 아닌 통치"라고 비판했다. 또 "장관 자리로 야권을 떠보는 것은 현행 헌법과도, 정당 민주주의와도 맞지 않는다"고도 했다. 요즘 정권 편을 많이 들던 박지원 의원도 이 제안에 대해서는 비판했다. "협치와 연정은 배고픈 사람에게 떡 하나 주는 정치가 아니다"며 "장관 한두 자리 주는 것은 협치도 연정도 아니다"고 평가 절하했다. 제도적으로 뒷받침되지 않은 군소정당 의원입각은 부자가 가난한 집안 식구를 떡으로 꼬여 빼가는 구태, 갑질로 보였을 수 있다.

필자도 ‘협치내각’ 제안을 보고, ‘대연정’ 보다는 이명박 정부때 친박인사의 입각이 떠올랐다. 의도가 어땠든, 친박인사의 입각은 친박진영을 와해시키고 결국 박근혜 정부의 조기 폭망을 불어온 ‘이간계’가 됐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김무성 의원이다. 김무성 의원은 원조친박이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로부터 입각제의를 받았다. 그러나, 박근혜 대표를 생각해 이를 거절했다. 박 대표에게 양해를 구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당사자에게 제안했기 때문이리다. 그 후 최경환 장관도 입각을 했으나, 이는 박근혜 대표에게 양해를 구한 뒤였다.

어찌 됐든, 이 일로 김무성 의원는 친박진영에서 멀어지게 된다. 애초 2012년 총선 공천에서 떨어졌지만 총대를 메 총선에서 선전했고,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 공으로 다시 국회에 입성하게 되었다. 그러나 입각 논란은 그를 비박의 기수로 몰았다. 비박으로 당 대표가 돼서는 당청갈등으로 반박의 길을 가게 됐다. 2016년 총선 공천과정은 갈등의 정점이었다. 친박, 비박의 극한적 대결구도 중심에 김무성 대표가 있었다. ‘옥새들고 나르샤’로 대표되는 공천 갈등은 여당을 충격적인 참패로 이끌었다. 그 뒤는 우리가 너무 잘 아는 역사상 초유의 과정들이다.

결국 박근혜 정부의 ‘폭망’은 이명박 정부 ‘이간계’가 뿌려놓은 덫의 먼 결과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명박 전대통령이 박근혜 전대통령의 뒤를 따라 감옥에 갔다는 사실이다. 그가 뿌렸던 덫에 박근혜 정부가 걸려 넘어지고 그 덫과 넘어진 몸에 걸려 이명박 정부도 함께 넘어졌다. ‘그 보다 더 나쁠 수’ 도 있었던 것이다. ‘순망치한’의 교훈을 무시했기 때문이다.

유사한 이간계를 현정권이 영리하게 사용하고 있다. 야당의 마지막 숨통도 끊어 놓고, ‘20년 정권’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야당과 국민을 너무 얕잡아 본 제안이다.

많은 국민은 ‘협치’를 원한다. 당연히 여당과 청와대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협치’를 말한다. 그러나 진정성은 표가 난다. 국민은 참고 있다. 국민의 명령에 제대로 반응하고 따르는지 시간을 주고 지켜보고 있다. 그 인내의 시간이 그리 오래 남지 않은 것 같다.

총선이 다가 오면 야당도 전열을 다시 가다듬을 것이다. 청와대가 제안하는 ‘협치내각’이 또 다른 덫임을 본능적으로 알기에 독자노선을 추구할 것이다. 그 때까지 과거의 빚을 청산해야 한다. 그래야 가볍게 뛰어 오를 수 있다. 그 때쯤이면 현 정권에 대한 국민적 기대도 합리적 수준에서 재조정될 것이다. 시간이 흘러 상황이 어려워진 여당이 ‘거국내각’을 제안할 수도 있다. 야당은 그 때를 기다릴 것이다. 더 ‘멋진 거절’을 위해서...

글 / 김우석 미래전략개발연구소 부소장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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