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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무를 위한 변명…계엄문건 공개 '정무적 판단' 없었다면?


입력 2018.07.27 14:10 수정 2018.07.27 14:44        이배운 기자

남북정상회담·지방선거 맞물려…문건 공개시 후폭풍 가능성 배제못해

"위수령 잘못된 것 아니다" 발언 진위 관건…리더십 논란에 경질 가시화

송영무 국방부 장관 ⓒ데일리안 송영무 국방부 장관 ⓒ데일리안

남북정상회담·지방선거 맞물려…문건 공개시 후폭풍 가능성 배제못해
"위수령 잘못된 것 아니다" 발언 진위 관건…리더십 논란에 경질 가시화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지난 3월 16일 계엄문건을 보고받고도 4개월 간 방치했다는 논란이 불거지면서 거취가 위태롭다.

송 장관은 남북정상회담·지방선거 분위기를 고려한 ‘정무적 판단’에 따라 정식 보고를 미뤘다고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사안의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했거나 계엄에 동조한 것 아니냐는 의혹은 해소되지 않는 상황이다.

송 장관은 지난 20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거센 질타를 받자 “밤새 고민했지만 다시 (동일한) 상황이 되더라도 그렇게 결정할 수밖에 없다"며 자신의 정무적 판단에 대한 소신을 내세웠다.

송영무 국방부장관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송영무 국방부장관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전시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 문건은 탄핵 선고 이후 사회 혼란 사태를 틈탄 북한의 도발 사태를 가정하고 있다. 문건은 “북한의 도발위협이 점증하는 상황 속에서 국정혼란이 가중될 경우 국가안보에 위기가 초래될 수 있어 군 차원의 대비가 긴요하다”고 언급했다.

송 장관이 문건을 보고받은 지난 3월은 평창올림픽 종료 후 남북정상회담 일정이 확정되고 남북이 ‘밀고 당기기’를 벌이던 시기다. 북측이 유화 제스쳐와 비난을 반복하면서 자칫하면 남북회담이 무산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이에 정부는 안보 관련 사안에서 극도로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했다.

송 장관은 계엄문건 이슈화가 남북정상회담을 준비하는 정부의 집중력을 흩뜨리고 남북관계 변수가 될 수도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북한 관영매체 노동신문은 지난 17일 논평에서 계엄문건을 겨냥해 “용납못할 특대형 범죄”라고 지칭하며 “군사 쿠데타 개혁을 북한의 위협에 대응한 것으로 합리화 하는 방안까지 있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또 지난 3~4월은 한미연합훈련 지연 및 축소 결정에 따른 안보 약화 논란이 대두되고 있었다. 안보 우려가 가중된 상황에서 문건을 공개해 군 개혁을 추진하는 것은 시기상으로 불리하다는 판단이 나올 수 있다. 특히 기무사는 방첩 및 대북정보 임무를 수행하는 조직이다.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사안의 민감성이 극대화된 분위기를 고려했다는 설명도 나온다. 당시 정가에서는 ‘적폐청산’ 화두를 놓고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우고 있었다. 지방선거와 실질적으로 무관한 과거의 정치적 이슈를 끄집어내 여론을 호도하려 한다는 날선 비판이 오고갔다.

이 같은 상황에서 야당에 다소 불리하게 해석될 수 있는 계엄문건의 이슈화는 군 조직이 정치판 흔들기에 나섰다는 역풍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이달 초 기무사 문건이 공개된 것에 대해 일부 야당 의원들은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하는 시점에 분위기를 전환하려는 것 아니냐며 ‘정치적 의도’를 의심하고 있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오른쪽)과 이석구 국군기무사령관이 지난 24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송영무 국방부 장관(오른쪽)과 이석구 국군기무사령관이 지난 24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관건은 “위수령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는 송 장관 발언의 진위 여부다. 민병삼 기무사 대령은 송 장관이 지난 9일 부처 간담회에서 이같이 발언했다고 24일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주장했다.

민 대령의 주장이 사실일 경우 ‘정무적 판단’에 따라 문건 보고를 미뤘다는 송 장관의 해명은 설득력을 잃게 된다. 문건의 중대성을 인식하지 못했음을 시인한 셈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송 장관은 “전혀 아니다. 완벽한 거짓말이다. 장관이 거짓말을 하겠느냐”며 강하게 반발했다. 해당 발언의 진위를 둘러싼 국방부와 기무사의 진실공방은 현재 진행형이다.

다만 계엄 세부문건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실제 계엄 의도 등 사안의 심각성이 부각된 만큼 결과론적으로 송 장관이 판단실수를 했다는 비판을 면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특히 송 장관은 기무사와 공방 과정에서 리더십에 흠집을 입었고, 이는 자칫 안보위기로 직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6일 “송 장관을 비롯해 계엄령 문건 보고경위와 관련된 사람들에 대해서도 잘잘못을 따져봐야 한다”며 정부 2기 개각에서 송 장관 경질 가능성을 언급했다. 군 안팎에서는 송 장관이 유임 되더라도 리더십 논란에 이른바 ‘식물장관’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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