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의 군대 위문공연은 여성차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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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편집시간 : 2018년 11월 17일 09:48:05
    걸그룹의 군대 위문공연은 여성차별일까
    <하재근 닭치고 tv> 상식적으로 공감할 수 없는 주장이 페미니즘 명분이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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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 : 2018-07-27 06:03
    하재근 문화평론가
    ▲ 지난 1월 24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대한민국 선수단 결단식'에서 걸그룹 여자친구가 축하공연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군대 위문공연을 폐지해 달라’는 청원이 제기돼 화제다. ‘군대 위문공연은 성 상품화’라며 ‘어린 여성 아이돌들이 노출이 심한 무대의상을 입고 위문공연에 나섰다’, ‘위문공연은 여성을 객체화하고 성욕을 채우기 위한 도구로 삼고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여성인권진흥원 대외홍보팀장은 매체 인터뷰를 통해 “위문공연은 고정된 성 역할을 부여하고 재생산하는 역할을 한다. 이는 곧 데이트 폭력, 가정폭력, 성폭력 등 여성의 인권문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 “나라를 지킬 수 있는 주체를 남성으로 설정하고 그들에게 ‘국방의 의무’를 지게끔 하는 것 자체가 남성만을 완전한 시민으로 인정한 것이다. 그리고 이들을 위문하는 제한적인 역할을 여성에게 부여하면서 여성을 완전한 시민으로 여기지 않는 것이다. 국가를 지키는 남성. 그리고 이들을 위문하는 여성이라는 성 역할을 부여하는 것 자체가 문제다. 이러한 성 역할이 재생산되면서 결국 여성을 차별적인 존재로 취급하게 되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남성들의 몰카 문화를 규탄하는 대학로 불법촬영규탄시위와 위문공연 폐지 주장을 연결시키기도 했다. 위문공연사업을 국가 기관이 운영하는 것도 문제라며 “국가 자체에서 ‘나라를 지키는 남성’과 ‘그들을 위문하는 여성’이라는 규범적인 성 역할을 고착하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규범적인 성 역할이 데이트 폭력, 가정폭력, 성폭력 등의 문제로 이어져 여성인권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말이 안 되는 주장이다. 위문공연은 병역의무를 이행하며 고립된 생활을 하는 군인들을 위로하고 사기를 진작시키는 당연한 행사다. 걸그룹이 주로 위문공연을 하는 것은 군인들이 걸그룹을 원하고, 걸그룹이 나와야 현장 분위기가 살기 때문이다. 여성을 대상화하려는 의도로 국가기관이 여성에게 명령을 내리는 게 아니다.

    군부대 공연에서 걸그룹이 노출이 심한 의상을 입고 자극적인 춤을 추는 것은 그들 자신의 선택이다. 이것 역시 국가기관의 명령이 아닌 것이다. 걸그룹은 군인들의 뜨거운 반응을 유도하고 자신들이 ‘군통령’으로 자리매김해 인기를 누리기 위해 그렇게 공연하는 것으로 보인다. 꼭 그런 의도가 없어도 걸그룹의 무대에 원래 성적 어필의 성격이 있다.

    이런 걸그룹의 위문공연으로, 남성만 나라를 지키는 완전한 시민이 되고 여성은 단지 남성을 위로하는 존재로 전락한다고 했는데, 이건 위문공연 때문에 아니라 남성만 의무입대하기 때문에 나타는 현상이다. 남성들이 군대에 가니 남성들이 선호하는 걸그룹이 주로 공연하게 된 것이다. 만약 여성들이 군대에 가면 여성들이 선호하는 보이그룹의 위문공연이 펼쳐질 것이다. 이 경우 남성의 객체화, 남성 차별이라고 할 수 있을까?

    물론 성적 대상화의 성격이 기본적으로 있기는 한데, 그것은 위문공연만의 특징이 아니라 대중문화산업의 보편적인 특징이다. 대중스타는 이성팬들에게 성적으로 어필한다. 그래서 스타의 이성교제에 팬들이 민감한 것이다.

    위문공연 등으로 고착된 성역할이 데이트 폭력, 가정폭력, 성폭력 등으로 이어진다는 주장도 황당하다. 대학로 불법촬영규탄시위와 위문공연 문제를 연결시키는 발상도 그렇다. 남성들이 여성의 선정적인 무대를 즐긴다는 구도에만 지나치게 파묻혀, 이것이 대중문화산업의 일반적인 현상이며 여성들도 보이그룹의 무대를 즐기는 주체라는 점을 간과했다. 여성들이 보이그룹의 무대를 즐겨도 성폭력 범죄로 이어진다고 할 것인가?

    국가에 의해 ‘나라를 지키는 남성’과 ‘그들을 위문하는 여성’이라는 규범적인 성 역할이 고착되는 현실에 문제제기를 하려면 위문공연 폐지가 아니라 여성의 입대를 주장해야 맞는다. 군대에 가야 ‘완전한 시민’이 된다면 여성이 완전한 시민이 되는 길은 입대라는 답이 나오는 것이다. 애초에 논리가 잘못됐기 때문에 이런 자살골 같은 답이 나온다. 스스로 군입대가 정답인 논리 구조를 만들어놓고 그저 위문공연만을 폐지하라고 하니 공감을 받기가 어렵다.

    이렇게 상식적으로 공감할 수 없는 주장들이 페미니즘이란 명분으로 나오는 게 문제다. 홍대몰카사건 수사가 국가의 편파 수사라든가, 여성 상반신을 남성 상반신과 같이 취급하라든가, 이런 주장들 말이다. 이렇게 극단적인 주장들이 난무하는 것은 여성주의 운동에 부정적으로 작용한다. 여성주의 진영 일반의 신뢰성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사회에 목소리를 낼 때 이것이 상식적으로 말이 되는 주장인지를 한번 더 검증해볼 필요가 있다.

    글 / 하재근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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