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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서 서로 총질하며 기강 무너진 군, 국민의 비탄(悲嘆)이 들리는가?


입력 2018.07.25 10:53 수정 2018.07.25 10:59        데스크 (desk@dailian.co.kr)

<칼럼> 송영무 장관과 기무사 지휘관들 사이의 낯뜨거운 '진실 공방'

과연 이런 지휘관들에게 나라 방위를 맡겨도 되는지 의심이 들 정도

<칼럼> 송영무 장관과 기무사 지휘관들 사이의 낯뜨거운 '진실 공방'
과연 이런 지휘관들에게 나라 방위를 맡겨도 되는지 의심이 들 정도


송영무 국방장관과 이석구 국군기무사령관이 2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송영무 국방장관과 이석구 국군기무사령관이 2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연저지인(吮疽之仁)', '장수가 자기 부하의 종기를 빨아서 낫게 한다.'

'손자병법'과 쌍벽을 이루는 '오자병법'의 저자 오기(吳起)의 고사에서 나온 말이다.

군대에 있어서는 '장졸일체(將卒 一體)', 장수와 부하가 사랑과 존경으로 혼연일체가 됨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 군의 모습은 과연 어떠한가?

상하가 하나되어 강력한 안보를 구축하여 대한민국을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무적의 나라, '인빈서블 코리아(Invincible Korea)'로 만들고 있는가?

엄격한 군율로 철통같은 안보 태세를 확립하여 국민들이 군을 믿고 편안하게 잠들게 하고 있는가?

어제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송 장관과 기무사 지휘관들 사이에 벌어진 낯뜨거운 '진실 공방'은 국민에게 엄청난 실망을 주는 중대 사태다.

서로 결백을 강조하며 지휘체계와 계급을 무시하고 책임을 떠넘기는 초유의 상황은 오히려 국민이 군의 미래를 걱정하게 만드는 심각한 사태다.

발단은 서청원 의원이 이석구 기무사령관에게 “송 장관에게 계엄 문건을 보고할 때 송 장관이 바쁘니까 놓고 가라고 했다는데 맞느냐”고 물으며 시작됐다.

이에 이 사령관은 ''지난 3월 16일 문건을 보고할 당시 대단히 중요한 사항이고 위중한 상황임을 설명했고, 당시 송 장관도 위중한 상황으로 인지했고 20분쯤 보고를 받았다''고 했다.

송 장관은 계엄 문건을 6월 28일 최초로 청와대에 보고했는 바, 따라서 이 사령관의 주장대로라면 송 장관은 문건의 심각성을 인지하고도 세 달 동안 이를 방치한 셈이다.

이에 송 장관은 이 사령관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이 사령관이 5분 정도 보고를 했는데 계엄 관련 문건이 아닌 지휘 일반 보고를 받았고 해당 문건은 두꺼워 다 볼 수가 없어 놓고 가라고 했다”며 이 사령관이 수사의 필요성을 언급하지 않았다고 했다.

결국 둘 중 한 사람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은 명백한 것이다.

이어 송 장관과 국방부를 담당하는 100기무부대장 민병삼 대령도 공방을 벌였다.

민 대령은 “장관이 7월 9일 오전 간담회에서 내가 법조계에 문의해 보니 문제될 게 없다고 한다. 나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다만 직권남용에 해당되는지 검토해 보라고 했다”고 증언했다.

이어 “당시 간담회에 14명이 참석했고, 저는 기무사와 관련한 말씀이어서 명확히 기억한다”며 “36년째 군복을 입고 있는 군인의 명예와 양심을 걸고 답변한다”고 했다.

이에 송 장관이 “완벽한 거짓말”이라며 강력 반발하자 그는 “당시 간담회 내용을 담은 문서는 운영과장이 PC에 쳐서 기무사에 보고했다”고 했고, 이 사령관은 “국방위가 요청하면 해당 문서를 제출하겠다”고 했다.

이 또한 둘 중 한 사람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은 명백한 것이다.

상하 관계가 엄격한 군 조직에서 벌어진 이와 같은 사태를 과연 어떻게 봐야 하는가?

국방 수장인 장관과 장관의 직속 부대인 기무사 간부들이 국민 앞에서 서로 다른 말을 하며 이전투구를 벌이는 이와 같은 사태를 과연 어떻게 봐야 하는가?

기무사의 계엄 문건 작성 경위와 목적, 그 내용의 위법성 등은 앞으로 엄정하게 따져야 하고 수사결과 위법 여부는 밝혀질 것이다.

장관과 기무사 지휘관들 사이에 벌어진 이와 같은 이전투구의 진실 공방도 수사 결과 '언젠가는' 진실이 밝혀질 것이다.

다만 필자가 걱정하는 것은 '철저하게 무너진 군 기강'이다.

과연 이런 지휘관들에게 나라 방위를 맡겨도 되는지 의심이 들 정도로 철저히 무너진 군 기강이다.

이번 공방이 송 장관의 비겁한 책임 전가인지, 아니면 기무사 지휘관들의 하극상(下剋上) 인지도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더 심각한 것은 서로 '군의 명예'를 팔면서 벌이는 저급한 공방이다.

진실 여하를 떠나 장관 직속 부하가 장관 발언을 정면 반박하며 ‘폭로성 공격’을 하는 것이 과연 정당한가?

만의 하나 기무사 지휘관들이 자신들의 책임을 모면하기 위해 장관의 발언을 왜곡해서 말했다면 이는 중대한 하극상으로 반드시 엄벌에 처해야 한다.

군 기강을 저해하거나 위반하는 것은 이적행위에 다름 아니며,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반드시 일벌백계해야 하는 범죄이기 때문이다.

장관도 '오십보백보(五十步百步)'다.

설령 부하의 증언이 일부 틀리더라도 따뜻하게 감싸안기는커녕 ''대장까지 지낸 국방장관이 거짓말을 하겠나"며 부하를 공격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지휘관의 모습인가?

장관 스스로 그동안 오해받을 만한 발언과 행동을 얼마나 많이 하였는가?

결국 이번 사태는 최근의 군 기강 해이와 여러 파벌의 헤게모니 싸움 등 군내 난맥상을 고스란히 드러낸 참으로 부끄러운 사건이다.

국방부에 따르면 대상관 범죄는 2016년 121건에서 지난해 229건으로 늘었으며, 올해 1~6월 사이 126건이 발생했다.

대상관 범죄는 군의 상관 지시를 따르지 않거나, 상관에게 폭행 또는 모욕을 가한 범죄를 일컫는다. 

또한 군 수뇌부가 ‘관용 없는 엄벌’을 외쳤지만 상관의 성폭행 사례는 올해도 끊이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현재 우리 군에서 벌어지고 있는 부끄러운 현실이다.

군은 더 이상 스스로 명예를 떨어뜨리고, 국민의 신뢰를 저버리는 자해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보호해야 할 군이 역으로 국민의 걱정과 보호의 대상이 되어서야 되겠는가?

“여해(如海, 바다와 같음)로 하라. 늘 바다처럼. 젊은 시절 나 또한 여해(汝諧)였다.”

딸의 이름을 지어달라는 부하에게 충무공이 한 말이다.

이처럼 충무공은 철저한 상명하복의 군대 문화 속에서도 부하들과 소통을 활발히 했고 부하들을 내몸처럼 아끼고 사랑했다.

이것이 결국 부하들의 자발적인 동기부여를 이끌어내어 세계 해전사에 유래 없는 '29승(?) 무패 신화'의 원동력이 되었다.

송 장관과 기무사 간부들은 서로 억울하다고만 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겸허히 되돌아봐야 한다.

그리고 상하간에 벌인 총질이 국민의 눈에 어떻게 비쳤을지 깊이 성찰해야 한다.

어떤 군대도 국민의 사랑과 신뢰를 얻지 못하면 결코 존립할 수 없음을 깊이 명심해야 한다.

국민의 눈높이와 시대적 요구에 맞는 과감하고도 근본적인 군 개혁이 시급하다.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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